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가를 꼽아보라고 하면 저는 스티븐 킹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러브크래프트의 계보를 잇는 공포소설의 대가이면서 작품성도 탁월한 작가이기도 하죠. 스티븐 킹의 소설들은 영화나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제가 스티븐 킹의 소설을 좋아해서 처음에는 소설을 소개하려다가, 영상화된 작품들을 소개하는게 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거라 생각되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스티븐 킹의 소설들을 소개해 볼까 합니다.
본문에 스토리와 결말이 포함된 리뷰 영상이 들어가 있으니 스포를 원하지 않는 분들은 주의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래도 킹 소설은 공포물이 주류다 보니 무서운 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포물에 내성이 약한 분들은 영상을 누르지 말아주세요 ㅜㅜ
그럼 공포소설의 제왕의 작품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캐리
스티븐 킹의 첫 장편소설이자 출세작인 캐리입니다. 폐쇄적인 가정환경과 따돌림을 당하는 학교생활로 고통 받는 소녀 캐리가 변화를 꿈꾸어보지만, 결국 좌절하고 초능력을 각성하여 폭주 끝에 학우들을 몰살해버린다는 스토리입니다. 총 세 번 영화로 찍어졌고, 2013년에 클로이 모레츠 주연으로 리메이크 되기도 했지요.
스티븐 킹은 본인의 자전적 작법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캐리가 쓰여지게 된 과정과 작가로써 성공하게 된 사연을 설명합니다. 그가 어릴 적 윗 문단에 적힌 줄거리처럼 왕따를 당하는 소녀가 있었고, 괴롭히는데 가담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도와주지도 않았던 씁쓸한 기억을 떠올린게 캐리를 쓰게 된 계기라고 밝혔죠. 초고를 쓰고나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스티븐 킹은 원고를 휴지통에 버렸지만, 그걸 아내 타비사가 읽게 되었고 훌륭한 소설이니 계속 쓰라고 응원을 해줬죠. 10대 사춘기 여학생의 심리를 모르겠다며 자신 없어 하는 남편을 도와 소설을 완성하는데 기여를 했다고 합니다.
캐리를 쓰기 전까지 스티븐 킹은 가난했습니다. 낮에는 기간제 영어 교사로 일하고 밤에는 뜨거운 세탁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일하느라 소금 알약을 먹어야 했죠. 장편 소설 캐리의 판권을 판매하고 나서 스티븐 킹은 40만 달러의 거금을 손에 거머쥐게 됩니다. 73년 당시 시세를 감안하면 가난한 소설가였던 킹에겐 엄청난 거금이었죠. 그는 아내에게 뭔가를 선물해주고는 싶은데 새벽이라 문을 연 가게는 없고 겨우 구입한 게 헤어드라이기 였습니다. 야간 일을 마치고 돌아온 타비사에게 40만 달러를 벌었다는 얘기를 하고 나서 두 부부는 서로를 얼싸안고 한참을 울었다고 하네요.
살렘스 롯
살렘스 롯은 75년에 발표된 킹의 두번째 장편소설입니다. 살렘스 롯이란 외딴 마을에 흡혈귀가 나타나자 주민들이 대항하여 싸운다는 스토리죠.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 이후로 유행이 지난 고딕 뱀파이어 물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써낸 작품입니다. 미드 워킹데드 같이 재난물, 좀비물 장르에서 생존자들이 서로 협력하긴 커녕 반목하거나 배신하는 클리셰가 살렘스 롯에서 비롯된 것이죠. 지금 보면 진부한 흡혈귀물이지만 당시엔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미저리
미저리는 광적인 팬 애니 윌크스에게 감금된 소설가 폴 쉘던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마약중독과 소설 집필의 압박감에 시달리던 스티븐 킹의 당시 심리를 반영한 작품이죠. 영국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다가 악몽을 꿈꾸고 그걸 바탕으로 스토리를 구상했다고 합니다. 최초 원안은 주인공이 결국 죽고 시체는 돼지 먹이로 주어졌으며 벗겨낸 피부로 책 표지를 만들었다는 결말이었다고 하네요. 이후 스토커와 사투를 벌이며 고생한 주인공을 죽이는 건 너무한 처사라 생각되서 지금의 스토리로 변경했다고 합니다.
