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는 후배를 따라 지방에 내려갔습니다. 저 같은 일반인에게 학술세미나는 참석하기 쉬운 곳이 아니고, 더군다나 열리는 장소 역시 특별했기 때문에 참석을 결정한 이후부터 기다려왔습니다. 드디어 세미나가 열리는 장소에 진해 해군 사관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엄격한 통제와 조사를 마치고 안에 들어서는데 심장이 두근두근하더군요. 세미나가 열리는 장소로 가던 중에 뜻 밖의 물건(?)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당장 차에서 내려서 달려갔죠. 네 맞습니다. 바로 해사에서 만든 거북선입니다.
그림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거북선을 실제로 보니까 놀랍기도 하고, 감개무량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전쟁기념관에 거북선이 있었네요. 하지만 바다에 떠 있는 거북선은 처음입니다. 명량 답사를 갔을 때 우수영과 벽파진을 오가던 거북선 유람선이 있었지만 일반 배를 개조한 것이라서 이런 포스는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거북선은 설계도가 남아있지 않아서 내부구조는 물론 지붕에 철갑을 씌웠는지 여부가 계속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해사 거북선은 지붕을 쇠로 덮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드디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출입문이 좀 작아서 고개를 숙이고 들어간 기억이 나네요. 해사 거북선은 2.5층 그러니까 전투용 다락이 있는 형태로 복원되었습니다. 하지만 2층에 노와 화포가 함께 있는 모습으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2층에는 화포와 노 외에도 창과 화살등, 당시 무기들과 각종 깃발등을 복원해서 전시해놨습니다. 제일 궁금한 다락은 올라가지 말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사진만 한컷 찍었습니다. 제일 아래층은 격꾼들의 휴식공간과 창고로 쓸 수 있는 공간들이 보였습니다. 용머리쪽은 연막을 뿜을 수 있는 장치를 재현해놨습니다. 뒷부분은 당연히 키를 조종할 수 있는 조타공간이 있었는데 양 옆으로 화장실이 두 칸씩 있었습니다. 그냥 아래쪽으로 구멍을 뚫어놔서 일을 보면 바다로 빠질 수 있게 해놨더군요.
갑작스러운 거북선 탐방을 마치고 예정된 학회에 참석했습니다. 약 6시간 정도의 발표와 토론이 있었는데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두번째 발표에서는 임진왜란 해전사를 집필하신 이민웅교수님께서 토론자로 나오셨습니다. 저보다 훨씬 나이 많으신 분한테 실례인건 알지만 생각보다 귀여우시더군요. 이렇게 가끔 제가 읽었던 책의 저자와 만나는데요.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아무튼 학회 끝나고 저녁 먹는 자리에서 평소 궁금했던 점들을 물러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이한 장소에서의 낯선 만남을 뒤로 하고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인생이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낯선 장소에서 익숙하지만 색다른 것을 맞닥뜨렸을 때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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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에 투입되었던 거북선 같은 거 한 척이라도 남아 있었다면 바로 국보로 지정되고 좋은 학습자료가 되었을 텐데...
참 아쉽네요...
유럽에 있었을 때 제일 부러웠던게 그쪽은 건물이나 이런 것들이 다 석조여서 아직까지 남아 있는게 많은데 우리나라는 목조여서 전란 중에 불타버리고 남아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것도 정말 안타까웠는데 말이죠...
황룡사 9층 목탑 같은 거 남아 있었다면 진짜...
대박이겠죠. 9층 목탑이라 상상만해도 즐겁습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발전을 이룬 탓에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무신경한 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유물, 이야기, 전설 모두 좋은 관광 자원이 되는데 말이죠. 거북선은 요즘 진도 근처에서 계속 발굴 작업을 하는 모양입니다만 나무배의 특성상 남아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