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가기 전부터 초등학교까지 저는 로봇 장난감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아무 로봇 말고, 꼭 용자 시리즈의 로봇이어야 했습니다. 어릴 때 용자물 정말 좋아했거든요.
집에 있었던 게 '그레이트 마이트가인 퍼펙트모드' '슈퍼 파이어 다그온 라이언 건키드 장착상태' '라이너 다그온' '가오가이가' '그레이트 캡틴 사우루스' 였는데 이 사건(?) 당시에는 캡틴 사우루스는 없었습니다.
로봇을 아무때나 살 수 있는 게 아니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별한 날에 하나씩 사는 거고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이나 슈퍼 파이어 다그온은 최종합체를 만드려면 각자 3개, 4개의 로봇이 필요해서 수년에 걸쳐서 힘들게 하나씩 모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첫 로봇은 마이트가인이었고.. 골드런은 너무 비싸서 그냥 포기했고(친구 집에 있는 골드런 보면 부럽긴 했는데 최종합체 골드런은 누구 집에도 없더군요) 슈퍼 사우루스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나중에 최종합체품을 굉장히 싸게 팔았던 기억이 납니다.
아무튼, 마이트가인과 다그온은 유이하게 당시 제가 완결을 티비로 시청하는데 성공한 작품이고 저 고생을 하면서 모은 로봇들이라 애착이 상당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추석에 너 사촌동생 오는데 이거 하나 달라 그러면 어떡할래? 하셨습니다.
걱정이 태산이죠. 아, 이 귀중한 보물을 달라고 그냥 줘야 한다고?
그건 말도 안돼. 있을 수 없어.
놀다가 바로 중단하고 모든 로봇들을 당장 수납함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그 수납함을 장롱 속에 집어넣은 후에 정말 혹시라도 만에하나 뜬금없이 장롱 문을 사촌동생이 열어제낄까봐 걱정이 된 나머지 그날은 장롱 문에 붙어서 계속 앉아있었습니다. 저를 치우지 못하면 장롱 여는 게 아예 불가능하도록.
그 사건(?) 이후에 엄마가 가끔씩 '장롱에 딱 붙어 있는 게 어찌나 귀엽던지. 그리고 생각보다 치밀?했어 너 크크크크'라고 언급하십니다 크크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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