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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11/21 13:35:13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역사] 일본은 언제 자국을 상대화했을까? (수정됨)
조선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을 거론하자면, 중화적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조선은 자기나라가 세계에서 어느 쯤에 위치해있는지 국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얼마나 큰지 등을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일본은 오다 노부나가 시대부터 "일본"이라는 공간을 상대화하여 바라보았다는 것입니다. 

일본 전국시대 당시 포르투갈의 예수회 선교사들은 오다노부나가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고 그에게 "지구의"를 선물했습니다. 
덕분에 당시 최신 유럽의 지도로 노부나가는 자기나라가 어디에 있고 주변에 어떤 나라가 존재하는지 정확히 알 수 있게되었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사후 도요토미 히데요시도 지구의를 보았고, 필리핀과 인도 고아(Goa)에 서양세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일본에는 상당수의 기독교신자가 있었고, 다이묘 40명 가량 기독교에 귀의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다테 마사무네라는 기독교 다이묘는 서양식 범선을 건조하여 로마 교황을 알현하는 사절단을 파견했는데
이들은 태평양을 건너 그리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로마까지 다녀와서 성공적으로 일본에 귀국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기록의 민족인 일본이 당시 서양 방문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가톨릭 대탄압 이후 기록이 모두 소실된건지... 궁금하군요. 

한편 도요토미는 본인의 업적을 지나치게 과신했는지 자기가 정말 명나라와 조선을 정복하고 필리핀도 정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도요토미가 중화적 관점에서 사고했다기보다 아니라 만인에 의한 만인에 대한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았다는 것입니다. 즉, 화이질서(문명과 야만)의 관념이 아니라 약육강식(강하냐 약하냐)의 관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는 것이죠. 

세계에 대한 일본의 호기심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는지,
서양인들의 지도에 이어, 명나라로부터 만국전도(만국전도도 서양인의 작품)를 입수하여 1604년에 이를 번역해서 다시 제작합니다. 
그 모습은 아래와 같습니다. 

1024px-Kunyu_Wanguo_Quantu_%28%E5%9D%A4%E8%BC%BF%E8%90%AC%E5%9C%8B%E5%85%A8%E5%9C%96%29.jpg

만국 전도를 보면 각국의 이름 등이 자세히 나와있는데, 한자 옆에 가타카나도 표기하여 잉글랜드, 히스파니아, 제르마니아 등의 이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711년 아라이 하쿠세키가 조선통신사 사절단을 향해 각국의 위치와 이름을 아느냐고 떠보면서
귀국은 만국전도도 없느냐며 희롱한 게 이해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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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도로당
19/11/21 14:08
수정 아이콘
1604년 세계지도가 저렇게 그럴싸했군요.. 현재랑 큰 차이가 없네요.
19/11/21 14:37
수정 아이콘
남쪽의 거대한 테라 인코그니타를 빼면 뭐 얼추...TO지도 시절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엘에스디
19/11/21 14:42
수정 아이콘
저 곤여만국전도라면 조선에도 1708년 숙종대에 제작한 어람본이 있을 텐데요...
체르마트
19/11/21 15:15
수정 아이콘
영국 사람, 일본 사람을 많이 상대해보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이걸 섬나라 기질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잘 모르겠네요.

적어도 제가 만나본 영국, 일본 사람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하나의 완결된 세계'로 인식하고
외부 (영국 사람들에게는 유럽 대륙, 일본 사람들에게는 중원과 한반도) 를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으로 인식하는
경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굉장히 독립적이라고 할 수도 있는 반면에
어찌보면 굉장히 관계성이 떨어지는 것 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자국을 전 세계 질서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타국과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굉장히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주고요.


제 생각에는 일본인들의 경향은
세계지도를 통해 세계라는 현실을 인지한 17세기보다도
훨씬 이전부터 존재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크레토스
19/11/21 15:24
수정 아이콘
뭐 저 당시 동아시아에서 일본은 중화질서 내에 못 들어간 왕따국 비스무리한 존재였는지라.. 그러니 중화 외부에 대해 관심이 더 많을 수 밖에 없죠. 지리적으로도 조선보다 서양인
이 찾아오기 더 용이한 위치고요.
VictoryFood
19/11/21 17:38
수정 아이콘
저 지도를 보면 왜 호주를 못 찾았는지 이해가 안 가네요.
19/11/21 17:50
수정 아이콘
조선도 1708년에 필사본을 제작했었네요,. 일본보다 100여년은 느렷군요. 그렇지만 1711년에 만국전도도 없냐고 비웃는건 어불성설이죠.
Lord of Cinder
19/11/21 19:20
수정 아이콘
다테 마사무네는 크리스찬이 아니라 단지 서양과의 교역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양식 배를 자체적으로 건조하고 로마 교황에게 사절단을 보낸 것이지 (여기에는 다테 마사무네가 서양과의 교역을 통해 힘을 길러 궁극적으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까지도 넘보기 위함이었다는 당대의 평가도 있습니다.) 다테 마사무네가 기리시탄(크리스찬) 다이묘는 아니었습니다. 유명한 기리시탄 다이묘라면 오토모 소린이나 고니시 유키나가 등이 있죠.

그리고 마사무네의 명을 받고 로마에 다녀온 하세쿠라 츠네나가(支倉常長)가 남긴 사절단 관련 기록(慶長遣欧使節関係資料, 慶長는 당시 일본의 연호입니다.)은 센다이 시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고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도 등재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세쿠라 츠네나가 본인이 해외를 방문하던 당시에 기록한 개인적인 일기도 있었으나 현재는 없어진 상태라고 합니다. 어쩌면 하세쿠라 가문이 훗날 집안에 크리스찬이 있다는 이유로 멸문을 당하기 때문에 그런 것일수도 있겠습니다.
aurelius
19/11/21 19:47
수정 아이콘
잘못알고 있던 사실이었군요...지적 감사드립니다 :)
담배상품권
19/11/22 00:40
수정 아이콘
백제 멸망, 당의 멸망으로 인해 견당사가 폐지되는 등 외부 교류가 줄어가는 상황에서 불교의 토속화와 호겐의 난으로부터 헤이안 시대의 종말, 헤이케로부터 시작되는 막부 성립. 일본의 역사를 보면 오다 노부나가 시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헤이안시대 말기부터 상대화가 되어있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물론 중국의 선진문물에 대한 동경이야 있었겠지만요.
그 이유는 중국이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었느냐 없었느냐구요. 딱히 조선이 무능한건 아니었죠.
Montblanc
19/11/22 06:36
수정 아이콘
명종때 일본사신들이 조총을 갖다 신무기라고 갖다바침 -> 오랑캐 잡기라고 병기고에 짱박아둠,
선조가 조총기술 국산화 추진 -> 저언하 어찌 무기개발이라뇨~.... 조선은 성리학 프레임에 갖혀서 망했죠
정유재란당시 일본군장수는 아버지한테 쓸데없이 사람보내지말고 조총지원해달라고 편지를 썼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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