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대 누군가가 한 말이죠
"거인의 어깨에 올라앉은 난장이"
인간의 역사 자체가... 결국 그런 것 아닌가 싶군요
방의 책상, 책꽃이를 차지하고 있는 책들
칸트, 헤겔, 마르크스, 노자, 블로흐, 바르트,
그 '거인들'의 저작들... 그리고 그 저작들을 씹어 읽으며
이 위대함에 몸을 떨기도 하며, 늦게 태어나 이 거인들의 흔적을 탐색할 수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 아닌가, 별 어려움 없이(?) 위대한 흔적들을 사유의 틀로 빌려 올 수 있다는 것은 혜택이 아닌가 생각도 해보고,
반대로... 늦게 태어난 것은 일종의 '죄'
그 거인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한탄하기도 하고
(물론, 제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이거죠)
그래도, 진지하게 남이 가 본 적이 없는 길을 찾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비의를 찾아 여행하는 방랑자들이 남아 있다면, 지금 '난장이'인 그들도 언젠가는 '거인'으로 불릴 겁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이상향을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인간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거인'들은 나타날 것입니다.
(같은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이를테면, 사랑의 표현, 사랑의 언어를 사용한다 할 때...
결국 "사랑합니다"의 그 하나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이런 표현 저런 표현으로... 뒤집고 메치고 엎어치고 은유하고...
그래 봤자 이전의 누군가, 혹은 다른 공간의 누군가가 이미 사용했거나
사용하고 있는 표현들이지요... 거의, 그렇습니다.
밀란 쿤데라의 말마따나, "몸짓은 유한하다"라는 것인데
독창적이라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은 아닐까...
한때 문학을 공부한 이사람... 가끔 '독창성'이 불가능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
우울할 때도 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임 리그에서 각광받는 신진(?) 플레이어들
스타일상의 약점이 거의 없고 밸런스가 잘 잡혔다는, '완성형'이라는
평가를 받는 플레이어들이 있지요... 그 플레이들은 '한계'에 도달한 것이 아닌가
더 이상의 발전이 가능한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그야말로 '극강'에 '극한'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완성형' 플레이어들이 어느 날 갑자기 뚝 떨어진 것은 아니겠지요...
프로 게임 리그 역사(?)의 당연한 귀결, 산물이라 말한다면 억측일까요
'노장' 소리를 듣는, 리그 무대에서 지금은 그다지 성적이 좋지 못한 플레이어들
프로토스, 저그, 테란... 각 종족의 전략과 전술을 플레이의 패턴들을 만들어 낸
플레이어들, 그리고 지금은 무대에 없는 플레이어들을 기억하고 싶은 이유
그리고 내가 다 기억하지 못한 그들에게 늦게나마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
처음 출시되고 수입된 당시의 스타크래프트와 지금의 스타크래프트는 얼마나 다른가요
게임 리그의 첫 출발과 지금의 게임 리그의 마당의 크기는 또 얼마나 다른가요
그 '다름'을 가능하게 한 사람들이, 바로 '노장' 플레이어들 아니겠습니까...
(이 사람, 게임리그 역사(?)에 대한 지식이 일천해서 그 많은 플레이어들을 기억하고 이름을 열거할 수가 없군요...)
'로망'이 있는 플레이! 개인적으로, '완성형'의 플레이어들 보다는
'로망'의 플레이어들을 좋아합니다만... 뭐, 결국 그런 것도 개인 취향일 테지요...
저번에, 대나무류 조정현 선수를 응원하는 열성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죠...
다시 생각해 봐도, 정말 멋진 선수에 멋진 팬들입니다. 그 건강한 열정들 쉬이 식혀버리지 말고 꾸준히 이어나가셨으면 합니다.
그래도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가 부진하면 아쉬운 건 사실이네요 -_-;
(이 사람이 응원한 '노장' 선수는 누굴까요... 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