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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09 03:01:08
Name atmosphere
Subject [일반] 성역(聖域)은 우리에게 필요한가? - 혹은 정당한가?
부정하기 어려운 명제들이 있습니다.
논리적으로가 아니라 인간인 이상 본능적으로 말이지요.

그러나 따지고 보면 논리적인 개연성을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고,
한 시대의 진리였던 것이 다음 시대에는 진리가 아니기도 합니다.

진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시대에서 자명해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부정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유롭게 논할 수 있는 자유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덕적으로나, '상식에 입각하여' 비난받지 않으면서 거의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상식이라는 것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는 시대정신(zeitgeist)이 변화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중세와 현대 유럽에서의 신에 대한 관점의 차이,
과거 미대륙에서 인종차별이 당연한 것이었다는 점,
신장되는 여성, 어린이에 대한 평가와 권리,

등등 이미 변화해 온 '상식'이 많다는 점은 구태여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당장 도전받아야 할 영역으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세 가지 정도입니다.

첫번째는 인간우월주의입니다.

버트랜드 러셀이라는 유명한 무신론자가 있습니다.
그 사람의 주장 중에 동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점진적으로 변할 것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과거에 특정부류의 사람들에게 인종차별이 당연한 현실로, '우리'와 '너희'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생각되었던 것처럼,
우리가 아직 다다르지 못해서이지 사실상 인간과 여타 동물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즉 동물을 죽이는 것과 인간을 살해하는 것 사이에 차이가 없다는 것이죠.
'슬견설'에는 참새와 봉황의 죽음을 똑같이 생각해야 한다는 구절이 나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과연 이규보는 벼룩과 인간의 생명도 같이 볼 수 있었을까요.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동물의 희생은 어쩔 수 없는 측면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아직 식량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인간과 동물 중 선택해야 한다면 인간을 살리겠습니다.
게다가 인간이 지상최강의 종이지 못하던 시절 동물들이 우리 선조들을 많이 죽였으니 어느 정도는 복수해도 된다고 봅니다.

하지만, 인간의 생명과 동물의 생명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누군가 원한다면 주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도덕적'인 비난을 받지 않으면서 말이죠.

두번째는 민주주의입니다.

'어떤 것이 보다 민주적이다' 라는 것은 절대적인 논거가 될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봅니다.
김일성, 스탈린, 히틀러, 무솔리니.. 많은 독재자가 나라를 말아먹었습니다.
사람들이 흘린 피를 생각하면 나라를 말아먹은 것 이상의 심각한 해악을 끼쳤다고 봐야겠죠.
그러나 '독재는 해악이다' 라는 명제를 두 가지 측면에서 반론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히틀러는 전쟁을 일으키고 타인종 사람들, 특히 유대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유린했습니다.
그런데 독일군인들이나 인종차별에 동조한 대다수의 독일인들이 강압과 공포에 의해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은 아닙니다.
외려 자발적으로, 괴벨스를 위시한 선전단에 의해 선동되어 게르만 민족의 위대함을 주장한 것이죠.
히틀러는 (쿠데타를 일으킨적은 있지만 실패했고) 부정투표를 통해 총리가 된것도 아니며, 국민적 지지율과 인기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히틀러는 악인이며 나치독일의 악업은 악업이되, 비극의 이유는 나치독일의 방향성 때문으로 봐야합니다.
즉 어떤 악인이 충분한 카리스마와 선동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민주적인 제도 아래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겁니다.
또한 조선시대 왕정을 '독재는 해악이다' 라는 명제를 부정하는 논거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세종대왕도 요즘으로 생각하면 독재적이었죠. 봉건시대 왕인이상 독재의 굴레는 벗어날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인권의 개념이 희박한 시대이기는 합니다. 군주제는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구요.
요점은 (그래봤자 전제왕권을 휘두른 독재자에 불과한) 세종대왕을 우리는 위인으로 바라본다는 점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왕권이 약화된 시기 붕당정치 아래에서 조선이 더욱 힘든 길을 나아가게 되었다는 점도.

