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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14 13:52
영화는 정말 좋습니다. 제 주변에 뱅킹에 있는 모두가 '이런 극사실주의 영화는 처음이다!'고 했으니-_- 특히 맨 처음에 해고씬과 과장인가 하는 놈이 연봉 2백만불을 어떻게 날려먹었는지 말하는 부분이 너무도 사실적이라고-_-;;;
정정만 좀 하겠습니다. 리먼 브라더스는 당시 금융위기 때 못살아남고 파산했습니다(파산 결정 바로 다음에 AIG가 '우리도 망할거 같아요 징징'해서 당시 리만에게는 파산선고를 내린 중앙은행이 원칙을 다시 뒤집고 AIG를 구제해줘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리먼이 금융시장을 망치지도 않았습니다. 망친건 다른 애들이죠(첫시작은 프랑스계 은행인 SocGen이 모기지 사업 철수를 선언한 것이었습니다). 리먼은 남들이 2007년에 다 빠져나온 시장에 야심차게 '우리는 다르다능!'을 외치며 들어갔다가 폭망했습니다-_- 영화에 등장하는 회장의 극중 이름부터 회장 최측근 중 40대의 여성이 있는 것까지 리먼 브라더스를 모델로 한 영화같긴 한데, 사실 저 출구 전략을 기가 막힌 타이밍에 써서 위기를 돌파한건 골드만 삭스입니다. 똥이나 다름없는 금융상품을 '다른 사람들에게 리스크를 파는걸세!'라고 우겼던 회장의 말도 당시 골드만 삭스 회장이 비슷한 언행을 했다고 알고 있고요. 업계에 계시는 분들은 백이면 백 '그거 골드만 삭스 얘기잖아'라고 반응하더라구요. 하나만 더 정정하면, 저 사례 자체는 경제학적인 관점으로 볼 때 모럴 해저드랑 관계가 없습니다. 그냥 휴지 조각이 된 금융상품을 값을 받고 팔았을 뿐이니까요. 모럴 해저드는 주인이 대리인에게 일을 맡길 때 대리인이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지 않아 발생하는 비효율을 의미합니다. 이 사례는 역선택, 혹은 레몬 문제랑 더 연관이 있습니다. 자세한건 곧 나올 제 논문을 참고...-_-;; 리만 파산에 관한 더 잼있는 일화들을 알고 싶으시면 'Too big to fail'이라는 책을 추천드립니다. 금융상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고 아주 흥미진진하게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3/06/14 14:05
같은 제목의 금융위기를 헤쳐나간 미국 재무부장관 헨리 폴슨의 일화를 다룬 영화를 알고 있는데 책이 원작인 모양이군요.
영화는 명작이긴 한데, 문제는 규제를 풀어 금융위기를 낳았다는 재무부장관 당사자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것이 좀 별로라고 할만한 영화로 알고 있어요. 책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13/06/14 14:09
앤드류 소킨 책이 원작인 걸로 알고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책은 백악관, FED, 리먼 브라더스의 관점에서 얘기를 잘 서술하고 있습니다. 정말 잼있게 읽었어요. 누구에게 딱히 비판을 가한다기 보다는 그 때 있었던 일들과 연루된 중요인물의 경력, 성격, 당시 정황을 잘 풀어서 설명해줘서 좋았습니다.
혹시 엑세스가 가능하시다면 뉴요커 2009년 9월 21일인가에 실린 리먼 파산까지의 1주일?간의 밀착취재 일화도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시카고 대학의 라잔교수가 쓴 폴트라인도 아주 흥미로운 관점에서 리만 사태, 아울러 2009~2011까지 유럽 재정위기까지 분석합니다. 이 책도 추천합니다. Reinhart and Rogoff의 'this time is different'도 내용은 좋은데 요즘 이 두 양반이 대차게 까이고 계셔서-_-;
13/06/14 14:08
리먼 브라더스...
회계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에게 잊을수 없는 이름이네요... 아직 이 영화 보지 못했는데 기회되면 봐야겠습니다 추천감사해요.
13/06/14 14:47
나중에 IB쪽으로 나가보고자 하는 학생인데, 참 재밌게 봤었네요.
