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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5/22 16:30:13
Name 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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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익명의 제보자, 관계자 그리고 언론


공백보완효과(공간보완효과)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단순하게 보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을, 다른 상황이나 무엇인가 관련한 것을 통해 연관해서 원래의 무엇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말한다고 봐야 할 것 같다.

그림은 소년탐정 김전일-아마쿠사 보물 살인 사건에서 나온 장면이다. 맨 왼쪽의 그림만 봐선 저게 뭔지 알아내기 힘들다, 하지만 적절하게 저 공백을 검은색으로 덮어서 포장하면 'R'이라는 글씨가 보이게 된다. 이것이 살인사건의 알리바이를 깨뜨리는 열쇠가 된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것처럼 끊어진 길이 있는 지도에 담배등을 이용해 손상을 시키면 지름길인것 처럼 보이게 되고 지름길로 갔다 막힌 길인것을 알고 가장 늦게 올때 살인을 저지르는 방식이었다.


요즘 세상은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정신이 없다. 어제 저녁 갑작스레 등장한 손호영과 관련한 뉴스까지, 뉴스가 넘쳐난다 이 와중에 크다면 크고 작은 일들은 많았지만 가십거리와 관련한 부분에 대중의 관심이 제법 많이 쏠리는 것은 어쩔수가 없는듯 하다.

신문, 방송은 서로간의 보완의 요소가 강한 존재다. 방송은 파급력도 강하고 속보도 신문에 비해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제한된 시간안에서 뉴스를 다루게 된다는 약점이 있다. 신문은 발행의 문제상 속보가 빠르게만 해결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지면의 여유가 있어 더욱 많은 뉴스를 다룰 수가 있다. 그리고 21세기가 되면서 이 둘간의 약점을 보완하는 듯한 인터넷신문이 등장했다. 속보도 빠르고, 파급력은 포털의 힘을 빌리지만 강하며, 지면의 제한이 없다. 다시 말해 모든 이야기를 써낼 수가 있다. 정보의 전달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에 대한 걸러내기가 없어도 된다. 혹은 1보 2보 3보식으로 여러개의 기사를 써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한된 지면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이 인터넷신문과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가 만들어 낸 이 시대의 비극이기도 하다. 화제가 되는 모든 검색어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던 매체들도 포털을 통해 전송을 하고 독자들은 읽는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어느 매체인지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그냥 손이 가는대로 읽는 경우가 다반사다. 적은 수의 독자들은 특정 매체의 글을 선호하고 특정 기자의 글을 선호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제공되는 정보, 아니 정확히는 인터넷 신문의 페이지뷰(PV)를 벌기 위한 치열한 혈투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검색어의 인물과 관련한 지인, 관계자, 측근, 익명의 제보자를 만난다. 누구인지 대부분 실명(혹은 정체)은 공개하지 않는다 대부분. A, B, C매체가 각자 다른 내용의 기사를 써도 그 제보자가 똑같은 D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그 취재활동을 한 매체의 기자와 제보자만 알 것이다.

지면의 제한이 없다는 것, 그리고 페이지뷰를 벌기 위한 매체의 활동이 왕성해 질 수록 하나의 사건은 꼬리의 꼬리를 물고 지속적으로 커져나간다. 분명 사건과 관련한 팩트는 한가지이고 현재까지 나온건 위에 언급한 R의 기본 뼈대밖에 없는데, 익명의 제보자를 통한 새로운 증거가 하나 둘 늘어가며  R을 검은색으로 덮어준다. 그렇게 독자들의 상상력은 하나 둘 늘어가고, 팩트와는 관련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는 새로운 결과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중에 일부 설득력 있어보이는 상상력의 산물이 새로운 결론처럼 굳어간다.

