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10/27 22:46:11
Name Samothrace
File #1 제목_없음.jpg (108.3 KB), Download : 58
Subject [일반] 저도 한 번 써보는 뷰티풀 군바리 라시현 리뷰 (수정됨)


(라시현이 생각하는 한국 사회)

제 생각에는 라시현도 시스템을 바꾸고 싶은 욕구가 약간 정도 있을 뿐,
본인부터가 그 시스템에 철저하게 기생하고 또 그 시스템을 철저하게 이용해먹는 인간입니다. 기득권의 습성이 몸에 배여 있는 사람이죠.

물론 사회비판적인 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그런 의식조차 갖고 있지 못한 라시현의 남동생이나
사회권력을 이용해 군면제를 받은 주변인들보단 나은 인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라시현 또한 시스템에 영합해야만 하는 환경 속에서는 철저하게 시스템에 종속되어서 생각하고 또 행동한다는 점에서
그 기질 자체가 다르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라시현의 비판적 인식은 사실 동족혐오에 가까운 것이라고 볼 수 있겠죠.
그것은 체념적 회의주의인 동시에 순응적 현실주의이며, 그러한 행동원리는 타협적이면서도 이기적인 실제 행동으로 발현합니다.
물론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는 거의 다 그렇게 타산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보통이겠이지만,
라시현이 보여주는 일련의 언행들을 살펴보면 그것은 단지 군대라는 환경 때문이 아니라
기득권의 습성이 내재화된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다고 봅니다.

설유라냐 오정화냐 선임이냐 후임이냐 등등...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타인의 인간성은 라시현에게 있어 언제나 수단화 가능한 것이며, 때로는 비인격화 가능한 것이 됩니다.
즉, 라시현의 이성주의는 타인을 타자화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겁니다. 때문에 얼마든지 극단적이 될 수 있는 것이죠.
그 극단성은 자기합리화의 결과이며 그 합리화는 바로 그녀의 현실주의의 결과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인과에 의해서 라시현은 적극적으로 시스템에 순응하고 있구요. 변화에는 소극적이지만 그 반대에는 적극적인 것입니다.
위계질서를 벗어나는 경우에 한하여 가차없다는 것은,
다시 말해서 위계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쉽고 또 적극적으로 극단적인 짓을 일삼는단 뜻입니다.
그럴 때 라시현에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는 거구요.
길채현에게 바깥 사회 운운하던 라시현의 대사만 보더라도 단지 군대라는 사회에 한정된 것은 아닐 테죠.

라시현에게 있어서 시스템의 불합리함은 비판 대상인 동시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현실주의로 스스로를 정당화하며 여지없이 시스템에 봉사할 수 있는 인간으로 자기 자신을 길러냅니다.
라시현은 언제든 스스로를 속일 준비가 되어 있으며 그러한 모순과 이중논리야말로 현실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무의식 깊은 곳에서부터 생각하고 있는 것이죠.

라시현도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쯤은 압니다. 그런 의미에서 윤리적 질서를 체득하고 있는 인간이죠.
그러나 그녀는 불합리를 따르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것이 현실의 진정한 논리라는 것 또한 체득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질서를 체득하고 있는 인간인 것이죠.
질서란 사실 그 시스템 자체가 일종의 윤리이며 구성원의 인간성을 희생시키면서 작동하고,
궁극적으로는 질서가 질서 그 자체를 지향함으로써 질서뿐만이 아니라
질서의 불합리마저 구성원들을 구속하는 하나의 윤리-행동강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한 것입니다.
다른 쓰레기들도 매가 약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그들이 걍 중생들이라면 라시현은 부처쯤 된다고 할 수 있겠죠. 체득 레벨이 다릅니다.

이것도 그녀의 출신 배경과 상관이 있는 거겠죠. 잘못된 게 뭔지는 알기 때문에
의식적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배경을 멸시하려고 노력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끊임없이 자신의 배경 속으로 회기합니다.
이러한 간극과 분열 또한 인식하고 있지만 그 괴리마저도 현실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속이며
질서의 불합리를 위해 봉사하고 있는 거죠.
그리고 이 모든 자기합리화는 매우 적극적으로 실천된 것들이겠구요.

정리하자면, 라시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배신할 수 있는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자기 자신까지도 쉽게 배신할 수 있는 것이죠.
더 나아가 그러한 자기 자신의 배신마저도 합리화하고 그 과정에서 현실이라는 이름의 질서 시스템 속에 자신의 인격을 동치 시킵니다.
현실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니까요. 그게 그녀의 현실주의입니다.


