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전쟁 이후의 세상을 그린 게임 중에서 최근 가장 좋았던 건, 역시 메트로 시리즈였습니다. 다른 게임에서 보기 어려운 메트로 시리즈만의 느낌은 잘 흥미롭고 매력적이었죠. 방사능으로 뒤덮인 세상에서 탄약 1발을 세가면서, 방독면과 가스 필터까지 신경 쓰고 다녀야 하는 이 게임의 매력은 비슷한 소재의 폴아웃 같은 작품과 비교해도 전혀 못할 것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편이고요.
그래서 메트로 2033과 라스트 라이트를 기반으로 엔진을 개선해서 내놓은 메트로 리덕스는 제가 어느 정도 기대했던 편입니다. 일단 게임 자체는 개인적으로 높게 평가하는 편이고, 낮게 평가하는 부분은 엔진 개선으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2033은 단순히 엔진 정도만 개선한 게 아니라, 최소한의 노력도 보였습니다. 대표적으로 원래 2033에는 없었던 요소들을 넣었다는 점입니다. 몰래 탄약을 숨겨둔 장소나 금고는 리덕스 버전에서 새로 추가된 부분인데요. 덕분에 게임을 즐기는데 있어서 좀 더 흥미가 있습니다. 전부까진 아니더라도, 2033 리덕스는 원래와는 많이 다른 게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또 음악이 예전보다 훨씬 풍성해졌습니다. 효과음 같은 부분도 마찬가지고요. 예전 2033보다 훨씬 다채롭고 게임의 분위기에 잘 어울립니다. 특히 도서관 부분에서 괴물들의 괴성을 듣고 있노라면 다시 플레이하는 데도 긴장감이 넘치더군요.
무엇보다 최적화와 그래픽 퍼포먼스 면에서 훨씬 좋았습니다. 다소 어두운 느낌이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예전에 비해서 납득할만한 요구 사양과 최적화가 돌아왔기 때문에, 전 불만이 없었습니다. 또한 인물 묘사만 해도 2033 때부터 정말 몰입을 해칠 정도로 별로였는데, 이 부분도 라스트 라이트 이상으로 나아졌습니다. 물론 플레이 내내 어색해보이는 모습이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괴물들 동작은 몇년 전에나 볼 수준으로 심각하게 어색합니다.
그리고 스파르탄 모드가 추가되었습니다. 원래 메트로 시리즈는 극단적으로 부족한 물품을 아껴 쓰면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보니까, 저 같은 유저는 무척이나 좋았습니다만, 이게 싫은 유저들도 많죠. 그래서 이런 부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일종의 캐쥬얼 모드가 신설되었습니다. 전 마음에 들진 않아서 건들진 않았습니다만, 다다익선이라고 이런 건 언제나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법이죠.
반면에 라스트 라이트는 플레이 자체를 많이 해보지 않았지만, 실망까진 아니더라도 만족스럽진 않더군요. 제일 큰 이유는 역시 라스트 라이트가 발매된지 얼마 안 된 작품이라는 점입니다. 엔진 개선도 2033만큼 눈에 띄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2033만큼 뜯어고친 부분이 쉽게 보이지도 않거든요. 그러니 라스트 라이트는 크게 흥미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메트로 리덕스는 딱 기대만큼 좋았습니다. 가격 면에서는 조금 아쉬움이 남긴 합니다만, 그래도 2033에 한해서는 아쉬움이 크진 않았네요. 만일 2033을 플레이하지 않은 분이라면 이번 리덕스 버전의 2033은 강력 추천할만한 작품입니다. 2033을 이미 플레이해보셨더라도, 어느 정도는 추천할만하고요.
반면에 라스트 라이트는 많이 아쉽더군요. 굳이 리덕스로 다시 내놓을 필요가 있었나 싶은 생각도 크고요. 다만 아직 라스트 라이트를 해보지 않으신 분이라면 리덕스 버전을 구매하시는 것이 좀 더 나을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