영화에서 애니 윌크스를 배역을 맡은 케시 베이츠의 명연기가 일품입니다. 진짜 오금이 저릴 정도로 소름끼치는 연기력을 선보였었죠. 어릴 때 미저리를 보면서 주인공이 살아남는가 조마조마하면서 봤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샤이닝
Here's Johnny! 문틈 사이로 얼굴을 들이밀고 광소를 터뜨리는 잭 니콜슨의 표정이 유명하죠. 미저리와 마찬가지로 소설가가로썬 성공하지만, 인간 스티븐 킹은 죽어가던 당시의 심리가 반영된 소설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원작보다 거장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한 영화판이 더 유명한데 정작 스티븐 킹은 원작을 훼손했다며 격하게 비난을 했다고 하네요. 차후에 영화화된 미스트를 격찬한 걸 보면 영화의 완성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기 보단 허락도 없이 스토리를 변경한 감독의 행태에 화가 났던 것 같습니다.
그것
사견이지만 사람들이 광대 공포증을 갖게 되는데 엄청나게 이바지한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드라마판에서 팀 커리가 페니 와이즈로 분장한 모습만 봐도 무섭네요.
영상화는 팀 커리가 주연한 드라마와 최근에 2부작으로 개봉한 빌 스카스가드 주연의 영화가 있습니다. 최신작인 만큼 비쥬얼은 영화 버전이 좋지만 무섭기는 드라마가 훨씬 무서운 것 같네요.
극 중에서 페니와이즈가 쫌스럽게 아이들만 괴롭혀서 그렇지 실제 정체는 우주적 존재라고 하네요. 설정상 본체가 아니라 화신격인 존재라하는데 그걸 감안해도 애들이 어릴적에 한 번 퇴치되고 성인으로 커서 또 당하는 걸 보면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뭐 홍진호처럼 세 번은 안당했으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요.
공포물이긴 하지만 실제론 청소년들의 성장물입니다. 영화가 원작을 충실히 반영해서 제작됐고, 많은 미국인들이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면서 호평을 받았다고 하네요. 그러나 너무 주인공들의 성장과 사연을 꽉꽉 담아서인지 정작 공포물로 평가하기엔 심심한 면도 적잖이 있습니다.
쇼생크 탈출
스티븐 킹 원작 영화 중 국내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티비에서 틀어주면 끝까지 보게되는 마성의 영화죠 크크.
그린마일, 미스트를 영화로 찍은 프랭크 다라본트의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은 재능있는 신예 감독을 지원하기 위해 단돈 1달러에 영상화할 권한을 팔았다고 하는데 거기에 프랭크 감독이 발탁된 것이죠. 유비와 제갈량의 수어지교처럼 찰떡궁합 같은 조합이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원작소설 제목은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보상금이고, 영화 제목은 쇼생크 구원이지만 국내 개봉 제목명은 쇼생크 탈출이었죠. 탈옥이 가장 큰 반전 요소인데 제목부터 스포를 하고 있네요 크크크.
주인공 앤디 듀프레인을 연기한 팀 로빈스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쇼생크탈출 이후로 필모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헐리웃에 찍혀서 아무도 써주지 않으려 했다는데 연기력이 출중한 배우라 더 많은 영화에 출연해줬음 하는 아쉬움이 남네요. 앤디의 단짝 레드는 원작에서 흑인이 아닌 아일랜드계 백인이라고 합니다. 근데 참 레드역에 모건 프리먼을 맡긴 건 정말이지 탁월한 안목이라고 생각되네요. 쇼생크 탈출이 리메이크되더라도 레드는 모건 프리먼을 빼곤 상상도 할 수 없을 건 같습니다.
