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4/12/27 13:43:18 |
Name |
AIR_Carter[15] |
Subject |
최근 오크와 휴먼의 부진에 대해 |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글 올려보네요.
3개월째 인터넷을 연결 안하고 있는 상태라서 워3리그 vod도 못보고 있습니다. OTL 래더도 하고 싶고 리그도 보고 싶은데 못보고 있어 금단증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면 저도 모르게 무릎 위에 손이 올라가서 마우스질을 하고 있습니다. -_-
잡소리는 이만 줄이고 요즘 양대 리그에서 오크와 휴먼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면서 언나크래프트가 도래한거 아니냐? 라는 말들이 많습니다. 그러한 이유와 종족들의 특징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봤습니다. 객관적으로 쓰려고는 했지만 주관적인 의견도 많을 테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휴먼의 약세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요즘 들어 가장 많이 보는 글이 '휴먼도 이제 라지컬만 고집하지 말고 새로운 전략을 만들어내야 한다'라는 글입니다. 워크래프트3에서 전략의 다양화가 가능하려면 가장 첫 번째 조건이 빠른 기동성과 견제에 적합한 조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엘은 특유의 기동력으로 두말 할 것도 없고 언데드도 언홀리오라의 보호를 받으며 지속적인 견제가 가능하죠. 오크도 파시어의 울프와 그런트라는 막강한 조합으로 견제에 정말 적합한 조합입니다. 그러나 휴먼에게는 이것이 제약적입니다. 휴먼도 초반에 풋맨을 동원해서 1,2,3렙 찌르기 등을 할 수야 있지만 그 찌르기 이후 후속 찌르기는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상대방의 본진까지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다시 찌르기를 가봤자 이득보다는 오히려 손해가 크죠. 이런 견제가 불가능 하다보니 소수 유닛을 운용하는 시간이 상당히 적습니다. 거의 없다고 봐야겠죠. 다른 종족들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 견제에 필요한 병력만 갖춘 채 테크업이나 체제변환이 가능하지만 휴먼은 견제가 불가능하기에 항상 유닛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사냥을 빠른 시간 내로 마쳐야 하고 불시에 닥쳐오는 상대방의 병력과 전투를 벌일 수 있는 병력을 항상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적의 병력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없으니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해서 병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냥조차도 원활하게 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점이 라지컬 이외의 전략은 실행하기 힘들게 하는 요소인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전략의 단순화와 함께 패턴이 단조로워지면서 전투시 전술적인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거나 초반 찌르기때 많은 이득을 챙겨와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요즘 휴먼의 승리패턴이 이러하더군요.
요즘은 포스가 많이 약해졌지만 박세룡선수가 제 5의 종족으로까지 불리던 시절 그의 플레이를 돌이켜보자면 휴먼답지 않은 과감하면서도 반 박자 혹은 한 박자 빠른 찌르기가 많은 효과를 봤습니다. 그래서 그의 플레이를 보고 있자면 휴먼답지 않은 스피디함이 느껴집니다. 또, 오창정선수도 보통 휴먼들보다 한 박자 혹은 두 박자까지; 빠른 러쉬를 감행하고 여기에서 이득을 충분히 얻어낼 수 있는 전투력을 지녔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고 봅니다. 김태인선수의 경우는 이런 빠른 움직임보다 전투시 놀라운 전술적 능력을 보여주면서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합니다.
예로 든 세 선수 모두 스타일은 약간씩 다르지만 전술적 능력을 탁월하게 발휘해내면서 승리를 챙겨 가는걸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휴먼의 기동성이 상당히 제약적이기에 지금과 같은 패턴에서 많이 벗어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전술적 능력의 극대화가 휴먼의 살길이라고 생각되어지네요. 이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거라 생각하기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제 오크의 경우로 넘어가보자면 많은 유저들이 말하길 '오크 너무 세!!'라고 말하십니다. 오크는 이제 오리지널과 프로즌 스론 초창기시절처럼 암울한 종족이 아닙니다. 오히려 강한 종족이죠. 근데, 유독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못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상경력이 꽤나 있습니다만 그건 오크가 아니라 이중헌, 황태민, 그루비가 좋은 성적을 올렸다고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제외하면 최근에 xp 효도리그에서 [아이디가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 오크유저가 우승한 게 전부입니다.
그렇다면 왜 오크가 이렇게 세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할까요? 최근 대회들의 오크의 예선 통과를 보면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닙니다. 그러나 왜 본선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가. 그건 상대의 예상치 못한 전략이나 상황이 닥쳤을 때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그런트 위주의 병력구성으로 나이트엘프를 압박하면서 분위기가 좋다가도 키메라가 갑자기 2-3기 떠버리면 지상병력 위주였던 오크는 갑작스런 변화에 우왕좌왕하다 그대로 역전 돼 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정찰을 통하면 충분히 대처가 가능합니다만 극단적인 예입니다.
상대의 갑작스런 체제변환에 가장 대처하기 쉬운 유닛들은 비스터리 유닛들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유닛들의 인구수를 보면 3이나 4입니다. 한마디로 순식간에 다수를 뽑아낼 수 없다는 것이죠. 이러한 점이 상대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처하기 힘들게 합니다. 오크의 경우 뒷심부족이라는 말을 꽤나 많이 듣게 되는데 비싸고 인구수를 많이 차지하는 유닛들 때문이라 봅니다. 유닛자체의 효율성은 정말 탁월하지만 앞서 말한 점 때문에 유연한 체제변환이 힘든 게 사실이죠.