뷰군에는 라시현 말고도 수많은 쓰레기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각자 쓰레기가 된 나름의 내면 사정이야 조금씩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원래 밑에글에 댓글화 하려고 했던 내용이지만, 따로 한 번 글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규정에 문제가 있는 일이라면 다시 댓글화하도록 하겠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10/27 22:46
수정 아이콘
기회주의자 결국 제기준으로 라시현은 악입니다
모리건 앤슬랜드
17/10/27 22:52
수정 아이콘
승자로 태어나서 승자의 논리를 알고, 역겨운 부분이 있다는걸 알면서도 승자이기 위해 철저하게 그걸 추구할 인간이죠. 누구에게는 그게 너무나 당연한 논리라서 역겨운줄 모르는것과는 분명 다른 부류이긴 합니다만...
17/10/27 23:00
수정 아이콘
라시현 짱..

캐릭터는 캐릭터로만..
프리지
17/10/27 23:04
수정 아이콘
(수정됨) 확실히 라시현이란 캐릭터가 웹툰에서 보기드물게 흥미로운 캐릭터긴 합니다. 뭔가 웹툰에서 심리를 알고싶다라는 느낌을 주는 캐릭터가 별로 없엇는데
뷰군 캐릭터들은 뭔가 평면적이지 않고 입체성이 돋보이는 캐릭터가 많죠. 설가도 라가도 민가도 특유의 모순성때매 빠도 까도 넘쳐흐르니깐요.

몇몇 웹툰 비평가 및 트위터에선 뷰군캐릭터가 전형적이다. 성상품화다. 옷만 갈아입혔다고 욕은 많이 먹지만 정작 뷰군만큼 입체적인 여캐들이 때거지로 몰려나온 웹툰은 없었죠 크크크 여중생a 정도를 제외하곤 기억이 잘안나네요
17/10/27 23:12
수정 아이콘
라시현의 문제는 뷰군의 다른 악역들이랑은 급이 다른 짓을 이미 했다는 데 있습니다.
밑에 엄청 댓글 달렸지만 정수아 2소대행이 최고고 그거 아니더라도 군화발로 마리아 머리 짓이기기나 오정화건수.

근데 이번에 라시현에 투자하면서 밝힌 내용으로는 라시현의 행동을 설명하기엔 너무 약해요.
군대는 어쩔 수 없다 시대가 그랬다 상황이 그랬다 하는 사람도 학을 떼는 짓을 이미 저질러버렸습니다.
아마 작가가 라시현에 포인트를 주려고 가혹행위를 하드코어하게 분배한 거 같은데...
벅학박사
17/10/27 23:18
수정 아이콘
매력적인 악역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트윈스
17/10/27 23:48
수정 아이콘
이쁜 쓰레기
파이몬
17/10/28 00:12
수정 아이콘
라일리언이죠 흐흐
애플망고
17/10/28 00:54
수정 아이콘
(수정됨) 조금 옹호하고자 한다면 그 내면적인 단단함과 지성미, 냉정한 현실파악, 냉소적이고 냉정한 주변 및 인물에 대한 관찰력 등등은 최상위 티어에 있으며 타인에게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소시오패스적인 공감능력 결여는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공감한다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진 않아요. 모든 감정표현을 자신의 약함을 드러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에 대한 애정을 무시하지는 못합니다. 라시현이 좋아하는 설유라 길채현은 자신이 기대하지 않았던 애정을 조건없이 주었었죠.
동료로서 등을 맡길 수 있느냐는 점에서 1위는 무조건 정수아이겠습니다만 (너무나 완벽한 캐릭터로 그려졌죠) 라시현 본인이 희생해야 되는 상황을 제외한다면 호불호는 있겠습니다만 저는 라시현을 우선순위로 선택할 것 같습니다. 분명하게 공유하는 목적의식이 있다면 라시현만큼 든든한 사람도 없을 것 같아요. 본인 기준의 윤리적 완결성과 본인의 고결함을 위해서라도 상황에 맞춰 한번 하기로 한 일을 배신할 사람은 아닙니다. 같은 맥락에서 가장 적이 되기 싫은 사람은 역시 라시현이죠. 한 번 적이 된다면 아마 끝까지 화해하지 못할겁니다. 술 한 잔 하고 푼다? 그런건 아예 기대도 못할 것 같아요.

