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신재민이 살아있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가 폭로?한 내용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유지했지만 공적인 영역에서의 비판이지 개인의 삶은 다른 층위에 있기에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그의 글에서 20대의 ‘나’와 꽤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치, 경제 등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입시도 예체능으로 준비하던 고등학생이 소위 사회과학을 배운다는 학부에 입학하며 참 많은 것이 변했습니다. 배우는 게 그런 것이라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경제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크고,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기껏 20대 초반의 병아리가 좁은 식견으로 내 판단이 항상 옳다는 착각에 빠져 강변하는 태도로 일관했습니다. 군대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군조직 특성상 티를 내지 않고 일은 열심히 해서 큰 사고 없이 전역했지만, 군대 내의 의사결정 시스템, 업무 방식에 대해 큰 반감을 품고 있었습니다. “왜 군 간부들은 일을 저렇게 처리하지?”, “상식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이런 종류의 생각들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참 종합적인 판단 없이 나만 옳다고 생각했다고 느낍니다만.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월급이라는 걸 받으며 일을 시작했을 때에도 그랬습니다. 나이를 먹으면서 사회, 조직을 여러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야가 조금 넓어지긴 했으나 아직 반골의 물이 좀 덜 빠졌던 것 같아요. 소위 중간관리자 이상의 직책에서 행해지는 이해할 수 없는 의사결정들을 보며 무능한 고연봉 루팡들의 집합소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신재민과 같이 5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로는 모든 의사결정은 내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그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신재민과 또래로 더 이상 20대와 같이 바보지만 순수한 열정은 넘치는 그런 나이도 아니구요. 나이도 먹고 이런저런 위치에서 여러 입장을 겪어보니 조금은 알겠어요. 균형감 있고, 여러 측면을 다 고려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한 면만 보고 있을 때도 적지 않았다는 것을 말이죠. 설익었는데 자존심만 강한 바보랑 같이 일하던 전 동료들이 참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동시에 듭니다.
물론 아직도 태생적인 반골 기질이 남아있을 겁니다.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제가 존재하는 곳엔 그 흔적이 있을 거에요. 그래서 신재민의 글을 보며 다시 나를 점검해봅니다. 제 글을 그분이 읽을 리는 없겠지만, 성장통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일을 통해 깨닫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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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네요~~~~
저도 20대 초반엔 세상에 대한 끊임없는 불평 불만들이 가득차 있었죠.
종합적 판단없는 나만 옳다는 교만한 생각이었죠...
이제 책임지는 자리에 서서 보니 그것이 얼마나 어린 생각이었는지 느껴봅니다.
그 어린생각이 큰 힘을 갖을때도 있지만 잘못 쓰일땐 얼마나 나쁜 결과를 얻는지 이제야 보이더군요.
웹툰 송곳의 "서는 자리가 다르면 보이는 풍경이 다르다"라는 말이 참 의미깊다는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생각 역시 시간이 더 들면 역시 또다른 어린생각이 되겠죠
오늘도 겸손해지기 위해 노력해봅니다. 잘은 안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