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느낌으로 글을 쓸까하다 일기 형식으로 쓰는게 가장 바람직할것 같습니다. 자게에 글 쓰는건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고 뻣뻣한 느낌이네요. 쓰다보니 서러워서
두서없이 쓴 부분도 보여서 부끄럽네요. 아무쪼록 읽어주신 분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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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 19일 금요일. 날씨는 춥다
오늘은 내 친구이자 동기인 녀석에게 2주 연속으로 바람을 맞은 날이다. 배신 당한 날이라고 정의해야 하려나.
난 주말에 항상 본가로 내려가야 하는 사정이 있는데 이 녀석때문에 집에 가는 걸 2주 연속으로 내려가는 날을 하루 늦췄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하다.
맞다. 지금 나는 또 누군가에게 기대를 했고 내가 정의한 기대에 그 사람이 못 미쳤다는 사실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누군가는 내가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만큼 나를 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오늘도 또 배신당한 느낌이다. 기대를 한 내가 애초에 어리석은건지, 상대방이 너무한건지. 이런 생각은 이제 안한다. 그저 떡 줄 사람은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내가 잘못 판단했을 뿐이다. 이제 나는 그냥 그 사람에게 조금씩 선을 그어가며 어느 수준으로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낼 수 있을지 가늠해봐야 한다. 이 자체가 나에게는 꽤나 안타깝고 슬프지만, 나를 위해서 해야하는 과정이다.
사실 이런 실망이 찾아오는 일은 언제나 그렇듯이 사소하다. 내가 이 녀석이랑 같이 듣는 수업이 있는데, 교수님은 언제나 별것 아닌듯이 얘기하시지만 내용은 별것인 내용과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어, 결국 러닝타임 내내 집중해야 하는 수업이다. 난 이녀석때문에 밤을 새어 도저히 수업을 들을 체력이 안됐기에 저번주에 한번 빠졌고, 그 녀석은 과제때문에 이번주에 빠졌다. 모두가 그렇듯이, 이런 상황이면 서로 정보교환을 부탁한다. 그리고 이 녀석은 그 약속의 날짜 금요일에 2주 연속 늦었을 뿐이다. 뭐 늦을수야 있다. 난 2주 연속 늦었다는 사실 자체에는 화가 나지 않았다. 내가 화난건 그 녀석이 늦은 이유다.
요즘 시험기간이라 저번주에 그 녀석이 왜 늦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화로 얘기했기 때문에 카톡에도
없다. 아마 별 시답잖은 이유였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에 선배가 밥사준다고 해서 난 쫄래쫄래 따라갔고, 저녁먹으러 간다고 그 녀석한테 연락하려했지만 그 녀석이 안받았다. 카톡도 남겼는데 도착해서 확인하는건 대체 뭔데?
결국 쌍방으로 한대씩 때렸고 맞은 셈이니 서로 사과하고 넘어갔다. 사실 이번것도 이런 사소한 거였다면 이번 주 금요일에 그렇게 화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이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원인에 대해 써야 한다. 이번 주 금요일에 그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그 지켜지지 않은 약속때문에 학생회관 고층을 계단으로 급하게 올라와서 20분간 그 녀석을 기다렸고, 보이스톡도 카톡도 안받아서 빡친 나는 저녁을 먹고 왔지만, 결국 약속시간으로부터 2시간이 넘어서야 연락이 닿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도 빡치지만 선을 그어야하겠다고 결심한 원인도 아니다.
그 녀석이 시험기간이라 피곤해서 자버렸거나 과제때문에 연락할 정신조차 없었다면 그건 괜찮았을 것이다. 요즘 이 녀석이 중요하게 여기는 동아리의 문제가 있는데, 그거 관해서 다른 사람들이랑 떠들다가 핸드폰이 꺼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를 아예 잊었다고 했다.
결국 나는 내 신뢰를 주지 않는게 좋을 상대에게 내 신뢰를 줬다는 것이다. 저번 주에 중대한 문제라면서 며칠 밤을 새게하더니, 그 문제 때문에 2주연속 버림받았다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너무 호구처럼 보였다는 반증일거다. 쓰다보니 서러워서 더 못쓰겠다. 외면해왔던 상처에 강제로 소독약을 들이붓는 느낌이다. 내 위치로 이용당한것도 서러운데 확인사살하는 느낌이라 기분이 더럽지만 그만큼 나름대로의 결심도 서게 하는 하루였었다. 선 긋는 건 물론이고, 저딴 녀석한테 다음학기 회장을 주고싶지 않다는 감정적인 판단까지 한다. 생각보다 내 상처가 크긴 큰가보다. 일단 내가 상처받은 건 맞으니 진정될때까지 조금 시간을 둬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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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고민에 괜한 참견이 될까 저어되지만, 그래도 혼자 상처받고, 혼자 아파하다, 혼자 정리하게 되지는 않길 바라요.
말하지 않으면 몰라요. 아무리 친한 사이어도, 정말 그래요.
소위 쿨한 척 미련 남기기보다는, 서로 얼굴맞대고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고, 평소 하고 싶었던 이야기 술기운이라도 빌려 해보길 권합니다.
그럼, 그래도 남을 후회 조금이나마 덜지 않을까 싶네요.
편안한 밤 되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