물론 개인적으로는 최대한의 민주적 장치가 보장된 나라에서 살고 싶습니다. 코렁탕은 생각도 하기 싫습니다.

하지만, '민주주의를 부정하다니 우매한지고' 수준으로 민주주의를 성역화하는 것은 도리어 우스꽝스럽습니다.
민주주의 제도를 지지하는 큰 이유는 통계학적으로 더 나은 아웃풋을 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법률입니다.

PGR에서 토론과 거기서 파생된 키워를 눈팅하다보면 가끔 보게 되는 일인데,
헌법 몇 조, 형법 몇 조를 논거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한 물 지나간 이슈지만 예를 들어 '의료민영화는 옳은가'에 대한 토론이라고 하면,

의료법상 교통수단 제공, 본인부담금 지원 등 환자 알선 행위는 불법이다.
의료법상 신문, 방송 등 매체를 통한 의료광고는 불법이다.
영리를 우선한 의료행위는 대한민국 법에 의해 금지되고 않으므로, 연장선상에서 의료민영화는 옳지 않다.

라는 식의 주장이 나오게 될 경우가 있는데, 이런 식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결국 법이라는 것이 (어느 것이 보다 공평하냐라는 질문에 의해 정리된) 사회적 합의의 총합일 뿐이므로
법조항을 근거로 드는 건 '그럼 대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라는 수준의 논리일 뿐입니다.
법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 모두가 법은 반드시 지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필요성을 넘어서 거기에 어떤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당장 성범죄를 위시하여 각각의 범죄에 대한 처벌의 강도가 국가별로 상당히 차이가 나며,
공간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보아도 상당한 변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토론할 때 이런 식의 말이 나오면 솔직히 반박하기가 곤궁합니다.
반박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피곤해서입니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렇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도의적으로 말이 안 된다'

글쎄요. 모든 고정관념을 배제한다면 자명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 과연 있기는 한지 모르겠습니다.

살인은 나쁜가? 글쎄요, 살인의 피해자가 되기를 원하지도 않고 할 생각도 없습니다만.
전쟁에서 적국 병사를 살해하는 것은 죄일까요. 적국 병사가 막 민간인을 살해하려는 순간에 살해했다면 어떨까요.
만약 죄라면 무고한 아이나 노약자를 무차별 살해하는 것과는 경중의 차이가 있을까요.
안락사는 어떨까요. 섹스 후에 응급피임약을 먹어서 수정란이 자궁벽에 착상하지 못하게 하는 건 어떨지요.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어떤 주제에 대한 것이든 우리는 바닥부터 차근차근 쌓아올라가야한다는 생각입니다.

어린 아이에게도 섹스의 즐거움을 가르쳐야 한다.
마약의 자유로운 생산과 거래를 허용하는 것이 좋다.
일제의 조선병탄이 현재의 한국을 있게 했다.
(심지어) 독도는 일본땅이다.
동성애는 질시받아 마땅한 죄악이다.
(심지어) 장애인을 전부 격리 수용하고 자손을 남기지 못하게 해야한다.
일베가 우리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라는 주장들에 대해서 '제정신이 아니시군요' 라는 감정적인 반응보다는 이성적인 반박이 먼저였으면 합니다.
논리적인 반박이 충분히 가능한 주제들이고,
만약 어떤 명제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이 불가능하다면, 그건 옳아보이지만 사실은 옳지 않은 명제라는 뜻입니다.

