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자게 보고 있자니 진상 퍼레이드네요.
저도 예전부터 꽁해두고 있던 진상분들을 소개합니다.
앞부분은 생각보다 귀엽습니다. 그리고 뒤로 가면... 진짜.... 후....
일단, 저는 공공야외기관에 근무중인데 표값이 참 쌉니다. 어른 1300원, 어린이 400원. 기준은 어른은 97년생(술담배가능), 어린이는 48개월. 주말에는 하루에 2~3만명이 올 정도로 사람으로 가득 찹니다.
검색해 보시면 어딘지 아시겠지만... 자제 부탁드립니다 ㅠ
1. 밑장빼기형
어른 2명이 와서 2600원을 동전 26개로 냅니다. 바쁘니까 개수만 확인하고 표 준 다음에 나중에 확인해보면? 2550원... 혹은 2500원...
50원 하나씩 들어오는거 실수 아니겠냐고요?
아니더라고요... 현행범으로 잡은 적이 있는데 오히려 저한테 화를 내더군요... 왜 거짓말 하냐고.
2. 침묵형
아저씨 한분 오셔서 만원한장 툭 던져넣습니다. 입은 핫도그에만 집중하고 있네요.
???? 이러고 있으면 하는 말. 표 안주고 뭐해요?
그래서 어른 한분 표를 드리면 또 하는 말. 우리 가족이 4명인데 지금 뭐하냐고 하네요.
저기요... 제가 당신 가족사항을 알고 있으면 그게 더 무서운거 아닙니까? 목 위쪽은 먹는 데에만 쓰지 말고 생각이란 걸 해주세요.
3. 문맹형
제휴카드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카드 하나당 성인 1명(1300원).
종류는 위에 다 적혀있고, 4 종류밖에 안됩니다. 근데 문제는 위에 글씨를 읽을 줄 몰라요.
위에 확인하고 해당카드만 달라는 데도 그냥 막무가내로 카드를 하나씩 밀어 넣습니다. 뒤에 줄이 길건 말건, 혼자서 5분이고 10분이고 할인이 된다고 할때까지 카드를 줍니다.
어느 분은 카드 15장을 주면서 보라는데... 웃긴 건 그 15장 중 해당 종류는 1개 뿐이고 그마저도 실적부족이더군요.
4. 환불형
화창한 맑은 날.. 비가 갑자기 옵니다.
매표하러 줄 서던 분들도 안타깝게 뒤돌아 서고, 막 표를 끊으신 분도 죄송하다며 환불을 요청하네요.
근데 아줌마 한분이 갑자기 와서 하는말. "비 와서 10분밖에 못봤으니까 환불해줘"
이미 들어가서 표도 없으십니다. 영수증도 없고, 그냥 다짜고짜 내 얼굴 기억안나? 환불해줘. 10분밖에 못봤어.
몇명이 들어갔는지도 증거가 없는데 돈 안준다고 다짜고짜 욕부터 날리시네요.
어떤 분은 이미 검표가 끝난 표를 어디서 주워와서 환불해 달라네요.... 아줌마, 카드환불은 본인 영수증이 있어야 맞게 되요...
5. 족보파괴형
청소년은 당연히 학생증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본인이 그 혜택을 보고자 한다면 더더욱 당연합니다.
5명의 친우분들이 함께 오셔서 내미는 민증이? 빠른 98이네요.
그리고 나머지는 안가져 왔다면서 평일 낮에 고3 5명이 놀러왔다는 기막힌 시나리오를 쓰고 있습니다. 빠른 98인데 학교는 그냥 98로 들어갔다나 뭐라나
알겠다고 돈 달라고 하면서 안심시키고 계산하면서 물어봤습니다. '근데 학생은 주민번호가 어떻게 되요?' '저요? 9709xx 요.... 응?'
이래서 멍청하면 사기 못칩니다.
6. 무소유형
청소년은 당연히 학생증을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본인이 그 혜택을 보고자 한다면 더더욱 당연합니다.
장애인은? 당연히 복지카드를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기초수급자는? 당연히 관련증명서를 가지고 다녀야 합니다.
네... 제발 가지고 다니면서 공짜로 넣어달라고 합시다. 내가 딱 보면 당신 월급이 보이는 투시투시열매라도 먹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런거 없이 욕부터 하면 나도 욕하고 싶어집니다.
추가로 증 요구하면 "그런걸 누가 갖고 다녀 요새!" ... 이봐요. 그럼 니걸 내가 가지고 다닐까요?
7. 쓰레기통형
매표소에 작은 창구 구멍은 표와 돈이 오가는 창구입니다. 거기는 제 손하고 표, 돈, 증명서류ㅡ 이거 말고는 드나드는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매표하고 정신차려보면 별의별게 하나씩 들어옵니다.
