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시사 이슈는 온통 국정원으로 도배되어 있습니다.
특히, 커다란 두 줄기인 국정원 정치개입과 국정원 NLL 전문 공개에서 파생한
각종 폭로와 진상규명이 이어지고 언론 보도들이 쉴 새 없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국정원 게이트가 워낙 짚어야 할 범위가 방대한 사건이라서
이것저것 다 살펴보기엔 피로감이 상당합니다만,
그래도 저는 이 부분을 꼭 짚고 싶습니다.
국가정보원 · 경찰 · 새누리당 등이 총체적 난국에 빠진
국정원 게이트의 시작은 이분이었습니다.
국정원 제3차장실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 김 씨.
2011년 12월 12일 새벽 3시 즈음.
경찰과 선관위의 조사를 거부하는 국정원 요원 김 씨와 민주통합당 당직자들과의 오피스텔 대치가
잠시 소강 국면으로 들어가던 때 본인이 자청하여 기자들과 전화로 가졌던 인터뷰입니다.
[머니투데이] 국정원女 "가족 온다고 문 열어준다 한 적 없다"
국정원 직원으로서 늘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있으며
대선후보와 관련한 댓글을 남겨본 적이 없다는 내용의 인터뷰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14일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는
국정원 요원 김 씨는 '저는 이번에 박근혜를 찍습니다' 등의 정치 및 선거 관련 게시물을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 올렸다가 삭제한 바 있으며,
‘오늘의 유머’ 사이트 게시물 운영, 관리 방식,
베스트 오브 베스트 게시판 게시물 선정 지원, 저지 방법,
30여 개의 ID, 닉네임 및 패스워드 일부,
민간인 조력자 이 씨의 인적사항 및 그 명의로 개설된 ID, 닉네임
등이 포함된 문서파일도 가지고 있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분석관들에게
국정원 요원 김 씨 노트북 하드디스크 복구를 통해서 확인되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오늘의 유머’ 17,116건, ‘보배드림’ 1,348건, ‘뽐뿌’ 1,076건 등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접속 현황도 파악되었으며,
'문재인이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이유'에 찬성을 누르는 등
추가로 밝혀진 10개를 더해 총 40여 개의 '오늘의 유머' ID, 닉네임으로 게시글 작성 및 찬반 클릭을 했던 내용도
하드디스크에 있는 URL과 확보한 ID, 닉네임을 통한 인터넷 검색으로 드러났습니다.
마지막으로 국정원 요원 김 씨가 MAC 주소 변조프로그램을 노트북에 설치,
IP주소를 변경하여 게시글을 올리거나 찬반 클릭을 한 행적도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검찰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국정원 요원 김 씨를 기소유예 처분하였습니다.
『이○○ 前3차장, 민○○ 前심리전단장 및 김○○ 등 심리전단 직원 2명, 외부 조력자 이△△에 대하여는
원장의 지시에 따른 범행으로서 상명하복 관계의 조직 특성 등을 감안하여 전원 기소유예하고,
고발되지 않은 나머지 심리전단 직원들은 입건유예 함』
『前국가정보원장과 경찰 고위간부 개인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본건 범행에 이른 점을 감안하여
양 국가기관의 본질적인 기능이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수사 과정에서 신중을 기함은 물론, 형사처벌 대상도 최소화하였음』
위의 내용은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수사 결과 발표문을 참고 혹은 인용하였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_[보도자료] 국가정보원 관련 의혹 사건 수사 결과
민간인 불법사찰 게이트에서
MB정권의 비선라인에 의한 국정 농단 실태가
만천하에 드러나는데 아주 결정적인 역할을 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기획총괄과 장진수 전 주무관.
2010년 7월 4일 밤 11시를 훌쩍 넘길 즈음,
공직윤리지원관실에서 서무 일을 보는 장진수 전 주무관은
자신의 직속상관인 진경락 전 기획총괄과장에게서
지금 당장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에 있는 컴퓨터의 모든 파일을 삭제하라는 전화를 세 통 받습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출근한 장진수 전 주무관은
인터넷에서 이레이징 프로그램을 검색하여 그 중 하나를 다운로드받아
점검1팀의 거의 모든 컴퓨터에 실행 조치하고 진경락 전 과장에게 보고합니다.
2010년 7월 7일 오전, 최종석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실 행정관의 부름으로
청와대 연풍문 근처 벤치에서 최종석 전 행정관을 만납니다.
최종석 전 행정관은 점검1팀의 모든 컴퓨터와 진경락 과장 컴퓨터를
한강에 버리든 부수든 물리적으로 빨리 없애라는 지시를 하고,
처음에 장진수 전 주무관은 검찰과 국민을 들어가며 안 될 일라고 거부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종석 전 행정관은 검찰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서로 이야기가 오가서
검찰이 문제 삼지 않기로 되어 있으니 그저 지시만 따르면 된다고 회유하였고,
아무리 그래도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마음에 걸렸던 장진수 전 주무관은
정 자료 삭제가 필요하다면 업체에 가서 삭제하겠다고 말하고 사무실로 복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디가우징 업체를 물색하여 수원에 있는 한 업체를 찾게 됩니다.
선뜻 내키지가 않아 실행을 못 하고 있던 장진수 전 주무관에게
진경락 전 과장의 독촉 전화가 걸려오고,
오후 3시 즈음에는 다시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서 부름을 받아
다시 청와대 연풍문 근처로 가서 최종석 전 행정관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이 오전에 썼다는 대포폰을 받고,
지금 당장 빨리 일을 진행하되 대포폰을 통해 수시로 진행 상황을 보고할 것을 지시받습니다.
한편, 최종석 전 행정관을 만나기 직전, 긴박함을 느낀 장진수 전 주무관은
동료 주무관에게 점검1팀의 하드 디스크를 분리해 달라고 부탁했고,
돌아와 동료 주무관에게 진경락 전 과장의 컴퓨터를 포함한 총 4개의 하드 디스크를 분리해 전달받아서
관용차를 몰고 수원에 있는 디가우징 업체를 찾아가 처리를 합니다.
그 사이에 수시로 대포폰을 통해 최종석 전 행정관에게 진행 보고를 했고,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는 진경락 전 과장에게도 전화로 보고했으며,
디가우징한 하드 디스크는 사무실로 가져와 다시 원래 컴퓨터에 장착합니다.
(2010년 7월 9일,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압수수색)
위의 내용은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의 증언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슈 털어주는 남자_44회-충격고백,증거인멸 이렇게 진행됐다
이에 검찰은 2010년 8월 말, 진경락 전 총괄기획과장과 장진수 전 주무관을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 처분하였고,
장진수 전 주무관은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다는
서울중앙지법의 기각 결정으로 결국 불구속 기소 처리되었습니다.
이때 형사 사건으로 기소되었지만
국가공무원법 제73조 3의 제4호에 의한 직위해제 처분은 받지 않았던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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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조의3(직위해제) ① 임용권자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
4. 형사 사건으로 기소된 자(약식명령이 청구된 자는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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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장진수 전 주무관은
2010년 11월 1심 판결에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보직 해임되었고,
2011년 4월 2심 판결에서도 역시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국가공무원법 제69조에 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 당연 퇴직하게 됩니다.
현재는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장진수 전 주무관이 가까스로 공무원 신분은 유지하고 있지만,
대법원의 최종 선고에서 결과가 뒤바뀌긴 사실상 어려워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