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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04/21 10:49:49 |
Name |
The Siria |
Subject |
MWL 그들이 걷는 길(21) -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달콤한 축배를 든다, 이성덕. |
Phoenix_Soju라는 이름은 재야에서 상당히 유명했다.
클랜의 동료인 Remind와 함께, 팀플로 명성을 날렸고, 개인전에서도 상당한 이름을 떨쳤던 고수였다. 방송에 단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사람치고는 그 이름이 굉장히 높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문제는 재야에서 아무리 이름이 높아도, 그것은 한계가 있다는 점이겠다.
방송이라는 것은 힘이 강해서, 방송에서 잘 하는 사람에게는 칭송이 돌아가고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것이 그만큼 더 쉽게 되는 것이다.
지금이야, 당대 최고라고 누구나 인정하는 장재호지만, 처음 데뷔했을 때는 재야에서 불려진 자신의 명성에 미치지 못했으며 이 점은 그가 ROC에서는 별 다른 인상이 남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사실, 그렇다. 여전히 그의 이름보다는 그의 아이디가 더 낯이 익는 것이 사실이라는 점은.
그리고 그것은 그가 아직 자신의 기량을 보다 더 많은 대중들 앞에서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하고 많이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것과 동의어라는 사실이겠다. 인식의 기회가 생각보다 적었다는 점일 텐데, 하기야 그는 이 번이 자신의 개인전 처음 무대이다.
그간 숱하게 예선에서 좌절하고, 그렇게 재야의 고수로만 남았었는데, 드디어 재야의 고수에서 만인의 고수로 화려하게 탈바꿈할 기회를 얻은 것이리라.
센티널.
등단하는 사람에게는 어쩌면 저주스러운 종족일지도 모르겠다.
상대하는 종족도 센티널에서 무진장 짜증을 내고, 상대하기 어려워 하지만, 상대적으로 신예인 센티널의 선수들도 골치가 아프기는 매한가지가 아닐지. 어지간하게 잘 하지 않으면, 빛을 보는 것은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센티널은 우승도 거의 놓치지 않았다. 결승에 빠진 적도 없다.
평범한 성적 가지고는 고수라고 명함 내밀기 참 힘든 종족이다.
그런 종족에서 신예가 이름을 떨치기 위해서는 정말 압도적인 성적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확 끌던가, 아니면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지더라도, 사람들의 인상에 각인을 시켜버리는 좋은 경기 내용을 보여주던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질 것 같지 않은 경기를 통해 자신의 강력함을 증명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엄연히 이성덕이라는 이름은 방송에서는 낯설다.
아이디로 더 유명하지, 이름을 주로 쓰는 방송에서는 그 이름이 리그의 명단에 한 번도 올라가지 못한 그런 존재다. 그 상황에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담대한 결단의 모습과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는, 요컨대 많은 것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패기의 모습이 아닐지.
재야에서 쌓은 경험을 방송에서 능력으로 환산해 낼 수만 있다면, 그에게 이변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비록 조가 상당히 빡세고, 처음 방송에 등장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가혹할 수도 있는 편성이지만, 뭐 재야에서 떨쳤던 명성만큼의 실력을 보여준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지 않을지.
축배.
승리를 거두고서 드는 잔을 가리켜 축배라고 부른다.
고배.
패배를 거두고서 드는 잔을 가리켜 고배라고 부른다.
축배와 고배 사이에는 차이점이라고는 단 하나, 승리했다는 것과 패배했다는 것 뿐이다. 하나의 차이라고 해도, 그 점은 엄청나게 커서 리그 전체의 판도마저 바꿀 수 있는 요소다. 누가 이기느냐, 누가 지느냐에 따라 진출과 탈락이 변하고, 리그에서 자신의 위치가 한 순간에 달라져 버린다.
재야의 고수. 센티널의 두터운 선수층 아래에서 진정한 방송의 고수로도 거듭날 수 있을지, 그에게 이 번 시즌은 그래서 중요하다.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조가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의 힘으로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다면, 그의 이름은 더욱 사람들의 가슴에 진정으로 각인이 될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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