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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3/10/06 05:22:33 |
Name |
다리기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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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LOL] 파란만장 롤 생활의 종지부를 찍다. |
반말체가 그나마 나을 것 같아서 반말체로 작성함에 양해를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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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리그오브레전드 한국 서버 오픈과 함께 롤을 즐기던.. 아니 즐기진 못하고 그냥 열심히 하던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스크롤이 부담이 된다면 5번만 읽으셔도 제목에 어울리는 본문이 될 것이다.
1. 카오스에 빠져있던 그가 롤을 만나다.
요즘 세계를 들썩이는 게임이 있다는 소식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안티, 디스펠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 창고도 없어서 매번 집에 가서 아이템을 사야한다고 했다. 에이, 그게 뭐야. 카오스가 훨씬 재밌고 고차원적인 맛이 있다고 생각했다.
2. 본격적인 리그오브레전드 생활.
한국 서버 오픈 후 3일만에 접하고, 몇 주가 지나서 본격적으로 빠져든 롤은 말 그대로 생활이었다. 친한 형과 동생과 또 친구들과..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3명이서 거의 합숙생활을 했다. 잠에서 깨면 밥을 먹고 PC방을 가서, 배가 고플 때까지 게임을 하다가 거기서 뭔가를 먹고, 또 배가 고플 때까지 게임을 하다가, 뭔가를 먹든지 너무 졸리면 가서 잠을 잤다. 그리고 잠에서 깨면 밥을 먹고 PC방을 갔다.
프리미엄 PC방이 보급되기도 전의 일이다. 로테이션으로 사용할 수 있는 10개 챔프와, 근근히 모은 IP로 챔프를 사서 게임을 하면서도 하루에 10시간 15시간을 플레이했다. 나는 한달도 안되서 30레벨을 찍고, 한달만에 200승을 찍었다. 게임 주제에 희로애락을 다 느끼게 해준다는 점이 아주 헤어날 수가 없게 만들었다. 물론 희락보다는 노..의 비중이 크긴 했지만.
3. 랭크
200승을 찍고 금방 랭크에 뛰어들었다. 왜? 나는 남들보다 잘하는 것 같으니까.
그런데 갖은 욕을 먹으면서 배치가 끝나고 조금 더 지나서 얻은 1100점이 현실이었다. 시즌2 초기 플레티넘, 골드, 실버, 브론즈가 있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실버는 된다. 무조건 되야 한다. 근데 1100이면 브론즈도 안됐다. 언랭크드.. 랭킹에 참여할 수도 없는 점수였다.
자존심 상 1400점은 찍자. 일반게임은.. 음 400승? 거기서 멈추자.
그 목표로 3월, 4월, 5월, 6월이 지났고 시간은 흐르고 랭크 점수와 일반게임 승수는 점점 쌓여만 갔다.
어느 날 2200점 이상부터 다이아라는 계급이 생긴다고 했다. 200점 가까이 올려야된다고 보니 너무 귀찮았다. 플레티넘 테두리로 만족하기로 한다.
나름 2000점 이상 쉔 승률 1위, 뽀삐 승률 1위 다승2위.. 였던 순간도 있어서 혼자 뿌듯했던 차였다. 아 물론 뽀삐는 하지마세요.
4. 시즌3
소프트 리셋 후 배치를 봤는데 1400점이 됐다. 자존심 상 플레티넘은 달아야 했기에 1850을 맞춰놓고 랭크를 안했는데 리그제로 바뀌었다.
시간이 지나고 랭크 인플레가 일어났을 무렵, 어떤 계기로 열심히 솔로랭크를 해서 다이아를 달았다. 연승을 달리면서 다이아2까지 찍었다.
이제 안 떨어지니까 만족했다. 간간히 게임하다가 다이아4까지 강등 됐다가 다이아2까지 올리긴 반복.. 어느 날 오기가 생겨서 다이아1을 목표로 달리다가 부끄럽지만 어뷰징을 통해서 마지막 승급전을 이기고 다이아1을 찍었다.
그리고 바로 연패 강등. 시간이 지난 뒤 제대로 다이아1을 찍은 게 현재. 스샷에 비해서 전적이 월등히 많은 건 기분탓이겠지.
