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실정법에서 보장하는 집회 및 시위의 자유와 실제 전개양상, 진압과정의 변화 등에 대해 한번쯤 생각도 정리해보는 겸 글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아마도 총 3단계에 걸쳐 쉬엄쉬엄 쓰게 될 것 같은데 개인적인 사견과 주장이 많이 포함될 것 같아 저로서도 글이 어디로 어떻게 튈지 모르겠네요. 원래 글을 잘쓰는 사람도 아니고 피쟐에서 처음 장문으로 써보는 글이라 부정확한 논증 혹은 사실관계 등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시길 바랍니다.
1. 집회의 자유와 법적 근거
집회(엄밀한 의미에서 집회와 시위는 구분되나, 필자가 쓰고자하는 글에서는 구분실익이 없으므로 집회로 통일함.)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다.
헌법 제 21조 1항에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와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2항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않는다.
이 두 조항을 통해 국민에게는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의 자유가 있고, 그 집회의 자유는 허가가 필요한 행위가 아닌, 단지 자기완결적 신고만으로도 가능한 행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국민의 모든 기본권은 무제한으로 보장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헌법 37조 2항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라는 기본권의 한계조항이다.
따라서 집회 및 결사의 자유도 질서유지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정법상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을 통해 그 성질상 불가피하게 질서유지와는 긴장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 집회의 자유를 제한한다.
2. 경찰의 금지통고와 서울행정법원의 판결 - 11월 12일 청와대 인근 집회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집회의 자유는 신고만 하면 보장받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실상 대도시의 주요 도로들은 원활한 교통소통을 근거로 경찰측에서 금지통고를 내리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경찰이 신고된 집회에 대해 금지통고를 내리는 주요 근거는 집시법 12조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2조(교통 소통을 위한 제한) ①관할경찰관서장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도시의 주요 도로에서의 집회 또는 시위에 대하여 교통 소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이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
지금껏 경찰은 이 조항을 근거로 대도시 주요도로에서의 집회신고를 금지통고함으로써 신고제인 집회의 자유를 사실상의 허가제로 관리해온 것이다. 그동안 경찰이 교통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금지통고한 집회가 집회에 대한 전체 금지통고 중 가장 많은 비율(40% 이상)을 차지한다.
많은 이들이 이런 이유때문에 집시법 12조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며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해왔다.(실제로 야권을 중심으로 12조 금지조항에 대한 개정움직임이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것은 12조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이라는 문구와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는 문구를 토대로 보아 집시법 12조는 임의적 제한, 금지조항일 뿐 필요적 제한, 금지조항이 아닌데도 경찰이 법 적용을 잘못한 거라고 보인다.
따라서 12조 조항이 굳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집회의 성격에 따라 경찰은 하자없는 재량의 행사 의무가 있다. 즉 집회의 자유에 대한 최소침해적인 수단으로서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이는 등의 제한으로도 질서유지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데도 가장 중한 수단인 금지통고를 한다면 재량권 행사의 하자가 있게되어 비례원칙 위반으로 위법한 통고가 된다.
이번 12일에 청와대 거의 근처까지 집회가 가능했던 이유도 원래 경찰은 금지통고를 했으나 주최측이 서울행정법원을 상대로 낸 금지통고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다만 근처에 서울맹인학교에서의 걷기훈련과 중복되는 시간동안 인근에서의 집회를 금지했는데 이것 또한 경찰측이 서울맹인학교에 협조요청공문을 보냈던 것이 드러나 공분을 사고있다.)
법원은 10일 "유성범대위는 7일부터 비슷한 시위를 해왔지만 교통 불편으로 큰 혼란이 없었다", "시위로 교통 불편이 예상되지만 이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수용해야 한다"며 주최측이 그동안 열어온 집회의 성격, 야기되는 교통불편과 집회의 자유간의 비교형량을 근거로 판시하였다.
따라서 앞으로 경찰은 지금처럼 교통소통만을 근거로 금지통고를 내리기는 어려워졌고, 주최측 입장에서는 더 폭넓은 집회의 자유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물론 이번 최대인파가 모인 11월 12일의 집회에서처럼 공공질서가 잘 유지될 수 있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다.
대규모로 모인 군중이 끝까지 평화집회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소수의 의사왜곡집단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군중심리로 폭력소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100만이나 모인 인파가 극소수를 제외하고 끝까지 평화롭게 집회를 마친 것은 그만큼 드물고 어려우며 대단한 일이었던 것이다.
2부에서는 집회문화의 변화와 진압수단의 변화에 대해 서술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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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2일 집회가 보다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단초가 될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세상을 선악구도로 보지 않는다면 경찰이나 사법부 역시 최대한 공공선에 부합하는 결정을 할 것이라는 신뢰가 전제될 것이고, 저 역시도 그러한 신뢰 아래에서 평화적인 집회문화가 공권력까지도 우호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집회시위문화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