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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17/12/04 15:42:18 |
Name |
50b |
Subject |
[일반] 쌈장 (수정됨) |
1.
지나간 것들이 가끔 생생하게 생각 날때가 있다.
catch me if you can 이란 영화를 보다가
디카프리오가 잡혀 가기전 자기 엄마의 새 가족을 바라 보는 장면에서
로라피기의 노래(the look of love)가 나왔는데,
예전 여자친구의 컬러링이었다.
가사는 찾아보지 않았지만 노래자체 만으로도 엄청 우울 한데
이전 기억이 슬그머니 고개들어 나와 포개어 지니 영화를 보면서 집중도 안되고,
나름 해피엔딩으로 끝남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슬픈 감정을 느끼게준 영화로 지금까지
기억 되고 있다. 가끔 TV 에서 재방송으로 자주 방영 되곤 하는데
그장면과 노래가 등장할때쯤 되서
물을 마시던가,
화장실을 가곤 했었다.
2
운동을 하러 갔는데 그날 따라 배가 너무 고팠다.
운동을 하는 동안 집에가자마자 밥을 먹어야 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어떻게, 무엇을 먹을지를 고민했다.
운동을 다녀와서 계란 후라이를 굽고, 대충 있는 반찬을 꺼내서
밥을 차리다가. 냉장고 구석에서 쌈장이 보였다.
헤어진여자친구가 가끔 반찬을 해서 줬는데 ,
요리 실력이 엄청나게 괜찮아서 주는 반찬을 아주 맛있게 먹곤했다.
언젠가는 직접 만든 쌈장을 줬었는데 쌈장은 쌈장 그 자체로 한번에 먹기가 곤란해서
'나중에 고기를 굽게 되면
상추랑 같이 먹어야지' 하고 생각하다 구석에 두고 잊어 버렸었다.
밥에 쌈장을 살짝 비벼서 참기름을 뿌리고, 계란 후라이를 올려서
나물들을 넣고 비볐더니 엄청나게 맛있엇다.
맛은 있었지만, 그렇게 개운한 기분이 아니였다.
아쉬운 감정들이 몸 안에서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3.
노래든지, 음식이든지, 거리든지 .
불현듯 예전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사실 어느정도 감정이 여과된 뒤라
무덤덤하게 받아 들이며
'그때 그랬지' 하며 넘어가는 편인데
최근의 헤어짐이라 그런지 이번 쌈장에 투여된 기분은 조금 달랐다.
나의 복잡한 감정과는 별개로 쌈장을 맛있어 하는 나 자신도 싫고,
밥을 비며 먹는 내내
지나간일들을 떠올리며 아쉬워하는 나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밥을 먹다 말고 전화를 한번 해볼까 하는 고민도 했다.
관객도 없는 공연장에서 혼자 쌈장을 앞에 두고 모노드라마를 찍는 느낌이 들었는데,
당연히 외로운 기분도 뒤따라왔다.
설거지를 하고 , 싱크대를 정리하다보니
언젠가 모아서 한번에 줘야지 했던
깨끗한 반찬통들이 한가득이였다.
아...헤어짐은 그런것이였다...
나를 채웠던 너를 하나씩 비워 내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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