논외로 다시 쭉 보니까 유예리가 진짜 좋네요.. 다음 인기투표에는 유예리로 합시다.
Samothrace
18/02/24 06:49
수정 아이콘
(수정됨) 그 본인 기준의 윤리적 완결성이란 것이 실은 매우 현실타협적이고 체제순응적이란 게 문제죠. 아마 파시스트라도 라시현과 목적의식을 공유할 수 있을 겁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인체실험도 불사할 스타일이에요. 윤리적 완결성보다는 현실논리를 선택할 타입이거든요. 근데 또 고집은 있어서 한 번 선택한 길을 꺽을 타입 같진 않아요. 현실타협적인 (동시에 비윤리적인) 목적을 택했다가도 수틀리면 차라리 자살할 타입.

이라고 늦게라도 답변 달아 봅니다...
VividColour
17/10/28 08:20
수정 아이콘
(수정됨) (스포성 댓글이라 수정하였습니다)좋은글 잘읽었습니다. 근데 연재 시작한지 3년인데 아직 이경인데 수경까지 10년정도 기다려야하려나요 크크
순정구련보등
17/10/28 13:27
수정 아이콘
유료결제분 내용을 말씀하시는건 좀 아닌거같네요. 물론 결제하지 않아도 유료결제 화면 제목에 쓰여있어서 알 수는 있습니다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74384 [일반] 디스패치 조덕제 사건 보도 그 이후 [41] 빛당태14086 17/10/30 14086 9
74383 [일반] 케빈 스페이시 커밍아웃. [58] 삭제됨14601 17/10/30 14601 0
74382 [일반] 산부인과 의사 입장에서 쓴 낙태에 관한 몇 가지 정보와 시각 [94] 사업드래군13685 17/10/30 13685 15
74381 [일반] 반응이 귀신 같은 '그회사'와 '그정당' [55] 길갈12493 17/10/30 12493 22
74380 [일반] 내로남불은 인간의 종특 [273] 홍승식17749 17/10/30 17749 12
74377 [일반] NC김택진 대표 장인 살인사건의 이유가 리니지일 가능성이 높답니다.. [74] 자마린20094 17/10/30 20094 1
74376 [일반] 낙태죄 폐지 청원이 20만명을 넘어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을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178] 홉스로크루소13179 17/10/30 13179 1
74375 [일반] '백전 노장' 한고조 유방 [60] 신불해22948 17/10/30 22948 43
74374 [일반]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2심서 명예훼손 유죄…"상고할 것"(종합2보) [6] Marcion8974 17/10/29 8974 5
74373 [일반] 개인적 게임 BGM갑 삼국지5 [54] Croove14970 17/10/29 14970 9
74372 [일반] 몸살과 고양이 [12] 윌로우6774 17/10/29 6774 0
74371 [일반] 10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를 덮쳤던 대형 산불 [9] 라플비9412 17/10/29 9412 0
74370 [일반] 군대에서 프로그래밍하기 2편 [2] 시드마이어11629 17/10/29 11629 4
74369 [일반] [뉴스 모음] 참을 수 없는 외교의 가벼움 외 [64] The xian15260 17/10/29 15260 66
74368 [일반]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 10/28일자 최신 상황 [25] aurelius11605 17/10/28 11605 1
74367 [일반] 에르도안의 근본주의 독재로 인해 추락하는 터키 경제 [48] 테이스터10807 17/10/28 10807 4
74366 [일반] 성추행자의 사과문 [6] 인간흑인대머리남캐11324 17/10/28 11324 0
74365 [일반] 한국인들에게 던져진 질문 [18] minyuhee10119 17/10/28 10119 6
74364 [일반] 북핵 규탄 결의안 한국과 미국의 기권으로 언론의 불신이 표면에 나온 것이 아닌 가 싶습니다. [217] MaruNT22172 17/10/28 22172 33
74361 [일반] 이진성 재판관 헌재소장 지명 [7] 안경8335 17/10/28 8335 0
74360 [일반] 생소하고 비 도덕적이고 비 상식적인 이야기 [39] 욕망의진화11004 17/10/28 11004 0
74358 [일반] [단독] '다스로 옮겨진 수상한 120억'…비자금 의혹 문건 입수 [23] 태연이10517 17/10/27 10517 17
74357 [일반] 저도 한 번 써보는 뷰티풀 군바리 라시현 리뷰 [12] Samothrace6741 17/10/27 6741 1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