쇼생크 탈출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오랜 수감 생활에서 해방됐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한 브룩스와 달리 친구와 만남을 희망하며 레드가 앤디를 찾아 떠나는 씬입니다. 푸르른 자와타네호 바다 해변에서 두 사람이 만나는 장면을 떠올리면 저절로 감동해서 눈물이 찔끔 나네요. 희망은 좋은 거에요 레드.
영상은 얼마 전 유게에도 올라왔었던 맥주장면을 올립니다.
스탠 바이 미
스탠 바이 미의 원제는 시체이며 쇼생크 탈출이 포함된 중편 모음집 사계에 들어가 있는 작품입니다. 원작 제목 그대로 소년들이 시체를 찾으러 떠난 여행 중에 겪는 경험담을 담고 있죠. 영화 조커로 유명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의 형 리버 피닉스가 주요 등당인물로 출연햇었는데 작중에 맡은 배역처럼 요절하고 말았습니다.
Ben E. King의 노래가 주제가로 쓰였는데 원작 제목 대신 영화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죠. 스탠 바이 미 노래가 나오는 영화 장면 영상을 보다 보면 지역과 시대는 다를지언정 어린 시절 동네 친구들과 뙤약볕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기저기를 쏘다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덥고 갈증나지만 마냥 놀기에 바빴던 즐거운 그 시절들 말이죠.
미스트
결말이 관객들을 멘붕 상태로 빠뜨린 영화로도 유명한 미스트입니다. 원작은 열린 결말이어서 영화랑 내용이 다릅니다. 주인공의 동료들이 죽지 않고 안개 속 괴물들이 판을 치는 사태도 해결되지 않지요. 그래도 비참한 영화의 결말과 다르게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끝이 납니다.
영화 초반에 주인공이 그리던 그림속 카우보이가 다크타워의 주인공 롤랜드 데스체인입니다. 은근 스티븐 킹 작품 깨알 같은 요소가 있더라고요 크크. 스티븐 킹 소설의 주인공들은 직업이 소설가이거나 일러스트레이터인 경우가 많더군요.
영화의 결말은 스티븐 킹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탁월한 연출이었다 할 정도로 극찬을 했었고 영화가 유명세를 탄 이유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아무리 주인공의 비극을 대비하기 위한 장치라해도 초반에 안개속으로 들어간 아줌마를 살린 건 좀 작위적이다란 느낌이 들더군요. 괴물들이 득실 거리는 한치 앞도 안 보이는 안개 속에서 어떻게 살았어? 하는 의문이 마구 들지만 관객을 멘붕시키려는 감독의 의도가 성공했으니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긴 합니다.
공포의 묘지
원작은 샤이닝과 함께 스티븐 킹 소설 중에 가장 무서운 작품으로 손 꼽히지만 영화는 어째 B급이라는 평가를 벗지 못하더라고요. 원제는 애완동물 공동묘지이고 영화 제목은 공포의 묘지인데 2019년에 리메이크 되기도 했죠. 89년 작에는 스티븐 킹이 까메오로 등장하기도 합니다. 두번째 영상에서 킹 선생님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데 걸걸한 입담을 쏟아낼 거란 예상과 달리 의외로 미성이시네요 크크크.
런닝맨
런닝맨은 스티븐 킹이 리쳐드 버크만이란 필명으로 발표한 작품입니다. 소설가로 성공했지만 이게 그저 운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진짜로 자기가 필력이 뛰어나서인지 고민하다가 아무도 모르게 필명을 써서 여러 작품을 발표하고 내는 족족 성공하자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일화가 있네요.
사실 스티븐 킹은 뛰어난 작품성에 비해 문학계에서 저평가 받는 작가였습니다. 질 낮은 상업소설만 쓰는 글쟁이라고 비판 받기 일쑤였죠. 거기에 스티븐 킹은 자신의 성공이 이름 값 때문이 아니다란 걸 리쳐드 버크만으로낸 작품으로 증명했고, 중편집 사계에서 단지 공포소설만 잘쓰는 작가가 아니다란 걸 보여주었죠.