모든 성역은 침범되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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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8/09 05:49
수정 아이콘
논문을 쓰시면 됩니다.
이카루스
13/08/09 06:02
수정 아이콘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심지어 동물 간에도 서열이 존재합니다.
파리와 암소는 같은 동물이지만, 두 동물 중에 한 동물을 살려야 한다면? 암소를 죽이고 파리를 살리는 선택이 옳은 선택일까요? 아니면 파리와 소는 동등한 생명체이니, 소가 파리를 죽였으니 그 소도 죽어 마땅한 것일까요?
동물 간에도 먹이 사슬이라는 단계를 통해 생태계가 유지되고 있고 모든 생태계의 꼭대기에 있는 것이 인간입니다. 이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도 하구요. 인간이라는 종이 다른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동등한 가치를 주장하려면 생태계와 자연 자체를 부정해야만이 가능한 것이죠.
atmosphere
13/08/09 08:54
수정 아이콘
약한 개체가 도태되고 강한 개체가 살아남는 것이 자연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강하다는 것과 생명의 가치가 우월하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아기와 성인이 타고 있는 배가 침몰했을 때 아기가 성인보다 약하기 때문에 아기를 먼저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니죠.
13/08/09 06:45
수정 아이콘
오히려 pgr에서는 논리와 과학이 성역이죠.

만약 어떤 명제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이 불가능하다면, 그건 옳아보이지만 사실은 옳지 않은 명제라는 뜻입니다.
-> 전체집합은 항상 참과 거짓의 합집합이 아니고 중간에 다른 집합이 있을수도 있어요. 논리에 따르자면 이는 알 수 없다 입니다...

예를 들면 고인드립도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하고... 뭔가 하나의 기준으로 획일화하기 힘들죠. 그걸 나쁘게 이중성이라고 하기도 하구요.
만약 신이 있다면, 인간을 왜 감성적으로 설계하셨을까요? 진화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이성적인게 가장 좋은것 같기도 한데 왜 진화는 '감성'을 가지도록 설계되었을까요?

