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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2/12 02:08:32 |
Name |
리콜의추억 |
Subject |
이재훈, 그가 공군에서 완성되길... |
개인적으로 제가 스타를 즐기기 시작한게 대략 1999~2000년쯤 된것 같습니다.
당시에 대부분의 스타팬들이 그러하듯이 '스타크래프트'라는 단어보다 '임요환'이라는 단어를 먼저 알게됐고, 더욱 대부분의 임요환선수의 팬이 되는 과정처럼 저또한 임요환 선수의 팬으로 '보는 스타'를 즐기기 시작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MBC게임의 홍진호선수와 이재훈선수와의 리버오브플레임(맞나?)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그게.. 그때까지 보지못했던 굉장히 특이한 경기였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재훈선수를 알기위해선 이윤열선수와의 50게이트전설을 보라는 말씀들을 하시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그건 아니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경기는 말 그대로 당시까지 대부분 프로게이머들이 떨쳐내지 못했던 '아마추어리즘'의 결과정도였다고나 할까요?
그 경기는 그저 현재도 베틀넷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무한 농락모드 들어갔다가 그저 제대로 삽질한 고수의 플레이였을 뿐'이라고 보는 편이죠.
하지만, 제가 처음으로 본 이재훈선수와 홍진호선수와의 경기에서 이후 7년동안 그가 보여준 극단적인 장단점을 한꺼번에 본 경기라는 돌이켜짐이 느껴집니다.
당시 경기에서 이해할수없는 초반우위(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플토의 대저그전은 진정한 안습이었죠.)와 이후 알수없는 이유(?)로 다시 홍진호선수의 우세상황.
그리고 그 이후 중후반에 플토의 GG스러운 상황이 다시 반전되어 홍진호선수가 GG를 쳐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에서 또한번 이재훈선수의 천연덕스러운 방만함이 돋보이면서 한시간이 넘는 치열한 후반자원싸움까지 가며, 막판 마법플토의 효시(?)까지 보여준...
그 경기에서 보여준 아비터리콜과 마에스트롬등 당시엔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플토의 로망을 보여줬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스타역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년이 훨씬 지나서 김동수선수가 임요환선수를 상대로 보여준 아비터리콜이 그 시작점이라는 낭설을 만들어내기도 했죠.
그의 플레이는 참 특이합니다.
그가 꾸준한 성적을 올리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는 팬이 꽤 되는 이유가 아마 그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잊을만하면, 포기할까싶으면, 그는 여지없이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감 무지하게 없는 소심한 인터뷰와 함께 경기에 등장해서 남들은 흉내내지 못하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멀티에 성공한 테란을, 똑같은 멀티숫자의 플토로, 그것도 질럿과 드라군에 불과한 병력으로 힘싸움을 하는데 이상하게 이겨버리곤 했습니다.
어떤때는, 테란이 극초반 바이오닉전략을 써서 해설자의 '저건 못막습니다.'소리가 무색하게 프로브까지 동원해서 신기하게 막아내곤 더이상 테란이 할 일이 없게 만들기도 했죠.
그것도, 당시엔 지금의 마재윤의 명성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것 같은 이윤열선수를 상대로 말입니다.
이 선수는 매번 이런 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랜만에 나와서 언제 들어가는지도 모르게 또 깊은 잠수를 타다가 잊을만하니까 최연성선수를 상대로 2:0.. 그것도 너무도 완벽한 운영으로 이겨버리더니 또 잠수탔다가, 이후 온겜을 휩쓸며 잘 나가던 박성준선수를 '플토도 저그관광이 가능하다'는걸 보여주듯 2:0..
정리해보자면, 역대 본좌들에겐 그 전적이 모두 앞서는 희한한 전적을 만들어냈습니다.
그의 경기를 보고있으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경기 옵저버들이 자꾸 중요한 위치의 장면을 놓치는 경우가 꽤 많다는 겁니다.
아마, 그런 이유로 스타의 내공이 낮은 사람이 보기엔, 그야말로 '무난하게'이긴다는 해석을 하곤 하는데, 그건 무난한 승리가 아닌 TV엔 잘 보여지지 않는 섬세하고 난이도 높은 조작들의 산물이라는 점이 이재훈선수가 스타고수에게 인정받는 몇 안되는 고수로 평가되는 이유가 아닐까하는 짐작을 하게 되더군요.
각설하고...
그 이재훈 선수가 오늘 공군입대를 한다고 합니다.
한때 열렬히 그를 응원하던 팬들 대부분이 군대에 가있거나 또는 바쁜 일상에 젖어사는 사회인으로 떠나있기에 다른 누구처럼 열렬한 배웅식은 없더라도, PGR21에서조차 짧은 소식하나쯤으로 지나쳐버리는 현실이 팬으로서 참 씁쓸...한 생각이 드네요.
세월은 막을 수 없나봅니다.
모쪼록, 이재훈선수가 공군에서 더 많은 출장기회와 그간 그의 팬들이 무수히 지적했던 승부욕과 독기가 군대 안에서 그의 프로선수로서의 기반을 완성시켜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사견 하나 더 - 올 프로리그엔 공군팀덕에 더 재밌게 보게 될것 같습니다. 이재훈,임요환,강도경,최인규... 이 선수들이 한 팀에서 뛰는걸 볼 수 있다니... 옛날생각하면 참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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