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았던 룸메녀석이 삼겹살을 좋아했습니다. 삼겹살은 구운김치와 함께 쏘주랑 먹어야 제 맛이죠. 저도 삼겹살을 매우 좋아합니다. 소주 두병은 뚝딱합니다.
그날도 그 녀석은 삼겹살에 대한 호감을 여지없이 드러냈습니다. 아..삽겹살이 먹고 싶다구요. 그말을 들으니 저도 먹고 싶군요. 삽겹살에 쏘주라면 저도 못먹어서 환장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삽겹살 먹으러갈까? 라고 물었습니다. 그 친구는 아니라고 살빼기로 했다네요. 저녁에 기름진 고기는 안먹겠다고. 아니 이게 무슨 멍멍이 풀뜯어 먹는 소리야.
하지만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굉장히 자주 있는 일이죠. 먹으러 가고싶다는게 지금 먹겠단 이야기는 아닙니다. 삼겹살에 대한 호감은 크게 다음과 같이 나눌수 있습니다.
1. 내가 쏜다고 사정사정해가며 친구를 설득해서 가서 먹고 싶을때
2. 내가 쏘면서 친구랑도 가서 먹고 싶을때.
3. 내가 쏘진 않지만 친구랑 같이 가서 먹고 싶을때
4. 상대가 쏘면 같이가서 먹고 싶을때
5. 상대가 쏘면서 사정한다면 같이 가줄수는 있을때
6. 상대가 쏜다고 사정해도 안갈꺼지만 먹고싶을때.
0번이 빠졌네요. 혼자서라도 가서 먹고 싶을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런 사람은 없습니다. 저는 가끔 혼자갑니다만. 대부분 호감에 대해 표현을 하면 지레짐작으로 1.2번정도라고 생각을 합니다만...대부분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호감이란게 이런 겁니다. 어제밤에 삼겹살이 먹고 싶어서 울었다해도 오늘 아침에는 생각나지 않을수도 있습니다. 물론 오늘 아침에도 생각나서 저녁에 친구들을 집합시킬수도 있겠죠. 어제 삼겹살이 먹고싶었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내가 조용히 솓뚜껑 삽겹살집으로 그 친구를 불러냈는데 그 친구는 투덜대면서 오늘 삼겹살 안먹고싶었는데 너 때문에 나왔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습니다. 밤에 라면이라면 징글징글 절대 안먹고 싶었는데 동생이 끓여온 라면을 열심히 먹고 있는걸보니 갑자기 한젓가락 먹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호감의 본질이 이러합니다. 사람사이의 호감도 크게 다르지 않아요. 별로 크게 대단한 감정 아닙니다. 사실 대단한 감정이라면 더 큰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깐 호감은 믿지말고 그 사람이 삼겹살을 먹고 싶든 말든 반응하지 말아라는 말을 드리고 싶은게 아닙니다.
괜히 상대가 삼겹살 얘기를 꺼낸것 만으로 마음은 이미 고깃집에서 불판을 올려두시지 맙시다. 얘가 삼겹살을 먹고 싶다는데 나는 오늘 저녁 삼겹살을 먹으면 요즘 한약을 먹고 있어서 기름진 음식 안먹으려고했는데 어떻게하지? 먹어야하나? 라는 김치국도 마시기 마시고 말이죠. 굳은 결심을 하고 삼겹살 먹으러 가자고 이야기하면 아니야 라는 말이 나올지 모릅니다.
내가 그 친구와 삼겹살을 먹고 싶을때 친구에게 먹으러 가자고 하시란겁니다.
PS. 그 사람이 쏜다고 먹자고 할때까지 기다리는 방법도 있는데 나름 부작용도 좀 있습니다. 공짜라는건 언제나 뒷탈을 만들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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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의 호감표현에 김칫국 마시면서 끌려다니지 말고, 내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관계를 이끌어 나가자는 말씀!!
근데 연애라는게 합이 맞아야함을 느끼는 것이, 가끔 여성분이 김칫국 마시고 흔들릴때도 참 난감해요. 방향성을 잘 맞춰줘야 하는데...이걸 잘 해야 진정한 고수인듯...대부분의 남자들이 이런 순간엔 참 당황하는 것 같습니다. '김칫국 마시고 흔들리는 건 내 역할인데...'크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