전 논리는 안되니 헛소리만 지껄이고 이만 도망치겠습니다. 후다닥.
jjohny=Kuma
13/08/09 06:48
수정 아이콘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흐흐
엘에스디
13/08/09 08:42
수정 아이콘
패배하는 것 같지만(?) 설계라는 말이 들어가는 순간 이미 진화는 아웃이죠...
atmosphere
13/08/09 09:48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알 수 없는 거죠. 제가 잘못 표현했네요.
PGR에서 논리와 과학이 성역이라는 말씀에도 부분적으로 동의합니다.
'보다 논리적, 과학적인 것을 택하는 것이 기준으로서 옳다' 라는 생각도 신념에 해당하는 것이긴 하죠.
그러나 르네상스이래 합리주의가 너무 좋은 아웃풋을 내고 있어서 이것을 포기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13/08/09 06:53
수정 아이콘
논문을 쓸 때, 좋은 관점들입니다. 남들이 당연하다는 것을 질문 하다보면 정말 엄청난 논문이 나오죠. (전 이공계라서 제 분야에선 적어도) 그런데 문제는 보통 남들이 아니라고 하는건 아닌경우가 많아요. 그래도 그걸로 논문을 내면 독창적이지 못하다 혹은 퍼블리쉬할만큼의 가치는 없다 수정이 필요하다로 까여요. 그래서 결국 기존 이론을 확장하는 쪽으로 갑니다. 그것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니깐요. 하지만 두가지 경우에도 건드릴수없는 부분도 있어요. 가령 1+1은 2지 귀요미는 절대 안되요. 엑시엄은 건드리면 안되죠. 사회학에서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 결론은 성역은 있다!
atmosphere
13/08/09 09:06
수정 아이콘
하지만 그건 1 + 1 = 2 가 엑시엄이기 때문이죠.
엑시엄이란 '앞으로 이것을 참이라고 가정하고 모든 논리를 전개하자' 는 명제니까요.
태양이 지구를 돈다. 시간은 모든 관찰자에 대해 동일한 비율로 흐른다.
등등의 명제를 당연해 보인다고 해서 엑시엄으로 착각하면 안된다는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또한 1 + 1 = 2 가 공격받지 않는 이유는 이것을 엑시엄으로 논리를 전개했을 때 현실예측이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론 전체의 논리적인 완결성을 증명했기 때문에 사칙연산이 가설에서 엑시엄으로 승격한 것이지,
엑시엄이니까 건드리면 안 된다는 것은 선후관계가 뒤바뀐 겁니다.
Epilogue
13/08/09 08:09
수정 아이콘
읽으면서 고개를 갸웃거린 부분이 꽤 많습니다만, 일단 저는 '만약 어떤 명제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이 불가능하다면, 그건 옳아보이지만 사실은 옳지 않은 명제라는 뜻입니다'라는 말씀에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설마 '논리적으로 반박하지 못하면 논리적으로 옳지 않은 명제'라는 동어반복을 의도하신 것은 아닐 거라는 가정 하의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뭐 기본적으로 논리는 언어를 짜맞춰서 성립시키는 구조물이죠. 근데 언어는 지극히 비좁은 틀(잣대, 액자, 그릇 등으로 비유할 수 있겠습니다)인지라, 세계는 거기에 온전히 담길 수 없어요. 언어란 결국 이것(기표)은 저것(기의)을 의미한다, 라는 설정놀음이에요. (그러니까 우리는 한 단어 앞에서 떠올리는 것이 다 다르면서도, 동시에 어떤 공통적인 것을 가정함으로써 어찌어찌 대화를 이어나가곤 하죠.) 이런 설정놀음은 물론 우리의 뇌 안에서 이루어지는 추상 활동으로서, 어쨌거나 실재보다 우선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논리가 옳고 그름을 판별해주는 것은 주장-반박 당사자들 사이에서의 이야기일 뿐, 논리가 감히 사실을 좌우할 수는 없지요. 그러므로 논리적으로 주장했느냐 못했느냐, 하는 건 그 명제가 옳으냐 그르냐와 직결될 수 없는 문제라고 봅니다.
atmosphere
13/08/09 09:12
수정 아이콘
이 부분은 제가 잘못 표현했네요.
'만약 어떤 명제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이 불가능하다면, 그건 자명해보이지만 사실은 증명되지 않은 명제라는 뜻입니다' 라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언어의 불완전성에 동감하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무엇이 더 옳으냐에 대해 항상 선택해야만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에 대해 서로 의사소통할 수 있는 방법은 (행동적이든 음성적이든 기호적이든) 언어밖에 없죠.
또한 언어가 불완전하다에서 논리가 사실을 좌우할 수 없다로 전개하셨는데 이 부분의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불곰드랍
13/08/09 08:30
수정 아이콘
논리적으로 모든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논리와 이성이란 것은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논리적이고 연역적인 추론과정을 되짚어 올라가면 논리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명제와 부딪히게 될수도 있다는 거죠. 저는 민주주의가 옳은 것은 유토피아적인 세계를 제외하고 인간의 자유를 보장해 주는 최고의 체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놓을수 있는가? 이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거죠. 배부른 노예가 배고픈 자유민보다 낫다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테니까요. 하지만 역사는 피를 흘리면서도 자유를 쟁취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온 것을 보면 자유가 더 옳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atmosphere
13/08/09 09:18
수정 아이콘
뒷부분에서 말씀하신 바에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만..
배부른 노예가 더 낫다는 사람 입장에서는 배부름이 자유보다 더 중요할 수 있겠죠.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지만 자유가 더 중요한 것이 당연하다. 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는 자유를 쟁취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왔다' 라는 논거를 대신 거고, 여기서부터 논쟁이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죠.
삼공파일
13/08/09 08:44
수정 아이콘
"성역은 없어야 한다"도 예로 드신 문장들과 비슷한 종류의 것이죠.

윤리학 교과서에서 대부분 다루는 내용들입니다. 책을 사서 읽어보시거나 대학생이시면 수강신청해서 들어보세요. 보통 Rachels 책을 많이 쓰는데요, 도덕관에 대해서 하나씩 설명하면서 사례를 듭니다. 동물과 인간, 민주주의, 법률 등에 관한 논증들 다 있고요. 꽤 고전적인 이야기들이에요.
atmosphere
13/08/09 09:28
수정 아이콘
'성역을 없애야 한다' 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성역을 없애야 한다' 는 명제는 자명하다 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 아니죠.

