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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01 18:26
중세 로마 빠로서 이런저런 자료 뒤적거리는게 취미인 저로서는 위치 말고는 저기가 왜 마케도니아인지 이해가 잘 안가는 지역이었죠.
지금 저기 사는 양반들은 까놓고 말해 6, 7세기 전후로 알렉산더 대왕 후예들을 무력으로 밀어버리고 저기 눌러앉은 이들 후손인데요. 그런데 실제로 국호가 저렇게 바뀌는 걸 보니까 뭐랄까, 조금 웃기기는 합니다. 크크크;;
19/05/01 18:56
사실 전 그리스 국호가 왜 그리스인지도 이해가 안 갑니다. 동로마 시절부터 그리스 제국이란 표현은 가장 모욕적인 언사로 받아들여졌던걸로 아는데요.
19/05/01 19:29
그리스는 외국에서 부르는 이름이고 그리스 사람은 자기나라를 엘라다(Ελλάδα)라고 부릅니다.
이건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상황인데 우리가 한국이라고 하는 나라를 외국에서 코리아(Korea)라고 하니까요. 조선 건국 이후 우리도 고려라는 국명은 금기시했는데 외국이 고려(Korea)라고 부르는건 받아들인걸 보면 한국과 그리스 모두 자력으로 독립한 것이 아니라서 국제사회에서 발언력이 부족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19/05/01 19:46
좀 복잡한데, 이미 한 번 망했다가 남의 힘으로 부활하는 처지에 (4차 십자군 이후 1204 ~ 1261에도 한 번 망했었지만 니케아가 자력 부활에 성공했죠) 다시 로마라는 이름을 쓰기도 그렇고 (특히 그 로마 정체성의 핵심을 담당하는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을 아예 투르크가 새 수도로 정하고 눌러앉아서, 수도니까 당연히 뺏고 뺏기는 자체가 나라의 존망과 직결되니까 뺏을 수도 없었구요... 일개 지방이었다면 또 모를까... 지금이야 후신 터키의 수도가 앙카라지만)
그리고 저 4차 십자군 이후에는 동로마인들이 '한번 망했는데 아 우리가 무슨 (그 이름 자체로 보편성을 상징하는) 로마인이냐, 로마인이라고 자칭하기 너무 부끄럽고, 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는 말이 있는데 로마인이라는 이름은 우리 처지와 국력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뭐 이런 축소지향적 의식 및, 외국에 의해 점령당한 저항적 민족주의 비슷한 정서가 생겨서, 자칭으로도 헬레네 헬라스(이게 그리스어로 그리스죠) 등으로 불렀다고 하고, 외국에서 타칭으로 부르는 그리스 어쩌구에 대해 이제는 예전처럼 꾸짖을 힘도 없어져서(그 전 동로마가 짱짱할 때는 그리스 어쩌고가 서유럽측 사신의 국서에 써 있거나 하면 바로 쫓아버렸다죠) 그냥 스무스하게 로마는 사라지고 헬라스(그리스)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또 자꾸 로마 로마 거리면, BC 2C 중반쯤 마케도니아와 아에톨리아 연맹이 로마한테 전부 망해서 점령당한 뒤부터 19C 초중반에 독립할 때까지 로마(공화정 - (통일)제국- 동로마)와 오스만이 그야말로 2천년사의 전부가 되어버려서 2천년 내내 자기네 나라가 없었던 피지배 민족으로 보일까봐, 근현대 그리스 학계에서는 일부러 동로마의 계승국은 자처하면서도 그 로마스러움? 로마성?은 희석시키려는 어떻게 보면 감탄고토 비슷한 사관을 밀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구체적으로 따지면 저 중 지배민족 비슷한 게 있었던 기간은 공화정 ~ 제정 로마 초기(라틴인-이탈리아인)와 오스만 시대(튀르크인) 정도가 되겠죠 출처는 이런저런 단행본 + 꺼라위키 + 블로그(물의백작님 및 마법의활님) 등등입니다
19/05/01 18:59
6,7세기 정도면 나름 역사가 오래된거고 유럽식 사고방식에서 민족과 국가관은 일치하는게 아니었기때문에 이해가 아주 안될것도 아닙니다. 터키처럼 침략자가 자기 국가관을 가지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지만 잉글랜드처럼 침략자가 들어와서 국가관을 옮겨타는 경우도 있으니까요. 중세로마빠라면 당연히 아시겠지만 그리스도 로마민족도 아니면서 로마라고 자칭했고 인정받았죠.