오크로써 성적이 좋았던 이중헌선수나 황태민선수가 잘나가던 시절의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정말 유연한 운영을 잘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황태민선수야 현재 진행형이고 이중헌선수는 오리지널 시절에는 플레이가 참 변화무쌍했습니다만 프로즌스론 들어서는 좀 더 힘에 치중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둘의 공통점을 들자면 바로 비스터리 유닛들을 잘 사용한다는 겁니다. 비스터리에서 나오는 레이더, 윈드라이더, 뱃라이더 모두 다재다능하고 기동성도 좋은 유닛들입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많은 인구수 덕에 유연하게 체제변환을 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오리지널 시절에는 그런트를 쓰면 낭만이었고 얼마 전까지는 오크는 그런트를 잘 써야한다는 말이 있었지만 이제 는 그런트로 초반 운영을 잘 이끌어가고 비스터리쪽으로 유연하게 잘 넘어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황태민선수의 플레이가 이렇죠]
간략하게 간추려 보자면 상대방의 카운터나 혹은 럭키펀치에 쓰러질 확률이 가장 높은 종족이라 생각합니다. 막강한 파워와 좋은 맷집을 지니고 있지만 유리턱인 복서로 비교하면 될 것 같습니다.
언데드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약간은 단조로운 전략일 것 같습니다.
언데드의 유닛이나 영웅선택을 보면 꽤나 단조롭습니다. 리플레이를 보더라도 '오!! 특이하다'라고 할만한 게 별로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단조로움이 오히려 더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자주 사용하는 조합과 패턴이기에 그만큼 전략적 완성도도 높고 전술적 능력도 극한까지 갈고 닦은 것이죠. 언데드 유저들의 플레이를 보면 '저 유닛 혹은 영웅이 저렇게까지 사용이 가능하구나'하고 감탄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단조로움은 상대방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그에 맞는 맞춤운영을 하면 힘없이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점이 언데드가 강세를 띄면서도 유독 우승과는 거리가 먼 이유가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그래도 크립트와 슬래터 하우스만으로도 상대의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연함과 gg를 치기 전까지 최후의 카운터펀치를 언제든지 날릴 수 있는 종족인 것 같습니다.
나이트 엘프의 경우는 다수의 유닛보유가 가능한 것과 유연한 운영이 가능한점이 장점인 것 같습니다.
흔히들 나이트엘프의 병력은 너무 맷집이 약하다고 하십니다만 다수의 병력으로 인한 순간적인 화력은 그 어느 종족보다 탁월합니다. [영웅의 스킬을 제외한 순수 유닛들의 화력입니다.] 워크래프트는 유닛들의 체력도 높고 힐링스크롤 같은 요소들이 있기에 꽤나 오랜 시간동안 싸웁니다. 그러면서 시시각각 전황이 바뀌기도 하죠. 그러나 다수의 유닛들이 뿜어내는 화력이나 다수의 유닛이기에 약한 맷집에도 오랫동안 싸울 수 있는 점이 바로 나이트엘프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전투에서 상대 영웅들의 AOE 스킬에 몰살당하면서 경험치로 모두 환산되버릴수도 있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타종족에 비해 손쉽게 멀티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유리하게 작용합니다. 나이트엘프가 역전을 하는 시나리오를 보면 언데드처럼 순식간에 흐름이 바뀌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흐름이 넘어와서 역전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어영부영이라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이는 손쉬운 멀티와 빠른 다수 유닛 확보 그리고 지속적인 찌르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라 봅니다. 큰 대미지를 입었더라도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대미지를 입히면서 자신의 대미지는 복구하는 끈질긴 종족이죠.
결론적으로 오크, 휴먼은 약하고 언데드, 나이트엘프는 강해!! 라는 식으로 돼 버린 것 같은데, 두 종족의 강세의 이유에는 잘하는 선수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니 잘한다기보다 자신의 종족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극한까지 다룰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다른 종족의 선수들도 보면 잘하는 선수들은 정말 많지만 극한까지 다루는 선수는 제 기준에서 볼 때 언데드, 나이트엘프에 비해 적다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그만큼 극한까지 도달하기 어려운 종족일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잠재치가 높다는 것으로도 생각해봅니다.
사실 이렇게 극한까지 다룰 수 있는 선수들이야 말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것이기에 조금은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차기 시즌에는 좀 더 선수들의 발전과 고른 종족분포를 기대해봅니다.
인터넷이 안돼서 자료가 좀 부족하다보니 여러분의 생각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점은 의견제시해주세요. -_-)/
쓰다보니 속된말로 더럽게 길게 썼는데 저에게 수고했다며 격려금을 제 계좌로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는 아니고; 좀 더 선수들에게 환호와 격려를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모로 상황이 힘들지만 많지 않은 나이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프로게이머분들에게는 팬들의 응원이 필요합니다. 누구나 칭찬을 받으면 좋아하듯이 팬들의 힘내라는 짧은 응원 글이나 응원소리에 프로게이머들은 힘을 냅니다. 이때 옷을 찢으면서 헐크로 변신하는 세레모니를 펼치면 재미있겠네요. 하하
워3 프로게이머분들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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