또한 그렇게 고전적인 이야기인데도 불구하고
인간우월주의, 민주주의, 법치주의의 신성성이 아직 모두 부정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비단 세 가지 예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고 했던 것도 아니구요.
Aneurysm
13/08/09 08:52
수정 아이콘
덧글다시는분들은 적어도 글쓴분이 무슨말하고자 하는지 충분히 생각해보고 덧글 달았으면 좋겠네요
아하스페르츠
13/08/09 09:00
수정 아이콘
인간을 우월하다 여기는 사고는 충분히 도전 받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나 법치주의에 대한 것은 현재 우리 사회의 원칙으로 합의한 내용이기에 합의의 내용을 근거로 제시하는 것이지
그 합의 자체를 바꿀 수 없는 성역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런 부분을 성역으로 여기는 분들이 상당히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네요.
삼공파일
13/08/09 09:11
수정 아이콘
논의가 안되는데 굳이 논의할 필요 없죠.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것도 없고 지적 호기심이나 갈증이 느껴진다면 그냥 책을 보면 될 종류의 클래식한 주제들입니다.
atmosphere
13/08/09 09:38
수정 아이콘
댓글의 내용이 좀 교조적으로 보입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잘 모르겠군요.
주장하시고 싶은 것이 '이 주제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시간낭비이다' 라면 최소한의 근거를 대야하지 않을까요?
이러이러한 책에 다 쓰여있다. 말구요.
삼공파일
13/08/09 11:14
수정 아이콘
달은 왜 지구 주위를 돌고 있을까요? 이런 걸로 논의하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논의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atmosphere
13/08/09 09:42
수정 아이콘
인간을 우월하다 여기는 사고가 충분히 도전받는지 모르겠습니다.
당장 푸아그라같은 거위학대음식만 해도 프랑스에서 열심히 팔리고 있습니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비싸서 그렇지 푸아그라를 손에 넣기만 하면 죄책감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사람임을 첨언합니다.
아하스페르츠
13/08/09 09:49
수정 아이콘
인간이 우월하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그런 사고가 성역인 것은 아닙니다.
그런 사고에 반대하는 사람이 있고, 그 반대가 핍박 받지 않는다면 성역이 아닌 것이지요.

인간과 동물의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다는 주장은 석가모니도 했습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로 가지는 편견의 문제를 이야기한 베이컨의 종족의 우상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혀 성역이라 부를만한 영역이 아닙니다.
atmosphere
13/08/09 10:35
수정 아이콘
애완견에게 (가령 끼당 5000원보다 비싼) 최고급 사료를 먹이는 애견가가 TV에 방영되었다고 합시다.
본인 돈으로 구매한 사료지만 이 사람은 사회적인 지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종족의 우상은 말씀하신 부분도 포함되긴 하겠지만 그보다는 인간 종족의 한계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지동설이라든지 종교, 그 외의 모든 아전인수격 현상의 해석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말이죠.
아하스페르츠
13/08/09 10:51
수정 아이콘
다시 말씀드리지만,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그 주제가 성역인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런 비난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주장을 하시는 것인지요?
성역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신다면 당연히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어야 겠지요.

반려견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가족이며, 그를 위해 많은 돈을 쓰는 것은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충분히 있으며, 이런 것이 제제를 받지 않습니다. 말씀하신 예가 전혀 성역에 해당하는 내용이 아닙니다.