런닝맨은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으로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사회풍자 요소가 가득한 원작가 달리 액션만 강조해서 흔한 액션 영화가 되버렷죠. 그래도 주지사 형님 전성기의 액션이 꽤 볼만합니다. 요즘 세대들한텐 런닝맨 하면 예능만 기억하고 런닝맨이란 소설과 영화가 있었다는 걸 기억 못하니 제가 나이를 먹었나 조금 서글프기도 하네요 흑흑
1408
1408은 괴기 현상의 허상을 까발려주겠다는 공포 소설 작가가 흉흉한 소문이 도는 호텔 1408 객실에 들어갔다가 체험하는 심령현상을 다루는 스토리입니다. 사실 이 작품은 작법서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소설 퇴고하는 요령을 예시로 드는 짧은 지문을 버리기 아깝다고 생각한 스티븐 킹이 살을 더 채워서 한 편의 소설로 완성해 낸 것입니다. 스티븐 킹 소설 아니랄까봐 주인공 직업이 또 작가죠 크크.
영화는 극장판과 감독판 두가지가 있는데 서로 결말이 다릅니다. 저는 해피엔딩을 좋아하는 지라 주인공이 살아남는 극장판 결말이 더 좋더군요.
쿠조
살인 맹견 쿠조에게 쫓기는 모자의 이야기를 담은 스릴러 소설입니다. 쿠조를 집필할 당시엔 스티븐 킹이 약물에 쩔어질대로 쩔은 상황이라 본인도 어떻게 썼는 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네요.
다크타워
아, 다크타워를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영화 다크 타워에서 이드리스 엘바의 연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제가 바라던 그림이 아니었기 때문이죠. 다크타워는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게 아니라 거대하고 황량한 황무지가 펼쳐지고 요술을 부리는 나쁜놈에 괴상망측한 괴물도 나오는 걸 총잡이 롤랜드와 동료들이 모험하는 내용이 나왔어야 했단 말입니다!
물론 원작에서도 현대 지구와 롤랜드가 속한 세계를 오가기는 하지만 서부극판 반지의 제왕을 만들고 싶었다란 스티븐 킹의 구상과는 한참 떨어진 영화였죠. 주인공 롤랜드 데스체인도 매즈 미켈슨이나 비고 모르텐슨, 이 둘이 아니더라도 최소 크리스천 베일이 맡아줬으면 했는데 이드리스 엘바여서 실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이드리스 엘바가 좋은 배우이긴 하지만 오랜 모험에 피폐해져 독기와 집념만 남은 총잡이 롤랜드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모로 영화에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하지만 불평은 이쯤 하고 원작 이야기를 해보자면, 개인적으로 2, 3권이 진짜 재밌습니다. 1권은 설정을 푸는 느낌이라 좀 지루하더군요. 제가 감히 킹 선생님의 작품을 비평할 뭐는 안되지만 스티븐 킹의 소설은 초중반의 흡입력은 대단한데 결말이 심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크 타워 시리즈도 스티븐 킹 유니버스를 총괄하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결말이 좀 맥빠지는 느낌이죠.
그래도 오직 검은 탑을 가겠다는 집념을 불태우는 롤랜드 데스체인의 캐릭터성이 멋집니다. 2권 초반에서 가재 괴물의 독에 죽어가면서도 죽을 지언정 한 걸음이라도 더 탑에 다가가리라하는 롤랜드의 집념이 사나이의 마초감성을 자극하더라고요. 현대 지구에서 가져온 콜라를 처음 먹어보고 달아! 라고 감탄하는 장면도 인상 깊습니다.
