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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6/10/15 13:09:44
Name 모모스2013
Subject [일반] 자백약 (나바론 요새, 켈리의 영웅들)
나바론 요새 (The Guns Of Navarone, 1961)



1961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은 작품으로 당시 흥행에도 성공한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출연진도 화려하여 그레고리 펙, 앤소니 퀸 등의 젊은 날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내용은 2차 대전 당시 터키 인근 케로스라는 섬에 고립 되어 있는 2000명의 연합군을 구출하기 위해 함대를 파견해야 하는데 이를 막고 있는 나치독일의 대형 해안포 2문에 설치되어있는 난공불락의 섬, 나바론에 연합군 특공대가 침투해서 포를 파괴하고 구출 작전을 성공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픽션입니다.


극 중 프랭클린 소령 (안토니 퀘일) 은 작전 중 부상을 당하고 같이 작전을 계속 수행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아군에 의해 사살되거나 부상치료를 위해 적에게 넘겨주어야 하는데 이 때 멀로리 대위 (그레고리 펙) 는 프랭클린 소령에게 가짜 작전 계획을 이야기해주고 독일군에게 잡힌 프랭클린 소령이 잘못된 정보를 적에게 흘리게 하는 작전이 나옵니다. 독일군은 사로잡힌 프랭클린 소령을 고문하여 자백을 강요하려고 하는데 독일군 상관이 나와서 왜 이런 야만적인 짓을 하냐면서 빨리 "자백약" 을 쓰라고 지시를 합니다. 그리고 그 자백약을 투여받고 모든 사실을 실토하게 되죠.


자백약

아니 자백약 이란게 있다니.... 이런 약이 있다면 힘들게 고문할 필요도 없었을거고 심지어 법정다툼에서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할 필요도 없을 것 같네요.

아미탈 (amobarbital) 같은 Barbiturate 계열 진정제, 수면제 (Sedative-Hypnoics) 를 자백약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1864년 독일 화학자 베이어 (Adolf von Baeyer) 가 합성한 Barbituric acid 로부터 기원한 Barbiturate 계열의  진정수면제 (phenobarbital, amobarbital, pentobarbital, secobarbital) 들은 대부분 20세기 초기에 개발되었습니다. 이들 약물들은 억제성 신경과 연관된 GABA receptor에 작용하여 진정, 수면 작용을 나타내는 약물로서 술 먹었을 때와 비슷한 작용을 나타냅니다.

신경 흥분제 - 사람의 기분을 좋게하고 삶의 의욕이 넘치게하며 더 빠르고 강한 것에 대한 도전의식을 부추기기도 하며 자신감이 넘쳐 무모하게도 만듭니다. 코카인, 암페타민 (필로폰류) , 니코틴, 카페인, 항우울제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니코틴과 히로뽕 이야기  https://cdn.pgr21.com/?b=8&n=67580 , 커피 이야기 - Caffeine https://cdn.pgr21.com/?b=8&n=64908 , 코카인과 코카콜라 https://cdn.pgr21.com/?b=8&n=64989 , 금연과 챔픽스  https://cdn.pgr21.com/?b=8&n=67626 , 기면증과 Modafinil (왜 감기약을 먹으면 졸릴까?) https://cdn.pgr21.com/?b=8&n=67195 )

신경 억제제 - 스트레스와 불안을 감소시키고 사람을 망각으로 이끌어 더 쉽게 잠이 들게 만들고 세상 모든 걱정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듭니다. 진정제, 수면제, 신경안정제, 술, 항불안제, 모르핀, 헤로인, 대마초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 소주 이야기 https://cdn.pgr21.com/?b=8&n=64887 , 엔돌핀 vs 모르핀 https://cdn.pgr21.com/?b=8&n=67604 , 헤로인과 모르핀 이야기  https://cdn.pgr21.com/?b=8&n=67598 , 음주에 대한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접근 https://cdn.pgr21.com/?b=8&n=65690 )

신경억제제들은 사람을 놀랍도록 솔직하게 만들고 많은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듭니다. 보통 말이 많아지는데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 과하면 잠에 들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하에서 나오는 이야기가 모두 진실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로 법원 판결에 영향을 미칠 증언이라면 신빙성이 떨어져 채택하기 힘듭니다. 실제 아미탈  (amobarbital) 을 잘 통제된 실험 조건하에서 투약하고 질문을 했을 경우 진실을 말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또 그럴듯하게 꾸며낸 이야기나 본인의 환상을 진실인 것처럼 이야기 한다고 하네요. 우리도 신경억제제인 술을 많이 먹으면 마음속 진실을 이야기도 하지만 뻥도 치고 허언도 하고 그렇죠...



