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녀석들의 원작이라고 할까요. 드라마에서는 크게 미친개 오구탁 반장이 중심을 잡고, 그 아래에서 혹은 동등하게 움직이는 나쁜녀석들의 힘의 균형이 잘 조화되어 있습니다. 이정문의 활약은 그렇게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드라마를 이어가는데 있어서 중심축에서 멀어지진 않고, 정태수 역시 자신이 피로 걸어온 길과 마주하고 그 너머를 걸어가는 과정의 드라마가 잘 드러나죠.
하지만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예고편을 보자마자 들었던 불안한 생각 그대로를 영화 상영 내내 드러냅니다.
원작에서 범죄라면 이를 갈며 더 독한 방식으로 물어 뜯기 위해 범죄 행위를 불사하던, 자신도 선과 악의 기준이 무엇인지 모른 상태에서 복수와 정의 집행이 위태로운 중앙선을 걸어가던 오구탁 반장의 김상중은 존재감이 없습니다. 드라마 속 명대사를 곱씹어 볼 수 있게 날려주시긴 하지만 '오마쥬'가 아니라 '갖다 썼다'의 느낌이 강합니다.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라 독기가 빠진 모습을 연기했다고도 볼 수 있지만, 글쎄요 오구탁의 정의감은 그런 것이었나? 생각해보면 미스라는 생각이 듭니다. 뭐 이 부분은 원작 결말을 해석하기 나름이라고 볼 수 있긴 하겠죠.
김아중의 캐릭터 곽노순 자체는 매력있지만 과한 MSG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오락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고 보더라도요. 심지어 그 매력적인 캐릭터를 살리는 씬 조차 거의 없습니다. 김아중이 액션에 뛰어들지만 역시 존재감이 없습니다. 후술할 인물 때문에요. 같이 여자의 몸으로 액션에 뛰어들면서도 나름의 존재감을 뽐냈던 극한직업의 이하늬 씨가 그리워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결국 이 액션 씬의 부조화를 해결하기 위해 갑작스럽게 번개발이 등장하게 됐고, 개인적으로 몰입감이 크게 깨졌습니다. 원샷도 별로 없는데 매우 중요한 후반부 액션에서 마동석 대행을 도맡아 하는 이 존재는 약간 과장 보태 창세기전의 철가면 마이너 버전 급이라는 생각이 날 정도로요.
조동혁의 고유성. 이 영화에서 가장 설득력도 떨어지고 평면적으로 그려진 인물이라 생각합니다. 정태수와 이정문이 가진 입체적이고 합류과정에서의 드라마는 고사하고, 오구탁 반장의 섭외 한 마디에 OK 싸인 내고 끝. 액션은 박웅철에게 밀리고 뇌를 굴리는 장면조차 없는 단순 무식 열혈에 마지막 활약은 럭키 펀치라는 시시함까지. 뭐 원래 영화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내내 맞다 마지막에 이기는게 정석이긴 합니다만. 그나마 고유성의 캐릭터를 살릴 수 있었던 동반 다이빙 씬의 연출은 0점짜리입니다. 어떻게 2019년 개봉 영화의 연출력이 어렸을 때 봤던 성룡 형님 영화만도 못한지 개탄을 금할 수 없던 장면이었습니다.
결국 캐릭터들이 다 밋밋하다보니 - 그나마 존재감이 있던 김아중 조차 - 남은건 박웅철 뿐이고, 박웅철에게도 드라마는 없고 액션만 남았습니다.
러닝 타임이라는 제한과 이런 저런 심의 불가 내용들을 감안하고, 가족 오락 영화로서 본다면 시원시원한 맛은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굳이 '나쁜 녀석들' 이라는 브랜딩 필요 없이도 충분히 가능했던 영화라는 얘기죠.
식극의 소마라는 만화에서 주인공 소마와 나키리 아리스가 맞붙는 대결에서 아리스는 분자 미식학의 정수를 담은 테마리 초밥을 만듭니다. 그리고 소마에게 패하죠. 심사위원이었던 나키리 아리스의 할아버지는 이런 말을 합니다.
'예를 들면 오늘 시합이 초밥 대결이었어도 넌 같은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분명 드라마는 아니고 애초에 선을 그었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원작의 후광은 빌리고 싶고, 연관성을 너무 짓자니 부담이 심했다는 느낌을 주면 안됐습니다. 이런저런 대사를 차용해 온 건 솔직히 유치하게까지 느껴졌습니다. 굳이 나쁜 녀석들이 아니었더라도, 충분히 오락 영화의 반열로 추석 극장가에 올릴 수 있는 길은 없었던 걸까요.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