5. 오늘
맥주 한 잔 하니까 랭크가 하고 싶다. 폐를 끼칠 정도로 많이 마시진 않았다. 오케이.
큐가 잡힌다. 원딜이 남는다. 무난한 게임. 무난하게 미드정글이 터지고 봇으로 4인 다이브가 들어온다. 서렌.
다음 게임은 미드를 칼픽한다. 좀 밀리는 게임이었지만 미드원딜이 상대의 던짐을 잘 받아먹었다. 승리.
픽벤창에서 3명인지 4명인지 아주 시끄럽다. 쉔 남았는데 할 사람? 정글쉔감. 정글쉔 하지말지. 쉔그럼 누가함?
아..
쉔은 시즌2, 3에서 쏠쏠히 꿀을 빨았지만 지금은 정글로 보내기 싫어서 내가 탑쉔을 잡는다.
픽벤창에서 너무 말이 많고, 시작 전부터 정글러에게 미드와라 봇와라 등등 이건 뭔가 심해 시절의 향수가 느껴진다. 아 물론 여기도 심해지만.
우리는 퍼블. 시작하자마자 탑으로 가자는 핑이 찍힌다. 미드에 와드 하나 하고 오세요. 서포터에게 얘기한다. 핑을 찍는다. 미드에 와드 하나.. 채팅은 세 번정도 핑은 5번 정도를 찍는다. 전혀 생각이 없어보여서 마음이 급했다. 하지만 서포터는 그냥 탑으로 왔다.
그리고 탑에 어느정도 있다가는 안오네, 하고 레드 밑 부쉬로 갔다가 퍼스트 블러드를 준다. 이렐리아가 먹었다. 괜찮다 나는 쉔이고 쉔이 원래 더 나으니까.
라인전을 한다. 도란방패에 플라스크를 들고 온 이렐리아가 라인을 쭉 밀고 리콜을 탄다. 탑 미아를 찍어준다. 우리 미드정글은 적 정글에서 소모적인 신경전을 하고 있다. 리콜갔던 이렐리아가 합류에서 우리 정글러를 죽이고 쌍버프를 획득한다. 쉔은 슬프지만 밀던 라인의 미니언과 합세해서 라인에 막 복귀한 이렐리아를 잡아내는데 성공한다. 기분이 좋다. 우리 팀이 퍼블을 주고 추가킬과 쌍버프를 줬지만 보아라! 나는 스스로 쌍버프와 킬을 받아냈다!
쌍버프를 찾으러 적 정글이 갱을 온다. 플레시가 빠지고, 또 온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궁을 활용해서 도망간다. 좋아, 적 정글이 탑에 묶여있으니 다른 곳에서 이득을... 트페가 궁을 타고, 신짜오가 과감하게 달려든다. 이즈리얼이 적 봇듀오를 향해 궁극기를 날리고 허공을 가른다. 적 타워가 맹렬히 포격을 가한다. 4인 갱킹은 데스만 남긴 채 끝이 났다. 그리고 게임도 끝났다. 정치 끝에 궁을 안써준 쉔을 리폿하기로 하고 넥서스를 내어준다. 정치당한 쉔은 같이 욕도 해보고 싸우지만 별 수 없는 걸 안다.
블루팀 1픽이니 적당한 픽밴 후 리신을 칼픽해보자.
이번엔 픽밴창도 조용하고, 서폿도 알아서 와드를 하고 핑 하나에 척척 움직인다. 인베이드에서 리신이 퍼블을 먹고 두 번째 킬을 먹으려고 날아갔다가 킬을 헌납한다. 1:1 나쁘지는 않다. 상대 바텀이 킬을 먹어서 좀 밀릴 수 있겠으나 퍼블먹은 리신은 강하다.
1렙부터 물약이 다 빠진 우리의 아리를 돕기 위해, 퍼블의 힘으로 가지고 간 2와드를 쓰며 오리아나를 무리하게 쫓던 중 미드정글 2대2 싸움이 일어나고, 서로 사상자 없이 빠진다. 그 이후 다시 적정글로 들어간 리신은 아무무의 쌍버프를 뺏은 뒤 탑으로가서 타워안에 있는 적 리븐을 암살하고 살아나오는 데 성공한다. 느낌이 좋다.
