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3때 알게되서 25년지기인 두 아재가 있습니다. 둘은 농구를 좋아해서 친해졌고 키가 조금더 컸던 친구는 살짝 말랐고 키가 조금더 작던 친구는 살짝 통통했습니다. 둘은 같은 고등학교로 진학했고 조금 더 컸던 친구는 키가 계속 커서 180을 훌쩍 넘겼고 키가 조금더 작던 친구는 그냥 안 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살짝 마르고 살짝 통통한 체형은 유지됐습니다. 둘이 체형을 고민하기 시작한건 고3이 되어서였습니다. 통통했던 친구는 수많은 고3이 그렇듯 살이 계속 붙었고 말랐던 친구는 고3때 크게 아파서 183-4쯤 되던 키에 64-5키로가 나갈정도로 비쩍 말랐습니다. 둘은 성인이 되었고 마른 친구는 살을 찌우고자 노렸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고 통통한 친구는 계속 뚱뚱해져서 둘의 몸무게는 20센치 넘게 작은 친구가 더 많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앞에 썼던 글들을 보셨던 분들이 계시다면 아시겠지만 윗글에 나오는 작고 뚱뚱한 친구가 저입니다. 제 키는 160정도이고 성인이 되고나선 군대시절이나 잠깐 다이어트를 할때 제외하곤 꾸준히 70중후반대를 유지했었죠 키 크고 마른 제 친구는 70만 넘겨보자고 아둥바둥 노력했었구요 전성기(?)땐 제가 10키로 이상 많이 나갔죠.. 사실 비만쪽으로도 마른쪽으로도 우리 둘 정도면 그리 큰 고민이 아닐수도 있습니다. 뚱뚱하다는 저도 최대가 79였었고, 저랑 비슷한 키에 100을 넘겼던 적이 있는 사촌동생도 있고 제 친구 같은 경우는 183에 60대 후반 몸무게면 요즘 트렌드에 딱 적합한 몸매일수도 있으니깐요 뭐 이런 문제는 객관적 관점보단 주관이 훨씬 강하니깐요.. 우리 둘다 몸무게에 불만이 있었고 둘이 말로만이라도 반평생을 노력해왔으니깐요
결론을 말씀드리자면 둘다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이젠 키 큰 친구가 몸무게가 더 많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 친구는 최고 79를 찍고 70대 중후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고 저는 가끔씩을 제외하곤 어쨌든 70아래를 유지하니깐요
사실 우리 비만인(?)들 입장에선 말라서 고민인 사람들이 이해가 안될 수 있습니다. 저도 20년 가까이 보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거든요.. 제가 다이어트에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기에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전 비만인들이 다이어트를 하는것보다 마른 사람들이 살을 찌우는게 몇배는 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꼭 체중관리가 아니더라도 하던걸 안하는것보단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게 더 힘든 법이죠
이 친구를 보면서 느끼는게 많이 다릅니다. 왜 살이 찌고 왜 살이 못(?) 찌는지 느낍니다. 전 살면서 식욕을 잃은 적이 진짜 단 한번도 없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했고 몸이 아파도 식욕은 멀쩡했습니다. 장염같은 속병일때도 마찬가지구요.. 못 먹는 음식이 제법 있긴 한데 딱히 음식의 질을 가린다거나 하진 않고 잘 먹습니다. 메뉴를 고를때 고민을 거의 안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식사는 꼭 챙기는 편이고 식사를 거를 정도로 바쁘면 스트레스를 엄청 받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식욕이 없답니다. 매번 배고프다면서 메뉴를 고르는건 엄청 까다롭고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한번의 식사량은 제 기준에서 보기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바쁘면 식사를 거르는 걸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번 다시 느낀게 이 친구랑 저녁을 먹으러 고기집을 갔습니다. 장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된 집인지 일하는게 어설퍼서 추가 메뉴가 계속 늦어졌습니다. 이 친구가 그러더군요.. '이런건 안 끊기고 먹어야 되는데 끊겨서 배 불러온다' 같은 순간에 전 '중간에 끊기니깐 먹은거 같지도 않네'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물론 자신의 체중으로 고민인 분들이 다들 같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애초에 건강 문제가 아니라면 체중으로 고민하게 만드는 사회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살이 쪄서 고민이든 살이 안 쪄서 고민이든 다 힘들다는 걸 양쪽 진영(?)이 다 알아줬으면 합니다. 현대 사회는 살이 찌기 쉬운 환경이라 상대적으로 '홀쭉이'들의 고민은 배부른 고민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도 사실이구요
글 마무리는 제가 동기부여를 받고 있는 살찌려고 노력중인 '멸치'님의 영상으로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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