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에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월급통장과 시간을 맞바꾼 셈이죠. 시간이 남게 되면서 답사를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역사는 모든 사람들을 친구로 만들어버리는 마법을 발휘합니다.
최근에는 바다 답사를 많이 하긴 하지만 원래 제가 가장 좋아했던 곳은 성곽이었습니다. 구불구불한 산을 따라 쌓인 성벽을 따라 걸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것은 늘 행복한 일이었습니다. 여러 곳을 갔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곳은 독산성과 임진강의 고구려 보루들이었습니다. 답사팀에서 빌린 승합차를 타고 한참 동안 올라가서 만난 독산성은 산을 휘감은 야트막한 성벽만큼이나 고요했습니다. 때마침 내리던 눈이 그치고 구름이 걷히면서 보기 드문 장관이 연출되었죠. 허둥지둥 사진을 찍어놓았지만 아무리 사진을 들여다봐도 그 순간만큼 떨리지는 않습니다.
두번째 사진은 당포성의 전망대를 찍은 겁니다. 임진강을 따라 세워진 고구려의 보루들은 성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았지만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한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투의 민족 고구려가 쌓은 성 답다고나 할까요. 성곽들이 지나온 세월들을 떠올려보려고 노력해봤습니다. 하지만 그 길고 험난한 세월들은 기억하는 것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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