상상력의 산물이 등장하는 상황은 양쪽의 입장이 다 나오지도 않았을 무렵, 어느순간 한쪽은 일방적으로 매장에 가까운 상황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만드는데 양념을 치는 것은 안타깝게도 언론이다. 사건은 하나고 관련인은 G와 H인것 같은데 어디서 그렇게 수많은 관계자와 제보자가 등장하고, 그 기사 한개가 새롭게 등장하면 또 다른 언론은 다시 그 기사를 인용한다.

사건은 진행되는 상황을 봐야 하고, 적어도 양쪽의 입장을 다 들어보고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인터넷 세상은 그런것이 없다. 명백하게 시시비비가 가려지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으나, 아직 시작중인 일이며 조사를 더 해봐야 하는 일을 단지 페이지뷰 얼마를 위해 해당 인물의 주변 제보자의 이야기에 따르면이라는 떡밥으로 자꾸 상상력을 키우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왜 언론이 대중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공백보완효과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일까, 추측성 기사는 제발 지양됐으면 한다. 언론은 진실을 밝히는 사람들이 아닌가?


* 연예기사(가십)이 이런 성격이 보통 강한데,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평소 A의 지인에 따르면 등의 이야기가 나올때 그 지인이 누구인지 실명을 국내 언론에선 보통 안밝힙니다.  그냥 " "로 코멘트만 묶어 나갈 뿐이지요.

방송에서 하차한다거나 방송에 투입된다거나 할때 그 복수의 관계자가 B프로그램의 조명감독, A출연자의 매니저, B프로그램의 밥차 아줌마 하다 못해 B프로그램 해당 날짜 단역 아르바이트 그 모든 대상이 될 수가 있습니다. 말 그대로 그냥 관계자라고 하니 있어보이지만 아무것도 없을 수 있음을 관계자, 지인등으로 포장해버려서 마치 정말인 듯하게 이야기를 해버리는게 문제입니다. 만약 정확한 취재원이 있으면 읽는 독자들도 어느정도 구별이 가능한데 지인이라고 하니 최측근쪽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혹은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가 마치 출연자 A의 지인인듯하게, 혹은 그냥 매체 자체에서 없는 이야기를 그렇다더라 형식으로 상상속의 제보자를 만들기도 하지요..)

취재원 보호를 위한 익명의 제보자라는 기능이 인터넷 언론시대로 오면서 많이 변질돼버렸음이 아쉬워 글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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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2 16:54
수정 아이콘
뉴스를 접하고 해석하는 일련의 과정이 인터넷을 통해 굉장히 크게 변화하면서 나타나게된 어두운 일면이죠.
기존에는 언론이라고 할만한 매체가 적었고 기자도 소수였으며 따라서 기자정신 보도윤리 같은 것이 비교적 뚜렷했는데
지금은 뭐 개나소나 기자랍시고 뉴스를 양산하다보니 본문과 같은 일을 막을 방법이 딱히 없죠.

물론 기존보다 훨씬 빠르고 신속하게 소식을 접할 수 있고,
단지 수동적으로 뉴스를 접할 뿐만 아니라 어제의 리쌍 논쟁과 같이 뉴스에 접목되는 다양한 사람들로부터의 정보와 의견들을 함께 종합할 수 있다는 것은 인터넷 뉴스 시대의 큰 장점이겠죠.
13/05/22 17:14
수정 아이콘
포털과 실시간검색어가 만들어낸 폐해고, 오히려 상황이 더 악화가 되는 현실입니다.

뉴스캐스트에 빠져들어서 거기서 나오는 낚시기사로 벌어들인 PV가 뉴스스탠드로 바뀌며 최소 반토막이 나니까 더 난리가 난 상황이구요, 심하게 표현하면 언론사라고 표현하는 인터넷 연예뉴스 사이트들 기사중 80%는 PGR 유머게시판 평균 조회수만도 못한 PV가 나옵니다.