종족의 우상이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님은 맞습니다.
인간 중심의 사고를 비판하는 내용이 철학 사조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정도라는 예로 생각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atmosphere
13/08/09 11:03
수정 아이콘
법적인 제재를 받지는 않지만 도덕적인 제재를 받지 않습니까?
인간중심주의에 반대하는 애견인의 경우 비난받는 경우가 있다는 뜻으로 예를 들었습니다.
반대로 지나친 인간중심주의도 비판받고 있기는 합니다만..
성역에서 벗어났다고 보기에는 아직 너무 기울어져 있습니다.
성역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실제로 동물의 권리보다 인간의 권리가 훨씬 중요하게 평가되는 반면
'왜' 인간의 권리가 동물보다 중하냐 에 대하여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하스페르츠
13/08/09 11:16
수정 아이콘
atmosphere님 께서는 계속해서 어떤 비난이 많이 있으면 성역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계십니다.
저는 그 비난에 대해 정당한 반론을 할 수 있다면 성역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정당한 반론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상당수가 반론에 동의하는 의견을 가지고 있는 사례를 이야기해도,
비난을 근거로 성역이라 지속적으로 말씀을 하시면, 논의가 전혀 진행이 되지 않습니다.
위의 예를 보아도 동물에게 사람보다 나은 대접을 한다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지만, 타인보다 소중한 가족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근거와 논리가 분명하다면, 도덕과 상식에 해당하는 내용에 반하는 것이라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만, 그래서 이러저러한 것들이 성역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말씀은 잘 모르겠네요.

모든 주제에 대해 대립되는 입장이 균형을 이루고 있어야 성역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인가요?
atmosphere
13/08/09 11:42
수정 아이콘
그렇지는 않습니다.
인간의 권리가 동물보다 중요하다 라는 명제가 충분히 논의된 후에 확실히 증명되었다면,
인간을 위해 동물은 무제한 죽여도 된다 라고 말해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확실히 논의된 것은 없는 반면,
다분히 관습적으로 인간의 권리가 크게 용인되는 점이 불합리하다는 것입니다.

아하스페르츠 님과 계속해서 엇갈리는 이유는 성역이라는 단어의 의미 차이 때문인것 같습니다.
인간중심주의가 성역이 아니라는 게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아하스페르츠
13/08/09 11:45
수정 아이콘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루어 지고 있는 광범위한 논의와 운동들에 대해서 알아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서구사회에서는 이미 일반화 되었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진행 되고 있습니다.
영원한초보
13/08/09 12:27
수정 아이콘
동물 권리 보호와 관련된 광범위한 논의 정보 어떻게 접할 수 있을까요?
관심이 있어서요
아하스페르츠
13/08/09 12:50
수정 아이콘
간단하게 인터넷으로 드릴 수 있는 정보를 생각해 보니,
EU의 동물 복지 정책과 법안 때문에 한-EU FTA에서 쟁점이 된 사례가 있었네요.

도움이 되실만한 정보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EU의 동물 복지 정책의 단편을 살펴 볼수는 있겠습니다.

http://blog.naver.com/namwanwoo?Redirect=Log&logNo=130086830188
동물복지에 대한 제도의 차이가 무역 장벽으로까지 작용하는 사례입니다.


우리 나라에도 동물복지법이 있으며, 그를 개정하기 위한 토론회 발제문에서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동물권에 대한 담론을 살펴 볼 수 있겠습니다.

http://blog.daum.net/parktong/2991

"일찍이 생명 있는 존재가 보유하는 ‘생명권’은 1978년 ‘동물의 권리에 대한 세계적 선언’에서 유네스코(UNESCO)를 통하여 인정되어 왔다. 즉, 모든 동물은 동일하게 생존의 권리를 가지며(1조), 모든 동물은 존중될 권리를 갖고(2조), 어떠한 동물도 학대 또는 잔혹행위의 대상이 되어서는 아니 된다(3조). 뿐만 아니라 ‘만국 동물권리헌장’에서는 “모든 ‘생명’은 평등하게 세상에 태어나며 똑같은 존재의 권리를 지닌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람에게 인권(人權, human rights)이 있듯 동물에게도 동물권(動物權, animal rights)이 있다는 것은 이미 1970년대부터 보편성을 획득해 나가기 시작하였다."