설정 상 총잡이 롤랜드가 다크 타워로 향하는 여정은 스티븐 킹 소설 속 모든 세계관의 존망이 걸린 중대한 행위입니다. 연결점이 없는 스티븐 킹 소설 유니버스를 이어주는 중심 작품이죠. 다른 작품 까메오 출연도 많은데 살렘스 롯에 나왔던 캘러한 신부와 그것에서 페니 와이즈에게 맞서싸우는 아이들에게 힘을 준 거대한 거북이도 나오죠. 그리고 롤랜드의 숙적인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스탠드에서 나왔던 악역 렌들 플렉이기도 합니다.
성실히 소설을 집필하는 스티븐 킹이 오랜 기간 쓰지 않았던 작품이기도 했는데, 결말이 궁금했던 독자들이 킹에게 편지를 보내서 스포를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네요. 그 중엔 사형수라 어차피 죽을거니 결말을 누출 안할거라는 편지도 있었고, 할머니가 자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제발 결말을 알려달라고 간청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스티븐 킹은 플롯을 모두 짜고 소설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서 쓰기 시작해야 불이 붙는 스타일의 작가라서, 자기도 써봐야 결말을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죠.
한참 방치해두다가 99년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서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살아난 뒤로 사람의 수명이 유한함을 깨달은 스티븐 킹은 다크 타워를 다시 집필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생의 걸작의 대단원을 마무리 지었죠. 젊은 시절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황야의 무법자를 보고 감동해서 서부극 버전 반지의 제왕을 쓰겠다는 킹의 포부대로 다크타워 시리즈가 3부작 영화로 제작되었다면 어땟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겨우 한 편으로 끝나버릴 작품이 아닌데 다시 생각해도 아쉽네요.
할머니
환상특급이라고 무섭거나 미스테리한 단막극들을 보여주던 프로그램을 기억하시려나 모르겠네요. 저도 본방으로 본 건 아니고 재방으로 봤었는데 그 중에 스티븐 킹 소설을 영상화한 그렌마란 편이 있습니다. 연로한 할머니를 손자가 돌보는데 사실 할머니는 괴물이었고 할머니에게 몸을 빼앗긴다는 줄거리죠. 잔인한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분위기가 후덜덜하게 무섭습니다. 옛날 드라마의 조악한 화질과 분장 때문에 더 으스스하죠. 공포물에 내성이 없으시다면 제가 올린 영상은 보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봐도 무섭네요 덜덜.
언더 더 돔
메인 주의 시골 마을 체스터밀에 어느날 갑자기 투명한 돔이 덮어지고 마을 주민들은 외부로부터 고립됩니다. 정부가 마을 주민들을 구조하기 위해 나서보지만 초자연적인 현상에 속수무책이었죠. 언더 더 돔은 고립되어 폐쇄된 사회에서 인간 본성이 얼마나 타락할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소설과 드라마의 내용이 서로 다른데 드라마 버전을 보지를 못해서 뭐라 적지를 못하겠네요. 역시나 스티븐 킹 소설 아니랄까봐 결말이 좀 싱겁습니다. 우주의 고차원적인 존재가 장난 삼아 돔을 덮어 씌우고 관찰을 했던 것이며 주인공들의 진심어린 간청에 체스터밀을 가로막았던 돔이 사라지게 되죠. 고작 어린아이의 장난에 수 많은 인명의 목숨이 달렸다라는 것은 코스믹 호러 장르 기준으로 보면 납득 가능한 엔딩이지만 초반부터 돔의 정체는 무엇이며 누가 만든 것이며 궁금증을 일으킨 것 치곤 맥이 빠지는 결말이 아니라고 할 수 없겠죠.
그럼에도 언더 더 돔은 꽤 재밌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등장인물은 악역인 빅 짐 레니로 배나온 중년 아저씨의 악당 포스가 장난 아닙니다. 괜히 사연 팔이하며 악행을 세탁하려는 악당 보단 끝까지 악한 행동을 관철하는 악역이 더 멋진 법이죠.