켈리의 영웅들 (The Warriors, Kelly's Heroes, 1970)


2차대전 말기 미군의 하사관 켈리가 패주하는 나치군이 금괴를 숨겨둔 곳을 알게 되고, 휴가를 이용해 동조자들을 규합해서 독일군 점령지역에 침투하여 그것을 탈취해서 한몫을 잡는다는 유머스러운 영화입니다. 코메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스케일도 크고 상당히 고증이 잘 되어있습니다. 주인공 켈리역에는 그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로 그의 젊은 날 연기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금괴의 위치를 아는 독일군 장교를 잡아와서 위와 같은 자백약이 아닌 신경억제제인 술을 많이 먹여 실토하게 만듭니다. "in vino veritas" 란 라틴어 격어 있는데 "와인을 마시면 진실이 나온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veritas lux mea" 라는 서울대 마크에 새겨진 문구랑 비슷하네요.  또 서울대 교문에 "샤" 의 시옷은 아마 "술" 을 상징한다죠?



"약물, 행동, 그리고 현대사회 (Drugs, Behavior, and Modern Society) " 책을 일부 참조하였습니다.


솔뤼트레인 (Solutrean) 와 말타 (Mal'ta) 의 소년  https://cdn.pgr21.com/?b=8&n=68071
클로비스 화살촉과 발사무기 https://cdn.pgr21.com/?b=8&n=68051
나이아의 소녀와 자연계의 덫 https://cdn.pgr21.com/?b=8&n=68040
어린 데니소바인 (Denisovan) 소녀의 치아 2개  https://cdn.pgr21.com/?b=8&n=67975
오메가3/오메가6 균형 https://cdn.pgr21.com/?b=8&n=67884
오스트로네시아어와 피부색 https://cdn.pgr21.com/?b=8&n=67842
혼외 정사 (Extramarital Sex, EMS) 의 과학  https://cdn.pgr21.com/?b=8&n=67675
핸디캡 이론 (흡연과 음주의 이유)  https://cdn.pgr21.com/?b=8&n=67559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 재레드 다이아몬드 https://cdn.pgr21.com/?b=8&n=66511
생명체의 과밀화로 인한 폭력성 https://cdn.pgr21.com/?b=8&n=65295
섹스의 진화 - 인간의 배란신호와 일부일처제 https://cdn.pgr21.com/?b=8&n=6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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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고나
16/10/15 16:01
수정 아이콘
켈리의 영웅들은 밀덕이라면 봐야 할 영화죠. 셔먼이 정말 멋지게 나오는 영화인지라
모모스2013
16/10/16 13:40
수정 아이콘
어렸을 때 tv에서 볼 때는 별 감응이 없었는데 좀 밀덕이 되고 보니 감동이 더하더라구요. 특히 걸스앤판처에서 잠깐 이영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장면 보고 영화 다시 한번 찾아서 봤어요.
Hysteresis
16/10/16 02:19
수정 아이콘
늘 잘 읽고 있습니다.
최근 '괜찮아 사랑이야'라는 드라마에서도
아미탈이 플롯에 중요한 축으로 등장했었죠.
모모스2013
16/10/16 13:44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실은 진정제나 수면제로 지금은 더 안전한 벤조디아제핀계열을 사용하고 특히 수면제로는 스틸녹스같은 근래에 개발된 약물을 더 많이 사용합니다. 그래서 이쪽도 한번 글을 써볼라구요. 벤조디아제핀계열 약물로 훨씬 안전하고 광범위하게 그리고 아주 루틴하게 쓰이는 바리움 중심으로....대충 "논쟁의 약물 바리움과 ***" 제목을 잡았습니다. 미국에서 문제가 많이 되는 데이트성폭력약에 대해서도 자료조사 중입니다. 강정호 사건에 상대방 여자가 자신이 이약물에 당했다고 주장했죠. 미국에서는 만연한가봐요.
보통블빠
16/10/16 03:42
수정 아이콘
대중매체에서 나오는 자백제가 의외로 현실성이 높은 물건이었군요..
모모스2013
16/10/16 13:45
수정 아이콘
자백제라곤 하지만 실은 그냥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이 안되는 말을 하게 만드는 약물이죠. 전통적으로 이런 경우 술을 많이 써왔기에 술의 효과와 별 차이는 없을 것 같아요.
래쉬가드
16/10/16 05:41
수정 아이콘
진실 하니까 남성 고환이 어느 나라에선가 '진실을 담은 주머니' 라고 불렸다고 하는게 생각나네요
여기를 고문하면 버티는 사람이 없었다고...
살려야한다
16/10/16 13:55
수정 아이콘
크크크 이거 참 잔인한 이야기군요. 최소한의 인지상정도 없는 고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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