15%정도는 비슷한 숫자 5%정도의 기사가 그나마 제법 되는 조회수가 나오는 상황이구요. 계속 던지기식 기사가 발행이 되니 독자의 입장에선 중첩되는 정보속에서 올바른 정보를 찾기가 너무 힘들어진다는게 문제점이라고 봅니다.
사티레브
13/05/22 17:11
수정 아이콘
뻘플이지만 공백보완효과는 너무 야하더라구요

아무튼 그런 것들을 지인이나 관계자 등으로 둔갑한 망상을 찌라시로 뿌리고 그것에 인터넷여론이 동요하면 이러이러한 추측에 네티즌들의 반응은 이렇다 로 기사를 양산해내니 제대로된 기사가 뭔지도 판단이 힘들어지더라구요
어제 밤에 터진 손호영 관련한 일만 하더라도 아침에 여자친구에게 어제 이런일이 있었다 라고 말해주면서 정리된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데 마땅히 보여줄 것을 콕집어서 이게 정리가 잘된 기사야 할만한걸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13/05/22 17:20
수정 아이콘
공백보완효과 적용한 사진들을 저 단어랑 김전일 부분 찾느라 검색하다 봤는데 허허허허... 인간의 상상력이란게 -_-

사실 아직 정확하게 다 밝혀진건 없는데, 여자친구랑 싸웠다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된것 같다 라는 말이 기사를 통해 점차 확대생산되고 이상한 방향으로 말이 돌게 되는 상황이 안좋은터라.

지면의 한정이라는 시스템 덕분에 정보의 정제 및 가공이 이뤄졌는데 그런것들이 잘 안되어가고 있다는게 너무 안타깝습니다. PGR 불판에서 어제 임대인 임차인 글을 보며 정리되거나 새로운 것들을 알게되는 이런 부분들이 기사로 등장하는게 맞는데 현실은 그냥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만 반복이라는것도 그렇구요...

부동산 관련 부서 기자가 있다면 묻거나, 아는 부동산쪽 회사들에만 취재관련 코멘트 따도 5년이라는 구두형식의 계약이 있다(하지만 임대는 2년 계약으로 한다) 무엇이 있다는 부분에 대해 기사도 쓸 수 있었을텐데 그런 기사는 제가 못본건지 안나오더군요...
그땐그랬지
13/05/22 17:15
수정 아이콘
"지인, 측근에 따르면" 이런 기사는 "그냥 줏어들은 소문에 의하면" 으로 해석하면 될듯 합니다.
13/05/22 18:18
수정 아이콘
거의 90% 이상은 그렇게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카키스
13/05/22 18:04
수정 아이콘
핵심을 매우 정확히 짚은 글을 보게 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13/05/22 18:18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페스티
13/05/22 18:06
수정 아이콘
고민해본 적이 없는 내용이라 무릎을 치게 되는군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13/05/22 18:19
수정 아이콘
익명이라는게 취재원 보호가 아닌, 그냥 언론을 위한 도구가 될때 생기는 문제점이 요즘 점차 심화되는 느낌이라서 말이죠..
후후하하하
13/05/22 18:24
수정 아이콘
뉴스나 신문은 여러가지 요소가 엮여있어서 본래 언론의 역할을 하기가 힘든 면이 있습니다.
그 매체들이 수익을 얻는 방법은 대기업에 의한 광고와 판매부수인데 지금은 거의 대부분 대기업 광고에 의존하고 있죠.
사실관계에 광고주가 포함되어 있다면 위의 공백효과가 발생하는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판매부수에 영향을 받게되면 독자가 원하는 방향에 맞추어 요구들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고 초점이 본래의 사실보다 다른 곳에 맞춰지게 되겠죠.
알파스
13/05/22 18:24
수정 아이콘
지금은 강자든 약자든 언론플레이를 잘해야된다고 봅니다. 언론플레이 못하면 그냥 나쁜놈 되는거죠. 언론이란게 사실만을 말하는것이 절대 아닌데도 언론에서 나왔으니 그냥 사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많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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