드라마도 봐야지 생각만 하고 보지를 못했네요. 나무위키에서 대충 보니 뭔 저그 같은 외계인도 나오고 여왕도 나오고 그러는 거 같던데 미드는 시즌이 계속 될 수록 전개가 산으로 가서 선뜻 손대기 좀 그렇더군요.
그린 마일
쇼생크 탈출, 미스트를 찍은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과 명배우 톰 행크스가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그린 마일입니다. 제목 그린 마일은 사형수가 사형장으로 가는 길을 뜻한다고 합니다.
쇼생크 탈출 처럼 교도소와 죄수를 소재로 다룬 작품인데 현실적이었던 쇼생크 탈출과 달리 초자연적인 내용이 나옵니다. 주인공 존 커피가 사람을 치유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죠. 이 능력으로 간수 톰 행크스가 앓던 방광염을 치료해 줍니다. 요로결석이었던 것도 같고 본 지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톰 행크스가 시원하게 소변을 누는 장면에서 깊이 공감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여하튼 존 커피에게 도움을 받고 그의 착한 심성을 깨달은 톰 행크스는 존이 억울하게 잡혀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든 도와주려하지만 방법이 없어서 좌절하게 되죠. 사실 어린 소녀를 살해했다는 존의 죄목은 누명으로 소녀를 살려보려했으나 사망한 지 시간이 너무 지나서 살리지 못했던 겁니다. 결국 존은 전기의자에서 억울한 최후를 맞게 되지요.
존 커피의 이름 앞글자를 딴 J C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예수님의 행적을 모티브로 했다는 글을 본 것 같은데, 작중에서 존이 행하는 기적과 박해를 받아 거룩한 희생을 했다는 점이 비슷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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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트는 좀비 영화, 크리처 영화에 대한 현실적인 해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류의 영화 보면 어지간한 좀비, 괴물이면 '그래도 총, 중화기로 무장한 군인들이면 제압 가능하겠는데?, 전차 부르면 될 것 같은데?'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본문의 의문도 '군인들을 일찍 만났다'라고 생각하면 되기도 하고...
샤이닝은 감독이 허락없이 내용을 변경해서 비난한게 아닙니다. 어차피 영화 판권을 판 이상 원작자가 영화 내용에 간섭할 수 없죠. 이에 대해 스티븐 킹 본인이 몇 번이나 얘기했는데 모든 것이 원작과 너무 다른 방향으로 영화가 진행되었기에 맘에 들어하지 않은 것입니다. 주제, 캐릭터, 호텔의 묘사, 공포의 근원, 결말 등등 원작과 너무 상반된 방향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비난을 했죠.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원작 소설을 읽으면 이게 뭐하는 스토리인가 종잡기 힘들죠. 작은 망치를 구해서 체스말 만들지를 않나, 도서관을 만들겠다고 하질 않나, 교도소장의 비자금 세탁을 해주거나, 벽에 포스터를 붙이는 등 이 모든게 탈옥으로 연결되는 복선인데 국내에서 영화 개봉명은 쇼생크 탈출이라 관객들이 아, 탈옥하는 내용이구나해서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부분이었죠. 작은 망치는 벽을 파기 위한 도구였고, 도서관은 지질학 책을 구하기 위해서, 교도소장의 비자금은 결국 앤디 듀프레인이 가로채죠. 제목 하나로 스티븐 킹이 의도한 플롯 장치가 모두 허사가 된 셈입니다 크크크.
스티븐 킹 소설은 중단편에 진짜 재밌는 작품이 많죠 크크. 분량이 길어질 수록 힘이 빠지는 느낌인데 이게 스티븐 킹이 플롯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구상하고 쓰는 스타일이 아니고 재밌을법한 상황설정과 몇가지 아이디어만 떠올린 후 즉흥적으로 쓰는 작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만화 바쿠만에 나오는 캐릭터 니즈마 에이지가 그런 본능형 천재 작가를 잘 묘사했죠. 스티븐 킹은 플롯 무용론을 주장하는 작가인데 그건 킹 선생이 천재 중에 천재라 가능한 얘기 같네요 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