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가 없으려니까 이렇게 없다. 하필이면 군대를 늦게 갔다는 죄목을 가진 죄수라서 추워 죽겠는데 광화문광장에 서있다. 하지만 그 현실을 뛰어넘는 광경에 추위가 잊혀질 정도였다.
"대통령은 하야하라! 하야하라!"
저마다의 메세지를 손에들고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수 많은 사람들. 국사교과서와 야인시대라는 드라마를 통해 본 풍경, 장소와 시간, 그리고 사람들의 메세지와 옷거지만 달라졌지 진짜로 예전에 있었다고 하는 수많은 운동들과 혁명을 재현해놓은듯했다. 더 밑기지 않는 것은.
"...... 차가워."
내 손에 들려있는 차가운 금속. 항상 훈련할 때 쥐던것인데 오늘따라 잡고 있는 두 손에 무게가 느껴진다. 명령만 떨어지면 저들을 겨눠야한다. 누군가의 가족, 친구. 어쩌면 내 친구를 쏴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생애 처음으로 부디 저 엑스트라들이 연기하지 않기를, 집에가서 조용히 살아가기를 기도한다. 엑스트라들은 분장을 하고 쓰러지는척 한 뒤에 일급을 받고 집에 가면 되지만, 저들은 그렇지 않다.
저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각자 침묵으로 자기만의 언어를 구사한다. 아무말도 하지 않지만 그 어떤 말도 하고 있는 것 같다. 차라리 저들이 과격하게 욕을하고 우리에게로 달려들었으면 좋겠다. 조용하기 때문에 마음이 초조해진다.
"제 1열 견착. 발포준비"
이윽고 가장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말이 들렸다. 당장 총구를 돌려 주변에 난사할까, 발포하라고 명령한 상관을 쏴버릴까. 나는 왜 누군가를 겨뉘야하는가. 아니 겨누어야 한다면 누구에게 내 총이 향해야 하는가. 생각할 시간을 번다는 핑계로 총을 견착하여 정면을 바라본다.
수 많은 생각이 스치는 그때 나와 엑스트라들 사이에 한 사람이 나타난다. 백발에 눈을 가릴랑말랑 하게 기른 앞머리. 날씨만큼이나 차가운 인상에 무표정인 얼굴. 키가 크고 건장한 체격에 가장 특이한건 왼손에 일본도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동작그만. 여기는 제 영역입니다. 총을 거두시죠. 통하지 않습니다."
탕!
그 남자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울린 총성만이 적막하게 울려퍼진다. 아무도 쓰러지지 않았고 그 남자 앞에 탄피 하나만이 덜렁 떨어질 뿐이었다.
"말했을텐데요. 제 영역이라고."
아무일도 없었다는듯이 그 남자는 태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할 말을 이어나간다. 혹시 저 일본도를 발도하면 차원이 갈라질까? 마치 칸자키처럼 모든것을 썰어버릴까?
"당신들을 무엇을 위해 움직이나요?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가의 안녕을 위해? 제가 보기엔 마치 운명을 따라 움직이는 것 처럼 보입니다. 그저 이유 없이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열차같은 존재들이죠. 당신들은. 우리끼리 싸울 때가 아닙니다. 도와주십쇼! 진정한 적은 따로 있습니다. 특히 '당신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분명 맨몸일텐데 확성기를 쓴 것처럼 큰 소리로 쩌렁쩌렁하게, 그러나 명확하게 단어 하나하나가 귀에 꽂혔다. 그러나 무슨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슨소리를 하는거지? 그 남자를 처다보자 나를 보며 미소짓기 시작한다. 확실히 나를보고 있다.
"궁금한게 많은가보군. 다 알려주면 재미없겠지? 힌트를 하나 주지."
방금과는 전혀 다른 소리였다. 똑같이 그 남자의 소리였지만 내 귀에 속삭이는듯 했다.
"역사의 도표"
귓가에 속삭이는 단어를 끝으로 그 남자는 사라졌다. 그러자 내 총을 겨눌 방향이 정해졌다. 이제야 진정한 적이 보인다.
P.S 소설은 처음써보는데 필력이 딸려서 죄송합니다. 쓰다보니 유머게시판에 써야 하는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미 상당한 분량을 쓴 뒤라서 돌이킬 수가 없었습니다.
P.S2 티가 팍팍나듯이 미필자입니다. 또한 어디까지나 소설이기 때문에 그 점을 감안하시고 즐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3 각종 애니와 게임을 봐야 이해가 가능한 장면이 있지만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이 글을 즐겨주신 분들 중 누군가가 댓글로 설명 해주시리라 믿습니다. 또한 게시판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삭제조치를 하거나 게시판 이전조치를 하셔도 상관없습니다.
P.S4 모바일로 써서 오타가 많을 수 있습니다. 애교로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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