실제 업무량이 괴랄하긴 해도 참 매력적인 동네긴 해요 크크 저 취업할때쯤이면 시장이 풀려있어야 할텐데요 헣헣
13/06/14 15:26
이영화에서 웃긴거는 정말 전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물질적 피해를 준 당사자들의 무덤덤함이죠...
그들을 파멸로 몰아 넣은 죄책감보다 자기가 기르던 개가 죽은걸 더 슬퍼하죠.
13/06/14 15:50
원래 저기 일하는 사람들 중에 자기들이 파멸을 불러왔다고 생각하는 사람 하나도 없습니다(적어도 제 주위엔). 그리고 실제로 피해를 줬다고 하기엔 실제 혜택을 받은 사람이 당시에 훨씬 더 많았죠. 물론 그 손해가 한방에 터져서 충격이 컸지만-_-;
13/06/14 17:08
이 영화 파생상품을 조금이라도 알면 엄청나게 재밌게 볼 수 있을테고.. 몰라도 재밌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인데 케빈 스페이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으로 도덕적인척 한거 같더군요. 보스로부터 더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서 말이죠. 그가 사실 슬퍼하는건 직원들의 해고가 아니고 기르던 개의 죽음이었구요. 괜히 그바닥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게 아니란걸 보여주는거죠.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안보신분들은 꼭 보세요.
13/06/14 19:29
아무래도 영화이다 보니까 스탠리 투치와 재커리 퀸토가 분석한 위험에 대해 대강 넘어가는 것 같던데,
실제로는 rare event에 맞물려 있는 자산들의 가치 평가를 위한 path의 분포 가정이 실제와 어긋나고 있는 그런 상황이죠. 그래서 장부 상으로는 여전히 견실한 자산이고, 포트폴리오의 관리 상태도 확률적으로 예측한 상한-하한 밴드를 벗어나지 않고 있어서 문제가 없었지만, 좀 더 정확히 (현실을 제대로 반영해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이미 작살나고 있는 상태라는 걸 알게 되는 그런 상황입니다. 이게 사실 좀 오싹한 것이, 금융 시장의 대부분의 상품들은 실제 "적정 가격"이라는게 손에 잡힐 듯 존재하지 않고, 이론적으로 현실을 재구성한 확률적인 개념으로 존재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과연 그 현실을 반영한다고 주장하는 확률분포가 어느 정도로 잘 손질되어 있는가? 에 대해서는 사실 걱정이 많이 존재합니다. 특히, 자주 발생하지 않는 rare event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과소평가되고 있죠. 그러다보니 이런 대형 악재가 터지면 예상 범위를 넘어가면서 파국을 맞게 되고.. Fooled by Randomness (행운에 속지마라)를 읽어보시면 이런 문제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 소개를 써볼까 했었는데, 빌려서 본 책이라 지금은 갖고 있지도 않고;;
13/06/15 00:21
실제로 대형은행들은 자신들의 포지션에 대해서 VaR이든 뭐든 리스크 상한을 맞춰놓고나서 거기를 벗어나지 않도록 관리하는데, 보통 은행들이 '알아서' 잘 관리하는 편이지만 리먼의 경우에는 파산 직전까지 갔을 때 그 상한을 나중에 미친듯이 올려버렸습니다. 결과는 뭐 아시다시피...-_-;
13/06/15 00:43
어느 은행이건 증권사(투자은행)건 결국 사용하는 모델은 비슷하고, 저 때의 문제는 다들 rare event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했다는 거죠. 시장은 탄탄하고, 분포의 꼬리에 해당되는 사건은 그야말로 1/50년, 1/100년의 빈도이다. 라고 본거죠.
하지만 1/50년의 사건은 실제로는 10년만에 찾아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게 문제인 건데.. 게다가 그 빈도도 과소평가 된 것이고.. 보수적인 은행의 경우에는 모델이 정교했다기 보다는 그냥 정책적으로 엄격한 것의 차이라고 봐야죠. 문화 자체가 보수적인 경우 보니 예측된 모형을 토대로 99%가 아닌 99.9% 영역으로 더 좁혀서 보려는 성격이 있는 터라.. 결국 마진콜 영화에서 나오는 상황(모형의 현실반영 정도에 대한 낙관)에 대해서는 월 가 전체가 비슷했다고 보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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