간단한 종이나 영수증 정도는 애교입니다. 다 마신 캔이나, 핫도그 나무젓가락도 귀여운 수준이네요.
근데 거기에다가 너님 애기 기저귀는 왜 놓고 갑니까? 여긴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안에 들어가면 쓰레기통이 있는데 굳이 거기에 그걸 모셔두고 가는 인간의 뇌구조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8. 애기형
보통 커플들이 와서 가끔 시전합니다.
우리 애기는 애기니까 어린이 요금으로 달라고.................................................................
장난인줄 알았어요 처음에는.
근데 있습니다.
진짜 미친놈들이.....
가끔 남자들은 친구들끼리 와서도 비슷한 것을 시전합니다. 이놈은 장애인이니까 공짜표를 달라고.
그 말하는 너가 더 장애인같아요. (비하는 아닙니다 ㅠ)
9. 관상형
노인분(x), 나이 제대로 못먹은 늙은이(o)들이 시전합니다.
경로우대 65세를 받으려면 신분증을 보여주는 것이 당연합니다. 안가져왔으면 어른 요금을 내야 하고요.
그런데 당당하게 내 얼굴을 보고도 어떻게 돈을 받을 생각을 하냐고 합니다. 하지만 제가 관상관상열매를 먹지 않은 이상 나이를 어떻게 압니까.
심지어 이런말을 8, 90대 분들이 하시면 그런갑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이제 갓 경로된 66, 67세라고 주장하면서 그러면은.... 그저 웃지요. 님은 경로계의 신생아라는 사실을 좀 아셔야 할텐데 말입니다.
아주 확 늙어서 오세요. 그러면 내가 재량으로 그정도는 해 드릴게요.
가끔 청소년들도 이런걸 시전합니다. 근데 니가 얼마나 젊든간에 아이유, 박보영보다 늙어 보이거든?
10. 맘충
왠만한면 충(蟲)이란 단어 안쓰고 싶었는데, 10번은 써야겠습니다.
원래 아이 요금 기준은 만 4세(48개월) 입니다.
근데 작년 10월에 생일을 물어보면 죄다 11월, 12월생입니다. 아니 2011년 생의 80%가 11, 12월에 태어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여러분.
애가 자기는 올해 6살이라는데 등짝을 치면서 넌 3살이야!!, 엄마가 6살이라면서!!, 아냐 너 3살이라니까 (......)
그래서 올해부터는 2012년 생은 무조건 신분증 (의료보험증, 등본, 여권, 예방접종수첩 등등) 제시, 없을 시 400원을 받는 걸로 바꾸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효과가 아주 좋았습니다. 최소한 생일 가지고 장난질은 못하거든요.
근데 이러니까 이제는 출생 연도를 한해 늦춰버리네요. 여러분 2012년생 아이가 씨가 말랐어요. 5살이 없고, 4살은 사상 최대의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400원 안내려고 애 나이를 팔아먹고, 쌍욕은 기본입니다.
이러다가 갓 돌된 아기까지 신분확인 해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규정이 빡빡해 지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요.
에필로그.
거의 대부분의 진상들이 한 목소리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저번에는 해줬는데 왜 오늘 안된다고 하냐"
예전에는 됐어도 지금 룰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예전까지는 한도내에서 호의를 베풀었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저 문장은 호의를 둘리로 만들어 버리는 마법의 문장입니다. 이전에 봐줬을때, 그게 봐준거라는 사실을 알고, 학습이란 걸 해주셨으면 합니다.
"오늘같이 바쁜날 더럽게 빡빡하네, 대충 해"
매표는 바쁜날에 더 빡빡하게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왜냐하면요. 앞에서 어르신 경로우대 한명 신분증 안보고 통과시켜주면, 그날 입장객 몇천, 몇만명을 하루내내 신분증을 보면 안 됩니다. 바쁜 날은 줄이 끊기지 않기 때문에 앞사람을 보고서 '앞에 사람은 그렇게 해주고, 나는 왜 안해줘!' 라는 개소리를 듣기 때문에 애초에 차단해 버리는 겁니다.
오히려 사람이 드문드문 오는 날에는 생각보다 유두리있게 매표를 해드릴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월급 정해진 거 받는 입장에서, 그깟 무료나 할인 막 퍼줘도 별 상관 없습니다.
손해는 내가 보는 게 아니고, 여기는 공공기관에 수입은 세금이라서, 저는 혼나지도 않아요.
하지만 세상에는 규칙이라는 게 있고, 목소리 큰사람만 혜택을 보는 건 안된다고 배웠습니다.
여러분도 이런 상황에 있을 때, 내가 안낼 돈이라 억울하다고 느끼기 전에, 모두가 룰대로 했을 때 다른 사람이 억울해지지는 않을까도 한번쯤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