본 단편은(단편이라고 하기에도 이미 너무 길어져버렸지만) 여러분도 겪어 봤을 법한 청춘을 그린 청춘 단편 소설입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다들 잊어 버리셨을 것 같지만 제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다시 타이핑을 하게 됐네요.
이번 주 안으로 디링디링 마무리 짓도록 하겠스비다.
전편을 안보신 분들은 전편을 꼭 봐주세요. 이어지는 시리즈입니다.
디링디링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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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디링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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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디링 3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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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디링 4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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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디링 5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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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디링 6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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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링디링 7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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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진눈깨비 :
https://cdn.pgr21.com/pb/pb.php?id=freedom&page=1&sn1=on&divpage=8&sn=on&ss=off&sc=off&keyword=aura&no=42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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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2
어느새 공연은 이틀 안으로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은 다 같이 모여 연습하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이 마지막이지? 쩝.”
일어나자마자 승제는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다.
“후후, 왜? 아쉬워? 그렇지 아쉽겠지. 하진이랑...”
“아, 아니라니까!”
영욱이는 아직 곤히 잠들어있는 하진이를 슥 돌아보며, 승제의 귓가에 소곤거렸다. 거 참, 승제야 그렇게 티가 나게 부정하면 어떡하니. 저건 바보가 봐도 좋아하는 거다.
“으응. 뭐가? 뭐가 아니야?”
승제의 다소 큰 말소리에 하진이가 깼는지 눈을 부비며 일어난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아줌마야!”
당황했구나. 우리 승제. 그냥 좋아하면 좋다고 표현하면 될 텐데 저 녀석 도 참 자기 감정표현에 서툴다.
“이 바보가! 아줌마는 누가 아줌마야?”
승제와 하진이는 아침부터 투닥거리기 시작한다. 뭐 나름 잘되고 있는건가?
씨익.
영욱이는 그 광경을 놓고 나에게 엷은 미소와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나도 모르게 그 모습이 재밌어서 피식 웃어버렸다.
그런데 지인이는 어디 있지? 아침부터 지인이 모습이 안 보인다.
- 현아, 혹시 내 목소리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아?
갑자기 어제 지인이와 했던 대화가 생각난다. 뭔가 중요한...
“이, 이봐요 아줌마! 바보라니 내가 바보라니 이게 무슨소리야?”
“그럼 바보 말고 멍청이해라. 이 멍충아!”
“후후후후.”
으 머리야.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 사람들아 사랑싸움은 제발 나가서 하세요. 영욱이 이 놈은 이 쯤 되면 말릴 법도 한데, 연신 만족스러운 웃음만 흘리고 있다.
“아침부터 사랑싸움이네?”
“지인아! 누가? 내가? 이 바보랑 사랑싸움?”
때 마침 지인이의 등장으로 두 사람의 사랑싸움이 잠시 휴전을 맺는다. 지인이의 양 손에는 검은 봉투가 잔뜩 들려있다.
“아침부터 이거 사온거야?”
봉투를 받아주면서 얼핏 보니 안에는 먹거리가 가득이다.
“응. 마지막 연습날인데 아침부터 든든하게 먹고 해야지.”
정말 세상에 어떻게 이런 여자가 있을 수 있는 걸까. 그나저나 지인이 입에서 마지막 연습이라는 말을 들으니 새삼 실감이 든다. 아마 오늘이 아니면 이제 다 같이 함께 연습하고, 하진이와 승제의 귀여운 투닥거림도 볼 수 없겠지.
무엇보다 이렇게 지인이와 가까이서 같이 있을 기회가 앞으로는 없을지도 모른다. 아쉽다.
“오! 밥이다. 밥!”
승제 녀석은 아까의 아쉬운 입맛은 어디 갔는지 밥을 보자마자 생기가 돈다. 내 친구지만 정말 단순한 놈이야. 무서울 정도로.
“그럼 일단 먹고 볼까?”
“물론!”
그러니까 고맙다고 인사는 하고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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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습날은 마치 시위를 벗어난 활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방금 아침이었던 것 같은데 이제 연습이 마무리 됐다 싶으니 밖은 벌써 어두워지고 있었다.
“후후, 이제 거의 하루 반도 안 남았군.”
지금까지 우리와 함께 연습해준 악기들을 정리하며 영욱이가 말했다. 악기들까지 정리하고 나니 이제 진짜 연습은 끝이고, 공연이 코 앞으로 다가왔음이 실감난다.
“모두 수고했어! 그럼 내일은 모두 푹쉬고 최상의 컨디션으로 축제 날 공연하자.”
