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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6/11 09:31:37
Name 눈시BBbr
Subject [일반] [스포츠] 프로농구 97-98시즌 챔피언 결정전 MVP 이야기


97-98 시즌, 허재는 기아자동차를 떠나기로 맘먹고 그 이전에 자신의 힘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끈 후 명예롭게 떠나려 했다. 하지만 상황은 좋지 않았다. 챔피언 결정전 상대인 이상민과 조니 맥도웰이 버틴 현대는 사람들이 드디어 기아의 시대가 끝난다고 생각할 정도로 강했고, 기아는 외국인 선수 저스틴 피닉스의 태업으로 인해 인사이드에서 절대 열세에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허재는 플레이오프에서 오른손 손등이 부러지는 부상까지 당했다. 기아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허재 스스로가 이 이상 최악의 상황은 없었다고 말할 정도의 결승전에서, 허재는 자신이 왜 농구 대통령이란 소리까지 들었는지를 증명했다. 인사이드에서 절대 우세에 있는 현대가 허재 단 한 사람에게 휘둘리며 패배를 거듭했고, 오른손에 깁스를 하고 눈덩이가 찢어져도 코트에서 달리고 득점하는 허재를 보고 허재에 대해 비판하던 사람들조차 말을 잃을 정도였고, 기아의 팬들 중에는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7차전에 이르면서 허재가 자신의 모든 걸 짜내는 데도 한계가 왔고, 결국 허재는 팀을 우승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 MVP는 우승팀의 선수가 아니라 허재였다. KBL에서 챔피언 결정전 MVP가 준우승팀 선수 중 나온 일은 이 때가 유일하다.

이 챔피언 결정전에서 허재가 올린 스탯은,
•1차전 : 29득점 5리바운드 6어시스트 5스틸
•2차전 : 30득점 2리바운드11어시스트 5스틸
•3차전 : 21득점 3리바운드 5어시스트
•4차전 : 27득점 3리바운드 1어시스트 5스틸
•5차전 : 17득점 8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
•6차전 : 22득점 3리바운드 6어시스트 4스틸
•7차전 : 15득점 6리바운드 13어시스트 4스틸.

허재는 한국 나이 서른네살, 전성기가 지나 은퇴를 해도 이상할 것이 없던 나이에 이런 기록을 올렸고, 어떤 신문 기사에서는 이런 허재의 모습을 보고선 '마치 상처입은 사자가, 다른 맹수에 포위당한 채 공격을 당하면서도 결연하게 싸워나가는 모습을 연상케 했다' 라고 썼을 정도.

- 엔하

------------

농구대잔치 때부터 기아자동차 팬이었고, 프로 돼서 기아 엔터프라이즈가 부산에 와서 진짜 기뻤었죠. 정작 얼마 안 가서 허재 선수 떠나기도 했고 부산에서 푸대접해서 울산으로 가고 제 관심도 다른 데로 가면서 잊어 갔지만... 이후 아예 역사속으로 사라졌죠. 그 유명한 허동택 트리오 중 한 명은 영구제명해야 될 일을 저질러 버리기도 했고 -_- 에효.

+) 웃겼던 기억이 하나 있는데, 이 때 기아팬이라 아직도 기아를 닉네임으로 쓰던 사람이 갈매기 마당에서 기아 타이거즈 간첩이냐고 욕 먹더군요. 거 참 (...);;;

이제는 딴 건 거의 기억 안 나는데, 눈에 붕대 감으려고 하니까 뿌리치는 건 진짜 잊을 수가 없네요. 그 때 저도 눈물이 핑 돌았었거든요. 그의 시대도 끝나가는구나 생각했었는데 저런 말도 안 되는 투혼을...

정말, 허재는 허재입니다.


