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박현준 선수+다비님 관련글과 함께
한국시리즈 4차전에 응원갔던 이야기를 같이 엮어서 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했습니다.
우승도 확정안됐는데 괜히 좋아하면 부정탈까봐...
저는 86년생부터 삼성팬이라고 얘기는 합니다만...
제가 83년에 태어났기 때문에-_-;; 그때 기억나는 건
사자와 이만수...
그리고 뒤에 있는 검은옷 아저씨가 소리를 지르면 투수한테 좋다는 것 정도...
네살짜리의 논리구조로는 사자가 동물의 왕이었습니다.
지역연고니 뭐니를 알 턱이 없지요...
그렇게 저와 삼성라이온즈의 인연은 시작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야구장에 간게
90년 한국시리즈 2차전 대 LG전이었습니다...
1차전 때 가자고 졸랐지만 못갔었죠...1차전 스코어가 0:13 참패...
그 덕분에 "내가 안가서 졌다"라고 더욱 떼를 써 2차전을 구경가게 되었죠...
2차전 때도 아마 한두점차로 졌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아버지 말씀으로는 이병훈 선수인지 노찬엽 선수인지 결승타를 쳤을때
제가 울었다고 하더군요-_-;;
울면서 나가던 저에게 한 사람이 야구공을 건네 주었습니다.
LG마크가 뚜렷한 정삼흠 싸인볼이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안 받으려는 걸-_-;; 아버지가 받으셔서 아직도 집에 있다는...
97년 플레이오프 2차전 때 다시 잠실을 찾았습니다.
치고받던 두팀, 7회까지 LG가 두점을 앞서나가게 됩니다.
8회초, 주자 두명이 나가자 마무리 이상훈 투입,
그때 터진 신동주 선수의 역전 쓰리런!
완전히 승리 분위기!!!
그러나...그러나...
9회말, 1사 1, 2루가 되자 삼성에서는 박동희 투수를 성준 투수로 교체했습니다.
원칙대로라면 우측 대타를 써야 하는 상황이지만
서용빈 선수는 그대로 나가, 초구를 통타...우중간 2루타...-_-;;
성준 공 한개에 패전-_-;;;;;;
작년에도 현대가 올라오길 바랬었습니다.
두산이 올라오면 정신력이란 부분에서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 때문에...
그것은 참 슬프게도 맞아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같은 이유로 올해도 LG가 올라오지 않길 바랬습니다.
모두 보셨겠지만 LG의 팀 구성은 한국 시리즈 사상 약체에 꼽힐지 몰라도
정신력은 최고급이었단 것을...
하지만, 저는 보았습니다.
공 하나하나, 욕심부리지 않는 모습을, 팀배팅에 열중하는 모습을,
한경기 한경기 이긴다고 들뜨지 않는 모습을,
올해는 뭔가 될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목요일에 있었던 4차전, 이전의 아픈 기억을 뒤로 하고 5년만에 야구장을 찾았었죠...
(혼자 야구장 가는것...못할 짓입니다-_-;;)
7회말 무사만루를 노장진 투수가 너무나 멋있게 막고
(전 그때 속도측정기를 보며 마치 전용준님처럼 150! 151! 직구 하나하나 외쳤답니다.)
8회초, 이번 시리즈의 영웅, 마해영의 결승타...
너무 기뻤습니다.
제가 응원하러 가서 처음으로 삼성이 이겼습니다^^
신이 나서 경기 끝난 후에 그 쉰 목으로 계속 노래를 불렀다는(옆사람 얼마나 괴로웠을까요...-_-)
5차전에서 지긴 했지만 9회 보여준 저력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걸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래서 6차전...9회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아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왜 계속 보냐고 그러시고 계셨었죠-_-;;
김재걸 2루타...느낌 좋았습니다.
강동우 아웃...에이 역시...
브리또 사사구...뭔가 최상의 시나리오와 맞아떨어지는 듯한...
그리고...그리고...
이번 시리즈 20타수 2안타의 이승엽...동점홈런...
아...그때의 기분이란...
밑층의 소음에 민감한 동네 할머니 상관하지 않고 방방 뛰어다녔습니다...
그리고 나오는 낭만고양이......
낭만고양이와 저는 참 인연이 괜찮은 모양입니다. 정말로...
마해영, 바뀐 투수 최원호의 3구 통타!!!
저의 안좋았던 기억...90년의 기억...97년의 기억...
그리고 삼성 라이온즈의 일곱번의 안좋은 기억...
모두...역사로 사라졌습니다...
모든 맘고생 단 한방에 떨쳐버린 이승엽...
이번 시리즈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준 마해영...
수많은 고생 끝에 여기까지 온 노장진...
힘든 해, 그러나 가장 귀중한 것을 차지한 양준혁...
언제나 마운드에 서면 믿음직한 임창용...
자신의 꿈대로 강한 팀에서 우승하게 된 브리또...
갈베스의 악몽을 잊게 해준 엘비라...
주장으로서 항상 좋은 플레이 보여준 김한수...
자랑스런 동국인!^^ 박한이 선배...^^;;
이제 부상의 아픈 기억을 잊었으면 하는 강동우...
멋진 수비, 가끔 멋진 한방 보여준 박정환...
한경기도 빠짐없이 사자의 안방을 지킨 진갑용...
항상 얼굴 보면 도시락 싸서 주고 싶은 맘이 드는 배영수...
우리의 무적 믿을맨 김현욱...
좌투수 킬러로 잘해 준 김종훈, 임재철...
오늘 대역전의 물꼬를 텄던 김재걸...
작년에 수많은 욕 다 먹었던 전병호...
내년에는 부활하길 바라는 오상민...
마지막에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그 경기, 승리의 이름을 안게된 강영식...
우승모자를 감회젖은 눈으로 바라보던 류중일 코치...
마지막 두개의 홈런에 기뻐하며 베이스 밟는 걸 챙겨준 박흥식 코치...
눈물이 글썽글썽한 모습으로 자신의 공은 없다고 고개를 젓던 단장님...
그리고...한때는 미워했던, 지금은 좋아하는 코끼리 감독님...
삼성을 거쳐간 이만수 코치 비롯한 그전의 모든 스타들...(이름을 많이 모른다는;;)
그외 모든 사자팬들, 선수들, 코칭스탶들...축하...^^
LG 선수들...저는 LG를 싫어했었습니다.
90년, 97년의 아픈 기억 탓에...
하지만 그들의 투혼은 정말 멋졌습니다. 그들은 패자가 절대로 아닙니다.
당뇨 투병중인 심성보, 이제 수술받으러 가야할 김재현,
군복무중인 서용빈, 걷기도 힘들다는 장문석, 마운드에서 내려와 탈진했다는 이동현,
2년 연속 준우승한 말티, 지금 누구보다 마음고생 심할 이상훈...
그리고 그...마지막 모습...아직도 너무나 안타까운 최원호...
너무나 쓰디쓴 표정을 짓던 승부사 김성근 감독까지...
내년에는 지치지 않은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길...(특히 김재현 선수^^)
다시는 "엘지바보"란 응원 쓰지 않겠습니다...(__)
LG의 투혼은 최고였습니다.
하지만 삼성의 한은 그걸 뛰어넘었습니다...모두 잘했습니다...
삼성에 고맙습니다...
모든 것을 웃으면서 할 수 있는 자신감을 준 것에...^^
그리고 야구에 고맙습니다...
이러한 기쁨과 환희를 준 것에...^^
p.s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