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통해서 만났는데 제가 먼저 좋다고 들이댔어요. 상대가 저를 완전히 이성으로까지 보는 것 같진 않았지만 자기는 누가 자기 좋다고 하면 좋아하는 마음이 생긴다고 하더군요. 뭐 처음엔 다 그렇게 만나고 시작하니까요. 그래서 사귀게 되었습니다.
보고 싶단 말도 먼저 해주고, 운전할 땐 저한테 전화도 걸고 서로 스킨십도 하다 보니 잘 만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선을 긋는 듯했습니다. 전 아직 학생이고 상대는 직장인이었으니깐 피곤해서 그런가보다 아니면 표현 자체를 좀 멋쩍어 하나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전 표현에 인색하지 않은데 뭐 그런 사람도 있겠거니 싶었어요. 그래도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나중에 한 번 말을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오늘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먼저 얘기를 꺼내더라구요.
전 남친이랑 6년을 만났다는데 전 그 전 남친이 누군지 알고 있었습니다. 이름도 알고 아주 예전에 한 번 본 적도 있으니까요. 진짜 한 1,2분 봤나? 뭐 사실상 모르는 사람이라고 봐야죠. 만나면서 상대가 은연중에 전 남친 얘기를 흘린 적이 있어요. 정말 사소한 얘기였거든요. 듣기에 따라선 아 그냥 그랬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그런 수준? 물론 그런 말을 들으면서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일부러 들으라고 하는 말 같지는 않아서 그냥 넘겼어요. 어쨌든 저 만나기 전에 소개팅도 몇 차례 했다 하고 누구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확실히 있었던 것 같아요. 본인이 마음의 정리를 다 끝낸 상황이라 믿었던 것 같고 그 와중에 제가 들이대서 사귀게 된거구요.
오늘 저한테 마음이 더 생기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혹시 6년 만났다던 전 남친 정리가 다 안돼서 그러냐고 물어봤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저도 다 말했어요. 너가 누구랑 6년을 만났는지 알고 있었고 이름도 안다는 얘기까지 다 했습니다. 답장은 안했지만 전 남친한테 몇 번 연락이 왔었대요. 다시 만날 일은 절대 없지만 자기 마음의 치부인 사람이라고 그러더라구요. 그리고 그 치부를 알고 있는 사람이랑은 만나고 싶지 않대요. 또 마음의 정리가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고 덧붙이면서요. 전에 몇 번 연락 왔을 때는 별 생각 안 들고 씹었는데 며칠 전에 온 연락에는 조금 마음이 그랬나봐요. 저에 대한 마음도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머리가 복잡했겠죠. 너가 전 남친 어쩌고저쩌고 이런 얘기를 나한테 하더라. 오늘 이런 말을 해주니 본인 마음을 더 확실히 알 수 있었대요. 아직 자기가 누굴 만날 준비가 안됐다는 걸 깨달은거죠. 처음엔 잡고 싶었는데 상대가 조곤조곤 진중하게 얘기를 다 해주니깐 마음의 정리 다 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이런 말은 못하겠더라구요. 원래는 그 말이 하고 싶었거든요. 그만큼 맘에 들었습니다. 저도 올 해 초에 2년 정도 연애하다가 헤어졌는데 저는 마음의 정리가 빨리 끝났어요. 한 번 매달리고 까이고 나니깐 그렇게 되더라구요 흐흐;; 여튼 하고 싶은 말 다 하니 오히려 저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진짜 서로의 속마음을 주고 받은건 오늘이 처음이었습니다. 이러고 나면 관계도 깊어지고 보통 좋은 쪽으로 작용하기 마련인데 이번엔 타이밍이 좋지 않았네요. 그래 알겠다고 정리 잘 하라고 마지막으로 이야기하고 마무리했습니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한테 깨달음을 주는 역할을 했네요. 살면서 굳이 안 해봐도 될 경험인 것 같은데 어쨌든 마음이 쓰립니다. 인연이 아니었던 걸로 생각해야죠. 글이 너무 두서없네요. 정승환 너였다면 듣고 있는데 진짜 띵곡이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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