잉글랜드는 전국토가 바이킹에 의해 분쇄당하면서 따질 사람이 남지않았지만 그리스는 멀쩡히 존재하고 있으니 문제가 될수밖에 없지만요. 슬라브인들이 들어왔다고는 하나 언제나 침략자는 소수고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학살을 하는 특이한 경우빼면 원주민과 혼혈로 국민이 만들어지게 되니 혈통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역사상의 마케도니아인과 큰 차이도 없을거구요.
19/05/01 18:33
사실 그리스는 이름만 그리스지 유럽의 역사 자체인 로마인데 고작(?) 고대 그리스의 한 부분인 마케도니아 양보해주지 크크
뭐 우리도 중국 내몽골 자치구에서 뜬금없이 고구려라는 나라가 나오면 황당하긴 하겠지만요
19/05/01 18:38
단순히 힘의 문제라고 보기엔 명분이 너무 약하거든요. 중심이 아니라 마케도니아 왕국의 북부 변방 지역, 생뚱맞은 슬라브인까지.. 지역 빼면 인종 문화 하나도 연관된게 없는 상황이니깐요
19/05/01 18:48
몽골인들이 내려와서 고구려라고 이름짓고 만주지방에 국가만든 상황이랑 비슷한거라서 어느쪽의 손을 들어준다는게 제3자로서는 쉽지않습니다
19/05/01 20:48
개굴욕이겠죠.
당사자 입장이 아니면 상상하기 어렵지만 굳이 한국으로 비교해보자면 북한이 고구려로 이름을 바꾼 후에 남한은 Korea 쓰지말고 신라로 바꾸라고 요구하는데 전세계가 북한편을 드는 정도..?
19/05/01 22:26
근데 한국을 예시로 든 부분은 마케도니아-그리스 상황에 갖다 대기엔 부적절한 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차라리 위에 몽골을 예시로 든게 더 유사해 보이네요. 남북한은 인종적으로 서로를 다르게 인식하지도 않을 뿐더러, 언어적 차이는 없는 수준이고 동일한 왕조의 역사마저 오랜 기간 공유하고 있어서 저 비유는 너무 억지처럼 느껴지죠. 유럽 같은 경우 독일-오스트리아도 통일된 역사가 아주 길지 않음에도 서로 같은 민족 집단으로 인식하고 있고, 같은 민족 집단 간에 여러 나라가 난립하는게 유럽에서는 평범하게 느껴지죠. 힘쎈놈이 이긴거다라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마케도니아-그리스 같은 경우는 서로를 같은 집단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는 이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19/05/01 23:16
한화된 만주족이 간도 지역에 들어가서 발해공화국을 세우고 자국사로 고구려사랑 발해사를 다루기 시작하면 한국 반응이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겉보기에 북마케도니아가 가지고 있는 '마케도니아'란 명칭에 대한 영유권이 딱 만주족의 고구려에 대한 영유권정도밖에 안되는 것 같아보여요
19/05/01 19:52
사실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하자는 의견조차 엄청난 반발에 시달렸는데 국가명을 바꾸는데 있었을 반대 세력의 소리는 미루어 짐작이 됩니다.
19/05/01 20:54
동해 vs 일본해 하면 국제사회에서 명분은 후자 쪽이 우위지만 그래도 한국에서는 절대 인정못하겠죠.
근데 제가 보기에 평화의바다는 아닌거 같아요. 옛지도를 근거로 고려해나 조선해라고 하면 모를까..
19/05/02 08:24
모아님 말씀대로 저도 동해보다는 고려해로 밀어붙였으면 논란이 없었을 꺼라 봅니다.
