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잠을 보고왔습니다. 로톤 등 평점 지수는 높지만 반대로 유저평은 심하게 엇갈리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인 평을 써보고자 합니다.
스포 내용은 안쓰려고 노력했습니다만 그래도 민감하신 분들을 위해 약스포로....
1. 이 영화는 히어로 영화가 아니다.
이 작품의 최대 장점은 전 신선한 시도라고 보고 있습니다. 지금껏 무거운 히어로만큼이나 가벼운 히어로 물도 많이 나왔지만, 이 작품은 그런 가벼운 히어로물보다도 더 가볍습니다.
일단, 주인공부터가 15살 어린애에요. 아무리 가벼운 분위기라 해도 나름 사리 판별을 하고 건장한 청년이었던 다른 히어로들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철저하게 어린애가 히어로가 된다면? 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어요. 그래서 주인공은 강한 힘을 얻긴 했지만, 영화 시간 80%를 철딱서니 없는 일에 투자하며 철없기 그지없습니다. 가정 사정이 불우하다보니 그런 부분도 있고요.
아주 철없는 주인공은 아닙니다. 이미 나름 가혹한 상황을 겪어봤었거든요. 하지만 그래봤자 15살 어린애가 얼마나 알겠습니까? 이 철없는 꼬마가 강한 힘을 얻어서 날뛰는 것을 보면 나름 이해가 됩니다. 또, 다른 작품과 다르게 주인공은 철저하게 철이 없습니다. 요새는 좀 막히면 발암이라고 까는 풍조가 있는 듯해서 어린애라도 사리분별을 하는 느낌이 드는데, 이 작품은 철저하게 어린이의 시선으로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해야할 일은 어른의 일이니 이런 부조화가 생기는 것이구요. 그렇다보니 이점부터 어마어마하게 호불호가 갈려요. 개그까지 이런 장단점을 충실히 가지기때문에, 이런 부분이 싫으시다면 안보는거보다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초반에는 무슨 공포영화에나 나올 연출을 씁니다. 사람이 가루가 된다거나, 괴물이 사람목을 뜯어먹는 부분이 꽤 적나라하게 나와요. 가릴건 가리지만요. 솔찍히 감독의 의도가 잘 이해가 안되요. 어린이를 노린건가? 성인을 노린건가? 이도 저도 아닌 느낌....
2. 가족 영화나 캐릭터의 구성은 충실하다.
이 이야기는 크게 주인공(샤잠)과 주인공의 가족, 악역인 사바나의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캐릭터들 자체는 충실한 편입니다. 사실 히어로물적 요소보다는 가족영화적 요소에 훨씬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주인공의 가족들은 샤잠 못지않은 비중을 가지고 있고, 나름 개성이 넘칩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악역입니다. 영화 안에 샤잠의 이야기, 주인공 가족 이야기, 캐릭터 기원까지 싹 우겨넣다보니 악역에 대한 묘사가 부족한 느낌이 많아요. 대충 이런거야 하고 넘어갑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3. 연출이나 액션은 매우 허접하다.
일단, 악당인 칠대죄악의 cg가 별로 좋지 않은데다 액션 연출도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애초에 예산이 1억달러도 안되는 영화라 그럴 수 있긴 합니다만 그걸 감안해도 연출이 너무 저렴해요.
위에 나온 유치함을 커버하려면 소위 말하는 뽕을 채워줘서 딴생각 못하게 잡아둬야하는데 그 점이 안되니 뭔가 이야기가 어설픈 느낌이 들어요. 솔직히 히어로물 보면 멋있는거 보러 가는거잖아요? 스토리적 개연성이 중요하긴 하지만 그건 어느정도만 채워주면 되는거고, 많은 사람들은 이런 뽕맛으로 히어로물을 본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게 없습니다. 잠시 유치하다고 생각되는 최근 특촬물의 연출을 볼까요?
[아... 이런게 아니고...]
[차례대로 열차전대 토큐저(2014), 기사룡전대 류소우저(2019), 가면라이더 지오(2018), 배트맨 대 슈퍼맨(2016)]
이런 장면을 보면 좀 유치하더라도 뽕을 채워주는 순간, 개연성이나 스토리가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런게 하나도 없습니다. 스피드스터 연출은 저스티스 리그 때보다 발전하긴 했는데 그거뿐이고 그렇게 인상적이지도 않습니다.
사실, DC측에서도 예산을 1억달러도 안준 것을 보면, 이런 어린애같은 히어로라는 컨셉 자체를 도박수로 보고있는 느낌이 들어요. 새로움에 고평가를 주는 것이 평론이어서 그런지.
4. 결론
그래서 결론이 뭐냐하면... 그냥저냥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애초에 히어로물로 보지 말고 가족물로 보라는 내용을 보고 갔었기 때문에 그럭저럭 만족했습니다만, 히어로물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애들을 노린건지, 어른을 노린건지 너무 애매해요. 그래서 조금 더 자원을 투입하고 아이들, 어른 모두 어느정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을 내놨으면 더 좋았을거같아요.
반대로 아쿠아맨처럼 배경, 캐릭터를 싹 설명을 해놓았기 때문에 후속작에서 얼마든지 반등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결론은 호불호 엄청나게 갈리는 영화다. 끝.
쿠키는 2가지인데 하나는 후속작 예고이고 하나는 개그 쿠키입니다.
덤으로 DCEU가 이제 슬슬 세계관 연결을 시도하려는건지, 아쿠아맨은 딱 1마디 전작 언급이 나온 것에 비해 슈퍼맨, 배트맨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언급됩니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서 DCEU의 핵심이신 그분도 잠시 모습이 나오고요(대역이라 얼굴은 안나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