지인이는 천사 같은 미소로 끝을 알린다. 뭐랄까 지인이의 해맑은 웃음에 가슴 한 쪽이 답답해진다.
“흠흠. 뭐 나는 딱히 도운 건 없지만 재밌었어. 그리고 수고했어. 이 현, 최영욱.”
“나, 나는?”
승제는 마치 칭찬받고 싶은 아이마냥 자신의 무표정한 얼굴을 가리킨다.
“음 글쎄?”
하진이는 미묘한 표정으로 씩 웃어 보인다.
“지인아 정리 다 됐으면 우린 가자.”
“아, 응.”
“잠깐 나는? 나는!”
승제는 아주 조금 다급해진 목소리로 주섬주섬 짐을 챙기는 하진이를 붙잡는다.
“그래 기분이다. 너도 수고 했어 바보2.”
“오오!”
옜다.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아이고 감사합니다. 나으리.
나는 눈을 비비고, 승제와 하진이를 쳐다봤다. 헛것이 보이는 느낌인데 음.
“우린 이만 가볼게.”
지인이는 하진이와 먼저 연습실을 떠나갔다. 결국 이 찝찝한 뭔가의 정체를 해결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후후. 친구들 이제 우리도 갈까?”
“아 그래.”
이제 마지막 스테이지만 남은건가. 밖은 어느새 완전히 어두워져 있다.
“이런 두고 와버렸다.”
집으로 가는 길에 승제 녀석은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꽁 쥐어박는다.
“뭘?”
“전화. 너희 먼저 가라. 어차피 가는 방향도 다른데.”
승제는 제 할 말을 해버리고는 교회 쪽으로 달려갔다. 오늘 같은 기분이면 선심써서 기다려 줄 수 있었는데.
“후후. 바보는 두고 우리는 가던 길이나 가세.”
영욱이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멀어지는 승제를 바라보다 다시 발걸음을 돌린다. 나 역시 영욱이를 따라 발길을 돌렸다.
“궁금한 것 많지?”
응?
몇 분쯤 걸었을까. 사뭇 진지한 목소리로 영욱이가 말했다.
두근 두근.
이유는 모른다. 영욱이의 말에 가슴 한 쪽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직감적으로 이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가?”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슴을 진정시키며, 영욱이를 바라보며 반문했다.
“뭐긴. 지인이에 대해서지.”
“아.”
나는 가볍게 탄식한다.
“어떻게 지인이를 보컬로 데려왔는지, 또 민한광이랑은 어떤 관계인지 그런 것들 궁금하지 않아?”
솔직히 말하면 영욱이의 직구에 당황해버렸다. 엄청 궁금하다고 너스레를 떨며 장난스럽게 말하고 싶었지만, 몸은 그저 묵묵히 영욱이의 말을 듣기만 한다.
“음. 뭐냐면 말이지.”
영욱이의 다음 말을 똑똑히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운다. 뭐냐 도대체.
“미안하다. 현아. 역시 지인이가 비밀로 지켜달라고 한 말을 내가 너한테 해주긴 그러네.”
김이 팍 새버린다.
“또 억울하기도 하고.”
“뭐가 억울해?”
“나도 지인이 좋아했었거든. 그래서 내 입으로 말하긴 와전 억울하거든.”
뭐라고? 나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길 한 가운데서 멈춰버렸다. 영욱이도 지인이를 좋아하는구나. 아니, 좋아했었다고? 그럼 지금은?
“지금은 그냥 친하고 좋은 친구니까 걱정마라.”
영욱이는 독심술이라도 하는 마냥 진정하라는 듯이 씩 웃어보였다. 혹시 나 때문에 영욱이가 지인이를 포기하거나 그랬던 걸까.
“현이 너 때문에 포기하고 그런 거 아니니까 괜히 또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나는 예전에, 아주 예전에 지인이를 좋아했었지.”
영욱이는 과거를 회상하는 눈빛으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영욱이 녀석. 진짜 독심술이나 관심법을 배운 거 아냐? 왠지 속마음을 다 들킨 것 같아서 뜨끔하다.
“네가 알고 싶은 건 역시 스스로 찾아야겠다. 이제 여기서 헤어지자고 친구. 후후.”
“아 응.”
“간다. 내일 푹 쉬고 공연 잘하자!”
어느새 도착한 갈림길에서 영욱이는 터벅터벅 제 갈 길로 가버렸다. 가슴이 더 답답해졌다.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알아야하는 걸까. 내가 아는 건 아직까지도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후우.”
9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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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기다려 주신 분이 한 분이라도 있으면 기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