사실...'여기가 일본해가 아닌 동해라는 증거를 보여주겠음. 짜잔~' 하고 옛 지도를 보여주는게 '코리아 해'... 감정적으로는 동해든 고려해든 둘다 좋기는 한데 정말 객관적으로 봤을땐 고려해죠. '옛날에는 3자가 봐도 고려해였으니 지금은 동해임. 여튼 동해임.' 이러는건... '2000년대에 발간된 지도에는 국제적으로 yellow sea였으니 2300년대인 지금은 동해임. 여튼 동해임.' 이라고 미래의 중국이 외치는것과 똑같이 보여서...
19/05/01 21:20
그러면 6월에 FIFA 랭킹 발표할때도 명칭이 북마케도니아로 바뀌어서 나오겠네요.
아 이미 바뀌어 었을라나...?? 국기는 그대로인가요?
19/05/01 22:44
국명 바뀌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마케도니아나 남마케도니아도 없는데 북마케도니아라니...
신마케도니아는 어땠을까 싶네요. 신질랜드라는 나라도 있으니.
19/05/02 01:43
그런데 저 지방 이름이 '마케도니아 지방'이 맞긴 합니다. 그리스-마케도니아(?)-불가리아가 나눠가지고 있으니 (코소보 이야기까지 해보자고요? 쉬잇! 오늘 잠 못자는 수가 있어요...), 사실 마케도니아가 '북'마케도니아라고 양보하는 것이 아주 치욕적이지만은 않습니다. 결국 로마-오스만 행정구역을 나눠서 발칸국가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꼴인것이죠. 모호한 고대국가의 강역이라는 개념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키아 알렉산드로스 대왕!), '마케도니아 지방'은 동로마(중세)-오스만(근현대) 시절까지 유지되었던 분명한 '행정구역'이고 지금도 분할한 세 나라 모두 행정구역 이름에 살아있슴니다.
보다 동쪽에 있는 다른 지역에서도 사실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으니, '트라키아'라는 지역도 터키-그리스-불가리아 세 국가가 나눠가지고 있습니다. 국명이 트라키아인 나라가 없을 뿐이지요. 그리고 '마케도니아'와 '트라키아'는 1차 발칸 전쟁, 2차 발칸 전쟁으로 피를 통해서 결국 어느 나라도 완전히 가지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났었고요. (당장 1차 발칸 전쟁부터 오스만 제국이 쇠락하자 독립한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오스만이 못 돌아오게 두들겨 패보자고 시작된 것이고, 2차는 그 과정에서 국경이 인접한 불가리아가 땅에 모두 침을 발라버리니 다시 오스만까지 불러서 함께 두들겨 팬 것이어서요... 그리스가 그나마 트라키아를 '통일'하려고 시도했지만, 오스만이 '터키'로 바뀌면서 양측의 '국경확정'이 문제가 된 그리스-터키 전쟁 (또는 터키 독립 전쟁)에서 트라키아를 넘어 해협 건너편의 아나톨리아로 진출할 수 있겠다는 오판을 했다가, 그리스가 '전후처리'를 도와줄 것으로 믿은 1차 대전 당시 연합군이 '뭐? 오스만이 멸망했다잖아. 봐봐 이름도 터키로 바꿨네, 우린 집에 간다.'라고 미온적으로 나오는 덕분에 ('아니, 저거 오스만 맞거든요! 지금 밟아야 하거든요!') 이스탄불을 포함한 동트라키아를 반환하게 되지요. 무력으로 밀려서요. 뭐 명목상으로는 에게해의 터키령 섬들과 교환한다는 것이었지만, 덕분에 분쟁지역은 더 늘어났고...) 트라키아 이야기는 이쯤만 하고, 다시 마케도니아로 돌아오자면, 나중에 유고슬라비아가 되어서 내전으로 폭발할 세르비아가 2차 발칸 전쟁 당시에 불가리아가 마케도니아를 차지하지 못하게 지켜낸 결과가, 불가리아계 민족이 유고슬라비아에서 독립한 북마케도니아의 역사로 이어지니... 발칸반도의 영토 역사는 알수록 복잡합니다. 불가리아는 또한 마케도니아와 트라키아를 빼고도, 도브루자라는 또 다른 '분쟁여지가 있는 지역'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이쿠.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서로 간의 국경을 말로 합의하려는 노력을 보이는 것을 북한과 한국 사이의 관계와 연결해보시려는 이 글은 정말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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