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을
[왜] 지었는 가는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지을려고 하는 건물의 목표는 대부분 명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건물을
[왜 그곳에] 지었는가 하는 부분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입지를 하기 위한 조건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거나
같은 조건이라도 그 중요도가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는 병원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병원의 입지조건은 일반적으로 보다 많은 환자를 받아들이는 것에 있습니다.
의학도 자본주의 앞에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유동인구수, 예상환자수, 교통, 자본등을 중요시여깁니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어땠을까요?
환자를 단체로 수용하는, 그러니깐 병원이라고 불릴 만한 곳은 종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중세 교회는 순례자, 여행자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였는데
이 장소에서 자선사업으로 아픈 사람들을 돌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기에 병원을 뜻하는
["hospital"]은 손님을 뜻하는 라틴어인
["hospe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이런 장소는 당연히 교회거나, 교회 근처 건물이 될 수 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런 병원입지조건은 흑사병에 의해 바뀌게 됩니다.
흑사병은 종교인들도 피할 수 없었습니다.
신앙으로는 전염병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깨달으면서 교회는 병원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게다가
[성내의 교회]에 환자를 수용했더니 전염병관리도 전혀 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환자를 수용하는 곳은 자연스럽게
[성밖의 건물]로 바뀌게 됩니다.
[ St. Thomas`s Hospital ] 18세기 무렵 유럽의 계몽군주에 의해 대형병원이 만들어지는데
이는 강력한 왕권을 보여주기 위한 방식 중 하나였습니다.
화려한 외관을 가진 병원이 시내에 자랑스럽게 지어집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인
[제중원]은 어디다가 만들어졌을까요?
제중원은 홍영식의 집에 만들어집니다.
집주인었던 홍영식은 갑신정변을 주도 했는데 실패 후 처형당했고 집은 압수당합니다.
이후 이 집이 고종의 명에 의해 제중원이 됩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병원의 입지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종교건물에 생기거나,
왕권강화를 위해 잘보이는 곳에 지어졌거나,
그냥 빈 건물을 사용하거나 하는 사회적 요소에 의해 지정되었습니다.
물론 흑사병의 경우처럼 의학적인 이유로 성밖에 입지한 경우도 있었죠.
마지막으로 굉장히 특이한 경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합니다.
800년대 말 중세 페르시아 의학을 대표하는 인물인
[알-라지(Muhammad ibn Zakariya al-Razi)]는
바그다드 중앙병원을 설립하는 책임자가 됩니다.
중책을 맡은 알-라지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방식으로 병원 입지지역을 찾습니다.
도시 곳곳에 고기를 걸어놓은 것이죠.
그는 걸어놓은 고기가 썩는 과정을 관찰하였고,
[가장 고기가 늦게 썩은 장소]에다가 병원을 짓기로 결정합니다.
고기를 빠르게 썩게 하는 환경은 당연히 환자에게도 좋지 않을거라는 가설을 세웠고, 실험을 통하여 병원입지를 결정한 것이죠.
단순한 조건이나 직감이 아닌 실험을 통해 병원입지지역을 선정한 지혜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