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낌을 살리기 위해 평어체로 작성했습니다. 사진은 C9의 개발환경 모습입니다. **//
군대에 온지도 벌써 1년 4개월째, 평범한 길을 벗어난지 2년 4개월째 되고 있다. 하고 싶은걸 하는 삶을 찾아서 학부를 벗어나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후엔 웹서비스(유튜브와 페이스북을 섞은 느낌의 서비스)를 만들었고, 이제는 확장 프로그램(브라우저에 설치해 추가적인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만들며 군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부터 확장 프로그램을 만들게 된 건 아니다. 처음엔 웹서비스를 개발하려고 했다. 군대 안에서 제작하기 위해서 그리고 운영하기 위해서 고려해야할 사항이 참 많았기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언제나 제일 큰 고민은 비용이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서 서버를 가동시키고,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들어가는 비용은 군인의 용돈 수준의 월급으로는 말이 안됬다. 또한 모든 개발을 하나하나 하기엔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일단 시도해보긴 했다.
아직까지 AWS(아마존 웹서비스)를 사용해 제작해왔는데, 이 경우 사지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적었다. AWS는 접속에도 오래걸렸고, 따로 IDE(통합 개발 환경)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사를 하던 중 유명한 게임팀 C9이 클라우드 제공업체라는 사실과 좋은 IDE를 제공해주며, 무료로 개발을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C9팀의 새벽 리그전을 챙겨보던 사람으로써 회사에 대해 이렇게 관심이 없었나 싶었다. C9을 이용해서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게 2017년 4월 무렵이었다.
나는 하나의 사이트에서 다른 사이트를 움직이는 스트리밍 사이트를 구상했는데, 심플하게 iframe이라는 html 태그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처음엔 잘 작동되는 줄 알아서 신이나 노드와 익스프레스 등을 이용해 심플한 회원가입 등을 만들다가, iframe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관을 만나게 된다. 난관은 이렇다.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구현하면, 보안에 위협이 된다. 일종의 해킹의 수단을 만들게 되는 셈인데,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해킹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므로 브라우저 개발자들이 이를 막을 것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을 하는 웹서비스는 없다. 그러므로 iframe을 이용해선 이를 구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때 눈에 들어온게 확장 프로그램이다. 확장 프로그램은 브라우저 위에 동작하는 프로그램으로써, 보안에 문제가 되지 않고도 내가 구현하고자 하는 기능을 구현시킬 수 있다.(가능하다고 보인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확장 프로그램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웹서비스를 위한 확장 프로그램이 되었고, 그래서 군대에서 확장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확장 프로그램은 굉장한 강점이 있는데, 첫번째는 개발이 쉽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프로그램도 천만명이 넘어가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관심도 받지 않고, 조용히 내실을 닦아 영역을 넓히는게 목적이 되었다. 군대에서 프로그래밍은 저번 글에서처럼 열악한 환경과 제한된 시간으로 압박받는데, 확장 프로그램의 가벼움과 쉬움을 바탕으로 연습하는 기분으로 제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개발하는 모습]
그러나 사실 정말 힘든건 이게 아니었다. 바로 사람간에 문제였다. 일을 하는건 힘들기보단 즐거운 일이어서 몇시간이고 지치지 않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군대에 있다보니 생기는 소통의 문제와 아예 작업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걱정들이 컸다. 두가지 일이 있었는데, 함께 작업을 진행하게 된 팀원들과의 갈등과 그 갈등과는 무관하게 아예 사지방을 쓰지 못한 2달간의 시간이다. 비상 근무팀에 속하게 되면서 거의 단 하루도 작업을 못하고 2달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 이 시간동안 함께 일하던 팀원들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나 역시 이 상황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또한 일을 하면서 생기는 내 요구와 팀원들의 생각 사이에 오해가 생기고, 그걸 풀 방법이 없으니 갈등 역시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그러나 계속 전화를 하고, 틈틈히 채팅을 하고, 또 만나려고 노력을 하면서 갈등은 조금씩 해결되었고 서로 이해하는 부분을 늘릴 수 있었다. 그리고 어제 긴 2달의 시간이 끝나 사지방을 쓸 수 있게 되고, 휴가때 개발을 하면서 다시 묶인 매듭이 풀어지는 상황이 되었다.
군대에서의 프로그래밍은 또 다른 차원의 스타트업이 아닌가 싶다. 스타트업은 제한된 상황으로 인해 창업자를 천재적으로 만든다고 한다. 조건의 열악함으로 인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게 되는데, 군대는 열악한 개발 조건과 커뮤니케이션의 한계, 외부적인 제약 등으로 모든 면을 강화시켜주고 있다. 그런데 학교를 벗어나 내가 하고 싶은일을 하며 살아가다 보니 누구에게던 떳떳한 한가지가 생기게 되었는데. 그건 이제는 내가 무엇을 사랑하는지 알게 되었다. 아직 무언가 이루었다고 하기엔 초라한 성적표지만 이 일들을 하며 보내는 삶이 즐겁다.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