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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9/05/02 12:39:53 |
Name |
온리진 |
Subject |
[일반] [8] 그 녀 이야기 |
국민학교 6학년때..
그냥 싫었다...그 녀가
단발 파마 머리, 작은키에 동그란 얼굴, 시장에서 산것같은 싸구려 옷들
그래서 그냥, 그 녀가 참 싫었다
국민학교 졸업식 날, 같이 사진을 찍자는 그 녀에게 도망치고서
내가 좋아했던 여자애와 같이 사진을 찍고 집에 가버렸고
중학교 2학년 비가오는 날
교문앞에서 우산을들고 서있던 그 녀를 보고는 난
후문으로 멀리돌아서 집에갔었다
중학교 졸업식, 역시 같이 사진을 찍자는 그 녀에게
친구들과 농구하러 가야한다며
그 녀 혼자 운동장에 버려두고 갔었고
고등학교 때, 엇나가며...나쁜 친구들과 어울리는 내가 안타까웠던 그 녀는
며 칠째 집에 안들어가며 학교를 빠지고
친구들과 한강에서 담배를 피면서 술을 먹고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원래 안좋았던 몸이 급작스레 탈이 난건지 혼절을 해버렸다
나는 급하게 그 녀를업고 근처 병원 응급실로 달려갔고
도착하여 정신을차린 그 녀는
내가 응급실로 그 녀를 업고왔다는 얘기를 듣고는
나를 나무라기는 커녕
" 우리 아들 다컷네 "
라며 미소지었다
병원에서는 그 녀에게 안좋은 징후가 있으니 정밀 검사를 받아보자 했고
...검사 결과는 간암이었다
...그리고 남은 시간은 3년 정도라고했다
의사의 얘기를 담담히듣던 그 녀는
" 우리 아들 대학가는거는 보고 죽고싶어요, 그 때까지는 살고싶어요 "
라고 했고
전교 꼴찌였던 나는 그 때부터 미친듯이 공부해
그 녀가 보내고 싶다던 대학에 합격하였고
내가 합격 소식을 전하자
" 이제는 죽어도 원이 없다 "
라며 흐느꼈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그 녀는...
...의료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아직까지 멀쩡히 생존해있다 -_-
내가 29살때 또 위기가 한 번 왔었는대
" 우리 아들 결혼하는거 보고죽으면 좋겠는대 "
라고 하셨고-_-a
당시 만나던 여자 친구와 오랜 상의 끝에 30살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신혼 여행을 돌아와 한복을 입고 절을 올리는 우리 부부에게 그 녀는 다시 한번
" 이제는 죽어도 원이 없다 "
했지만
위에도 썻지만
그 녀는...
...의료 과학 기술의 눈부신 발달로 아직까지 멀쩡히 생존해있다 -_-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그 녀는 나에게
" 죽기전에 스페인 한 번 다녀왔으면 좋겠는대..... "
라고 죽음-_-드립을치며 나에게 삥을 뜯으려 했지만
" 엄마는 오래살거라...
엄마가 지금부터 돈 모아도 스페인 충분히 갈 수있어 "
라며 단호히 거절했지만 -_-
' 애들 봐주는 값 ' 이라고 적힌 봉투에 돈 30만원을 넣으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 에효~ 노친네....
...오래 살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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