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눈물이 많습니다.
나이들어 새삼스럽게 깨달은 사실입니다만 어느새부턴가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슬픈 영화, 드라마는 물론이고 주변의 안타까운 얘기만 들어도 눈속에 뜨듯한 액체가 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생극장류의 다큐는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러고나서 돌이켜보면 어린시절에는 참으로 많이도 울었습니다. 기억이 희미한 꼬마 때부터 초등학교 고학년 때까지도 눈물은 언제나 저의 곁에 있었습니다.
아프거나 부끄럽거나 슬프거나. 그 모든 일에도 눈물이라는 녀석은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내보낼 준비가 된 상태였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방송부에서 아나운서를 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방송부에는 네명의 아나운서가 있었는데 저 빼고는 모두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땐 아직 어릴 때라 서로 남녀 편을 갈라 자기들끼리만 친하게 지냈었죠. 아, 편을 가르는건 요즘이 더 하던가요. 아무튼.
아나운서가 할 일은 요일별로 돌아가며 아침방송을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한 주에 한 번 내지 두 번 방송일정이 돌아오게 되죠.
그때 저는 전날 방송을 했던지라 그날은 당연히 쉬겠거니 했습니다. 방송실에 들렸던건 순전히 놀기위함이었습니다. 그런데 왠걸 여자아이들 모두가 아프다는 겁니다. 감기니 뭐니 이것저것 이유를 얘기하는데 제 귀엔 모두 핑계로 들렸습니다. 작정하고 셋이서 절 몰아세웠죠.
핵심은 이것이었습니다.
'오늘 방송은 네가해라!'
전 억울했습니다. 정말로요.
네. 그때도 제 몸의 수분은은 눈을 통해서 나오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전 결코 그것을 분출시킬 수 없던지라 어금니를 꽉 깨물고 참았습니다.
하지만 아랫눈썹이 촉촉히 젖어드는 것까진 막을 수 없었죠. 그나마 물방울을 떨어뜨리지 않은것을 다행이라고 해야할지......
그러나 사춘기가 되고부턴 눈물 흘리는 법을 잊고 지냈습니다. 대략 군대 전까지요.
이것은 사회적인 압박이었습니다. 아이에서 남자가 되는 과정에서 강요받는 어떤 룰이었죠.
남자가 무슨 눈물을. 남자가 태어나서 눈물은 세번만 흘린다.
심지어 화장실 변기앞엔 이런 문구까지 있었죠.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이 눈물만은 아닙니다.'
남자의 눈물 = 0; 이게 디폴트값이었던 겁니다.
이렇듯 사회의 시선은 남자에게 눈물을 참도록 강요했습닏니다. 저는 그것에 순응했고요. 10년을 그렇게 살았습니다. 눈물이란 친구를 멀리하고.
한참이 지난 뒤. 이런저런 스슬픈 일들을 겪게 되자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봉인이 풀린 듯 했습니다. 가만히 누워 슬픈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울 정도였으니까요. 어떤날은 술주정으로 울기도 했습니다. 여자친구 앞이었는데.
그리고 어느새부터인가 슬픈 꿈을 꿉니다. 무슨 꿈이었는지 자세히는 기억나지 않아요. 아시다시피 꿈이라는게 휘발성이 강해서.
단지 슬픈 꿈이었다는 것 하나만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아침에 눈물을 흘리면서 잠에서 깨죠. 완전히 잠에서 깨기 전 비몽사몽하는 동안에는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무엇때문인지도 모른 채.
그런데 최근 커뮤니티를 둘러보다 무언갈 깨달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용사였던 것입니다.
밤마다 이세계로 불려가 마왕을 대적해 싸웠던 겁니다. 그 세계에서 저는 매번 사랑하는 연인과 가족을 잃고, 동료도 희생해가며 거대한 악에 맞섰으나 그 끝은 항상 비극이었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어젯밤에도 다시 그 세계의 마왕에게 도전했습니다.
아니. 그랬을 겁니다.
오늘 아침에도 눈물을 흘리며 일어났거든요. 깨끗이 지워진 기억과 함께 말이죠.
그리고 내일도 촉촉해진 눈을 뜨며 이런 생각을 하겠죠.
'어째서 눈물이? 기억이... 나질 않아......'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전 제 일로 슬퍼서 운 기억은 정말 드물고 그나마 대체로 어릴 때 일인데...매체 중에 유독 언제봐도 몇초 내로 울 수 있는 눈물 버튼이 있어요.
원래는 '인생은 아름다워' 같은 긴 작품이 그랬는데 대학교때쯤 Bumb of chicken의 K라는 노래를 알고나서 이걸 노래방에서 부를 때마다
울먹울먹하게 되고 약간 감정을 더 실으면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래도 자주 불렀습니다만.
여기까진 와 좀 신기한데? 다시 보거나 불러도 약해지는게 없고 항상 그러네 하면서 스스로도 재밌어하는 정도였는데...
소드 아트 온라인에 '마더즈 로자리오' 라는 파트가 있습니다. 이것도 읽으면서 울었어요. 여기까진 읽다가 눈물나는 작품들은 많기 때문에
와 감동적이다...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몇 년 후에 이게 애니로 나와서 마더즈 로자리오 파트 오프닝 무비를 딱 보는 순간...콰아아아
https://youtu.be/rke6OcSLKtg
그 이후로 눈물 흘리고 싶으면 이 영상 보면 딱 몇 초 내로 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우키가 앞구르기 하는 순간 바로 터짐
제가 생각해도 이유는 잘 모르겠음 크크크크 이건 소설/애니 내용 아시는 분도 약간 밖에 공감 못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