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케모노프렌즈를 재미있게 본 후, 왜 이 작품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저 스스로도 궁금해서
언제 한 번 생각을 정리해서 글로 써봐야겠다 생각했었다가 오늘 써봅니다.
제 경우,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볼 때 기다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엔딩이 가까이 올 때쯤 몰아서 보는 스타일입니다.
때문에 제가 이 작품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상당한 입소문과 시청율 지표를 보여주고 있었던 작품이었죠.
간략한 작품 검색 후 이 작품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1. 큰 스케일의 기획작품. 그러나 현실은 먼저 제작된 게임과 만화책이 망했다더라.
게임과 만화책, 애니메이션을 통해 각 매체별 시너지를 노리고 나온 작품이라는 점이 맘에 들었었습니다.
최소한 대충 잠깐의 인기를 노리고 어설프게 만들진 않겠다 생각했는데, 왠걸? 게임과 만화책이 망했다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이 한템포 늦게 나왔었다는데, 어떤 작품이길래... 라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2. 어설픈 3D 그래픽과 뭔가 어설퍼보이는 성우진들의 열연.
1화만 보면 정말 재미없을 거라는 경고를 확인했습니다만, 막상 애니메이션을 보니, 의외로 어설픈 3D 캐릭터가 귀여워보였고,
초반 성우진들의 독특한 말투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1번과 2번을 조합해서 이거 괜찮다. 킬링타임으로라도 좋으니 끝까지 볼만하겠다 싶었습니다.
3. 자파리파크 설정의 치밀함. 무언가 복선이 있다는 느낌이 확~ 느껴지는 설정들...
초반부터 자신의 정체성을 못 찾는 주인공에게 큰 신경을 쓰지는 않았습니다. 대충 짐작되기도 했고, 후반에 떡밥이 나올 거라 믿었기에...
그보다는 여기저기 망가져있는 자파리파크의 모습과 상대적으로 너무나 평온한 삶을 살고 있는 캐릭터들 간의 알 수 없는 불협화음이 좋았습니다.
마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아무 것도 모르고 지상낙원인 마냥 즐겁게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미묘한 느낌?
여기저기 폐허가 된 듯한 자파리파크...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스토리가 진행될 수록 이 궁금증이 가라앉기는 커녕 더더욱 커져갔습니다.
4. 망했다던 게임,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의 미묘하게 어긋나는 스토리라인...
3번과 연계되어 별 생각없이 작품을 한 화씩 보면서도 자꾸 눈에 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스쳐지나가는 이상한 떡밥들 때문에
애니메이션 관련 사이트에서 다른 사람들의 리뷰 글을 하나씩 읽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에는 망했다던 만화책이나 게임 설정까지 가져와서 비교분석해주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만화책은 미소녀풍 그림체로 인해 그야말로 인형귀를 장착한 소녀들의 일상물 같았다고 하더군요.
애니메이션 구석구석에 등장하는 괴상한 떡밥들과는 전혀 안 맞는, 패러렐월드(평행세계) 처럼 평화롭고 한적한 내용.
그런데, 게임은 무슨 '좀비 대 식물' 컨셉을 패러디한 것 마냥 '케모노 캐릭터 vs 괴생명체' 타워디펜스 게임이었습니다.
서로 연계되는 작품인데, 하나는 일상물, 하나는 타워디펜스류 게임...
그리고 애니메이션은 일상물 느낌의 모험물인데, 여기저기 전쟁의 흔적과 작중 어디에도 보이지 않은 인간들.
5. 애정을 가지고 보니, 작중 등장하는 동물들의 특징이 귀여운 캐릭터들에게 잘 녹아들어보였습니다.
서벌이라는 동물도 처음 알았는데, 실제 동물들과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해주는 캐릭터들 간의 그럭저럭 일치되는 특징이 재미있더군요.
특히 1화에서 서벌과 가방이 사냥놀이를 할 때, 빠른 속도로 일직선 질주를 하는 서벌과 느리지만 방향전환을 통해 쉽게 잡히지 않는 가방을
보는 동안에는 어렸을 때 매 주마다 꼬박꼬박 챙겨봤던 '퀴즈탐험 동물의 세계'나 각종 동물들의 일상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습니다.
6. 1~8화까지는 별 생각없이 보면서 흐뭇했었고, 9~10화에서 슬슬 스토리와 설정 떡밥에 대해 고민되기 시작했으며,
11화에서 감수성이 폭발해서 많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개인적으로 11화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다양한 떡밥들을 어느 정도 해소하는 동시에 굉장히 참신한 내용 전개가 인상 깊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설정 떡밥 해석 글들도 9화 정도 와서 본격적으로 이런 저런 가설들이 쏟아지기 시작하더군요.
한 화씩 볼 때는 별 거 아닌 것처럼 지나가던 배경들이 처음부터 그 때까지 봤던 내용을 한꺼번에 정리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뭔가 심오해보이고, 제작진과 작가가 대놓고 시청자에게 '이 작품의 스토리와 설정을 맞춰봐라' 라고 문제를 제시해주는 거 같아
제 상식을 총 동원해서라도 떡밥을 풀어보고 싶어졌습니다.
11화의 내용은 보면 볼수록 이전의 내용들과 잘 이어지게 만들어져있어서 다양한 장면들이 회상되더군요.
가방과 서벌의 만남, 우정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고, 가방의 정체에 대한 그럴 듯한 가설들이 갖춰지면서 굉장히 애틋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인류의 멸망], [부숴진 자파리파크]. [남겨진 케모노프렌즈들] 이 세 가지의 설정들이 자꾸 머릿 속에 멤돌았네요.
7. 새롭게 느껴지는 캐릭터들의 이야기.
초반에는 캐모노프렌즈에 나오는 캐릭터들의 독특함이 좋았고,
후반에는 캐모노프렌즈에 나오는 몇몇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특히 [남겨진 케모노프렌즈들]이라는 부분에서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책에는 결코 등장하지 않지만,
제 머리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독특한 이야기가 저를 취하게 하더군요.
최근 반려견에 대한 비판 글을 많이 접하는데, 인간이 사라져도 인간을 기다리는 반려견의 외로움 등에 대한 글도 있었습니다.
이 작품을 보며 그 글에서 느껴지던 어떤 것들이 자꾸 떠오르더군요.
작중에는 인간에게 무관심한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인간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캐릭터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은 '인간이 사라진 이 작품 속에서 어떤 상태로 삶을 살아왔을까...'
만약 가방의 정체가 정말 그것이라면, 서벌과의 인연은 어떻게 되는 건가.
가방의 정체는 정말 그것인가, 가방을 쳐다볼 때 보스의 눈동자에 비쳐지는 실루엣의 의미는 역시 그것인가.. 등등...
-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처럼 지금 한참 케모노프렌즈에 대한 애정이 유지되고 있으니 어서빨리 애니메이션 2기가 방영되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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