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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5/12/05 05:15:41 |
Name |
시퐁 |
Subject |
장용석의 전향, 그리고 단상. |
1. 그는 귀여운 나이트엘프였다.
그의 등장에서 단연 화제가 되었던 것은 외모였다.
카와이라는 말이 문제가 된다 하여 방송에서는 '귀여워'나엘로 불리운 적도 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그 별명에 관해 단지 '팬들의 관심' 이상의 가치를 두진 않는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하얀 피부, 커다란 눈이 멋들어지긴 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은 안다. 그가 치열한 게이머의 세계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정상에 등극한 사실을.
그에게 있어서 외모로 평가받는다는 것만큼 치욕적인 것은 없다는 사실을.
2. 아아, 장재호. 역대 최강자 장재호.
올 초 온게임넷 워3 리그에서 장용석의 기세는 무서웠다.
그러한 엄청난 기세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장재호의 우승을 예견했다.
장재호의 당시 플레이는 한때 그의 닉네임이었던 '판타지 스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기발한 전략과 전략을 성공시키는 운영, 그의 플레이 하나 하나가 트렌드가 되었고
언데드 최강국인 한국에서 오히려 나이트엘프를 부각시켰으며
MBC 게임에서만큼은 지존이라 불리우던 그가 결승에 올랐을 때
사람들은 비교적 '지루하다'고 평가받는 나나전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관심을 집중시켰다.
워3에서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할수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장용석이 1위로 결승에 직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화제는 판타지 스타였다.
3. 장용석, 그는 대세일 뿐이었나.
그래서였을까, 나는 오히려 장용석을 응원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언데드인 강서우를 장재호가 완승으로 누르고 올라와서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많은 이들의 예상을 뒤집는 새로운 '영웅'의 탄생을 기대해서였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은연중에 '장재호'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었다는 것을 고백한다.
장용석이 우승한다면 '이변'이라고 불리울만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는 경기도 하기 전에 내 마음속에 이미 '준우승자'라고 정해져버렸고
그리고 2경기까지 2:0으로 물러설 곳이 없어진 그를 보며
나도 모르게 '아, 역시 장재호인가'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1경기의 올인 역전과 2경기의 프로텍터 러쉬, 그 모두를 성공시키는 모습이
어찌 그리 뚫기 힘든 벽처럼 느껴졌을까.
4. 나는 그의 스타폴을 사랑했다.
내가 느낀 벽이 그에겐 그다지 큰 것은 아니었나보다.
오히려 장용석의 눈은 불타올랐고 얼굴 근육은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그리고 4경기, 센티널의 두 영웅이 처절하게 서로를 공격하는 모습이
어떻게 그리 아름다울 수가 있는지.
그들의 세계는 환상의 전장이었다.
병력의 싸움, 극강의 컨트롤, 난무하는 마법속에
치열한 밤이 왔고, 또 다시 낮이 왔다.
그리고 스타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유성우 속에서
장용석은 승리했고 장재호는 패배했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가 모두 빛났던 경기가 어찌 그리 흔하랴.
이것이 워크래프트3다, 이것이 프로게이머들간의 경기다.
부르짖던 캐스터의 환호마저도 부족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탄성이 이어졌고, 환희가 밀려왔다.
나는 그의 스타폴을 사랑했다.
아니, 그들이 보여준 환상을 사랑했다.
5. 그리고, 전향.
추억은 던져진 돌과 같아서 돌아보지 않아도 마음 속에 남는다.
내 삶의 최고의 경기를 본 그날 마시던 술잔이 기억에 남고
향기가 입에서 되살아난다.
그러나 나는 그의 전향을 안타까워하지는 않는다.
추억이란 더 낳은 미래를 위한 과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가 내게 보여준 그날의 아름다움을, 백일몽같은 두근거림을
언젠가 다시 보여주리라 믿는다.
전향의 이유를 굳이 따져서 무엇하나,
어떻게 이루어진 전향이든, 어떻게 내린 선택이든
나는 그에게 환호하리라. 꿈같던 그날의 추억을 믿기에.
Freedom, 그 상징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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