이후 탑은 솔로킬이 다시 나오고, 리신은 계속해서 적 오리아나를 견제하고, 적블루타임에 리콜 간 아리를 뒤로하고 혼자 적 블루로 뛰어들어 오리아나의 블루를 아무무가 먹게 만들었다. 아리에게 블루를 주고, 봇으로 달려 하나를 잡고, 나머지 하나를 킬 양보 하다가 우리 원딜의 플레시도 빠지고 어시도 못먹었지만 어쨌든 팀의 2킬을 냈다. 그러던 중 아리가 갱을 당했고, 궁으로 살아가나 싶더니 맘이 변해 죽고 싶었는지 앞무빙을 해서 킬을 주고 만다. 적 오리아나 아무무의 체력 상황이 좋지 않아 qqeer 와드w 플레시eeqq로 더블킬을 낸 리신은 바텀으로 뛰다가 윈도우 창을 보게 된다.
읭? 이게 왠 바탕화면... 사운드는 여전히 들린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적이 미쳐 날뛰고 있습니다. 후퇴 핑 핑 핑 핑. 제압 당했습니다.
아군이 당하는 곳으로 무빙 클릭이 되있던 리신은 장렬히 500원을 준 것으로 유추되지만.. 내 컴퓨터는 게임을 보여줄 생각이 없다. 이것저것 누르다 보니 컨트롤 키가 고정이 되있는 걸 발견했다. 쉬프트 고정키가 발동된 줄 알았는데 처음 보는 경우다. 컨트롤키가 쓰러지지 않아....
채팅창이 마구 올라오는 소리가 들리고... 아군이 당한다. 차분해 진다. 컴퓨터를 재시작 해놓고 보니 다시 들어가면 내가 지금껏 풀어놓은 것과 상관없이... 욕이란 욕은 다 먹을 게 뻔하다. 늦게 접속해서 인베이드를 당했다며 20분 서렌게임을 만들어낸 정글러한테 폭언을 쏟던 코르키가 생각나고, 접속 때 PC방 컴퓨터가 다운되서 재접속 했더니. 님도 미안하니까 이런 똥겜을 계속 하고 있겠죠, 라고 비꼬았던 빠른별도 생각난다.
PC방 사장님이 와서 뭐가 잘 안되나? 하고 물어본다. 아네 그냥 계산해 주세요.
6. 현자 타임
아.
나는
고시생이었구나. 그것도 올해로 3수. 아마도 4수가 멀지 않은 느낌의 3수생 말이다.
그만 하자.
마지막 게임의 팀원들에겐 미안했지만 잘 하던 정글러가 접속이 끊겨서 재수없게 진 한 게임으로 스쳐지나가겠지..
나에겐 그게 1년 9개월을 잡아먹은 게임의 마지막이 되었다.
남은 거라곤
우와, 다이아1이에요? 일반 게임이라도 하다가 한 게임 못하면 어떤 욕을 들어도 할 말이 없는 고랭크 껍데기.
4000~5000게임 정도의 리그오브레전드 플레이 경험. 얻은 게 없진 않지만 그 댓가는 시간이었다. 누군가에겐, 사실 나에게도 1분 1초가 소중한 그 시간.
7. PGR
LOL. 즐길만큼 즐겼고, 그 시간들을 후회하진 않을거지만, 한 순간에 없었던 일처럼 내려놓기에는 너무 긴 시간이다.
뭐라도 하나 남겨야겠다 해서 찾은 게 PGR이다. 2004년에 가입하는 방법을 겨우 알아서, 지금까지도 놓을 수 없는 PGR. 여기에 나름의 마지막 인사라도 남기면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역대 게임 중 이견이 없을 대세인 롤. 그 한복판에서 뒹굴다가 모른 척, 떠날 순간에 뭐라도 하나 남겨 둘, 그럴 곳이 있어서 다행이다.
8. 긴긴 푸념, 개인적인 글 봐주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 식으로 글을 남기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싶네요.
감사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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