* 항즐이님에 의해서 유머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13-06-11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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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6/11 09:35
수정 아이콘
이때 현대선수들이 허재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서 질 것 같다고 하기까지 했죠.
선수때 절실함이 부족해서 실력이 잘 안나왔던 선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4월이야기
13/06/11 09:41
수정 아이콘
이 결승전을 끝으로 허재선수의 팬이되었었죠.
농구대잔치시절 너무 잘 해서 얄미웠던 선수였는데...
사실 이충희 선수 팬이어서:)
무조건한놈만
13/06/11 10:03
수정 아이콘
괜히 짠 하네요 왜 이런글이 유게에...
치토스
13/06/11 10:10
수정 아이콘
농구에서 주손은 아니지만 손등이 부러졌는데 7차전까지 저렇게 뛰었다는 자체가.....
정말 농구대통령 이라는 수식어가 전혀 아깝지 않은 영원한 농구대통령 허재.
13/06/11 10:55
수정 아이콘
당시 어린 나이에 챔결보면서 다시는 이런 감동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올시즌 안양 KGC가 잊고 있던 감동을 되새기게 해주더군요.
결국 정규리그는 SK가 휩쓸었고 우승은 최고의 전력을 갖춘 모비스가 가져갔지만, 이번 시즌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KGC였죠.
항즐이
13/06/11 11:28
수정 아이콘
그렇죠. 저도 저때 허재 보면서 "아.. 이제 농구 그만 봐야지. 허재 형도 모든 걸 불살랐고..." 라고 했는데,
작년과 올해 안양이 제 마음에 불을 다시 지펴주더군요. 지난 시즌 김성철의 감동의 우승과 이번 시즌 김태술, 이정현의 "우리 안죽었다고!"플레이는 정말...

아무튼, 허재는 허재입니다. 농구는 허재, 그 외에는 없죠. 아직까지도.

저런 양반이니, 감독하면서 선수들 보면서 얼마나 답답할까요... '아 놔 그냥 던지라고...'
13/06/11 12:24
수정 아이콘
손가락 골절이라고 봤던거 같습니다.
시리즈 끝나고 인터뷰 기사 본거 같은데 손가락이 검게 멍들어 있고 퉁퉁 부어 있던군요.
정말 감동적인 시리즈였습니다.
원래 허재를 좋아했지만 눈물나도록 멋지지만 감동적인 플레이였습니다.
13/06/11 13:32
수정 아이콘
와... 당시 현대 팬이던 제게 저런 스탯은 무의미하고, 그냥 짜증나는 존재이기만 했는데...
스탯보니 정말 입이 쩍 벌어지네요.
대단합니다.
슬램덩크에서 상양감독이 부채 부러뜨리고 싶은 심정 들게 만드는 영상이네요.
13/06/11 14:46
수정 아이콘
해남감독이죠 크크
민머리요정
13/06/11 15:45
수정 아이콘
크, 이날 1차전 경기 초등학교 시절 직관 갔던 기억이 납니다.
Je ne sais quoi
13/06/11 17:29
수정 아이콘
우리나라 농구 1인자는 누가 뭐래도 허재죠.
comesilver
13/06/11 18:21
수정 아이콘
당시 형이랑 TV중계로 전 경기를 챙겨봤는데, 현대가 우승하고 MVP발표만 남은 상황에서 둘 다 우승팀은 안중에도 없고 멍하니 MVP는 당연히 허재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허재 이외엔 누구도 말할 수 없던 순간이었어요.
준우승팀에서 최우수선수가 나온 건 아마 세계 프로스포츠 역사상 거의 유일한 사례가 아닌가 싶네요.
minimandu
13/06/11 22:30
수정 아이콘
그래도 그 후 나래로 옮겨서 후에 삼보로 인수된 구단에서 플레잉 코치로 뛰면서 결국 팀을 우승시켰습니다.
그 시리즈도 허재 팬으로서는 참 뭉클한 경기였습니다. 에이스는 김주성이었지만, 흐름을 뒤집는 플레이 몇개를 선보여줬죠.
곧미남
13/06/12 06:22
수정 아이콘
저 역시 허재라는 선수는 늘 그 당시 최강이었던 기아소속에 농구만 잘했지 매너없고 사생활
드러운 선수라고 생각하다가 저 시리즈 이후에 아~ 진짜 농구대통령이구나라는 생각 절로 들게끔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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