"우리가 동물보호법을 다루면서 분명하게 인식해야 할 것은 논쟁의 중심이 동물을 수단으로 사용함을 통해 정서를 함양한다는 인간 중심의 모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생명권 침해를 경시했던 우리의 지난 모습을 돌아보고 생명권의 침해에 경종을 울리는 생명체에 대한 보편적 권리의 옹호와 존중에 놓여져야 한다는 점이다."

진행된 발제문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기본입장이 나타나 있습니다.

동물권에 대한 이런 담론이 법제화를 위해 토론 되고 세계기구를 통해 공론화 되는 상황에서 동물에 대한 인간우월주의가 성역이라 바라보는 것은 무리라 생각합니다.
영원한초보
13/08/09 14:04
수정 아이콘
키워드와 유명인사만 가르쳐 주셔도 감사한데
설명까지 붙여주시니 더욱 감사합니다.
아하스페르츠
13/08/09 11:27
수정 아이콘
그리고 인간과 동물의 권리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공파일님께서 충분히 논의된 일이고,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이니 접해보라고 말씀하신 것이구요.
atmosphere
13/08/09 11:45
수정 아이콘
삼공파일님이 주장하신 건 지금 이 논의(성역은 있다 없다)를 할 필요가 없다 에 가깝죠.
두 분의 주장은 겹치는 부분이 작은데 굳이 두 분이 한 편에 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아하스페르츠
13/08/09 11:47
수정 아이콘
삼공파일님의 편에 선 것이 아니라, atmosphere님께서 인간우월주의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동물의 권리에 대한 많은 논의들을 접하지 못하셔서 그리 판단하시는 것이라 생각 되기 때문에 드린 말씀입니다.
13/08/09 10:41
수정 아이콘
글을 읽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제 생각과 상당부분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영원한초보
13/08/09 11:32
수정 아이콘
민주주의를 단순히 정치체계로 생각한다면 절대적 이념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민주주의는 단순히 정치체계를 넘어서 집단내에서 개인의 존엄성을 가장 중요시하는 의사소통 체계라고 생각합니다.
세종대왕은 왕정시대 사람이니 당연히 독재자인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의사소통 과정이 근래 한국 정치인들보다 더 민주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라는 말을 성역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그들이 타인에 대한 존중을 무시하는 행동을 정당화 시키기 위해
언어를 오염시키는 행동을 하는 것은 절대적으로 막고 싶습니다.
13/08/09 12:39
수정 아이콘
인간우월주의, 민주주의, 법률을 공리 수준으로 취급하는 것에 대해서 저 또한 반대합니다만, 맥락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 좀 애매한 댓글들은 아마도 맥락이 불분명해서 달린 게 아닌가 싶은데 독자들에게 맥락을 좀 알려주시면 더 즐거운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인간우월주의, 민주주의, 법률 모두에 대해서 어떤 논의도 필요없다는 태도에 대해서 저도 반대합니다.

글쓴이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뜬금없는 이야기를 좀 적어보자면 저는 인간의 이성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사실 이성이란 건 사람들의 발명품이라고 보는 편입니다. 추게의 Orbef님 글이라던가 요 근래 나름 핫한 뇌 혹은 유전자에 관한 연구들, 진화론적 관점에서 접근한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히려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생각 거리들을 던져주기도 하구요^^ 한참 썼다가 지웠는데 난폭하지만 확 줄여보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합의는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별로 도움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상황의 올바른 변화를 견인하지도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뭐 그냥 그렇다는 얘깁니다 흐흐흐
아우디 사라비아
13/08/09 13:13
수정 아이콘
논리적인 반박.....

본문의 인간,민주주의,법률등은 문명의 결론입니다

논리적 토론의 기본이 되는 개념들이구요
이야기 할때 마다 다시 재정립하기엔 너무 번거롭고 방대하지요

물론 경계의 파열은 있을망정 고갱이를 부정한다면 어떤 논의도 너무 힘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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