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를 좋아하신다면 마일즈 데이비스라는 이름을 아실테고,
마일즈 데이비스를 좋아하신다면 'so what?'이라는 제목의 곡도 아실겁니다...
(보컬이 들어가지 않은) 재즈곡들을 듣다 보면
이 곡과 제목이 어떻게 연관이 되는걸까? 라는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John Coltrane의 'Ole'라던지, Oscar Peterson의 'people', Miles Davis의 'so what?'도...
그럴 때는 결국 혼자서 이런저런 몽상, 상상만 하고 머리 속으로 '소설'을 쓰게 되죠
이러저러한 에피소드 끝에... 툭 한마디 '그래서 뭐?'
요즘 저는 어째 사람을 직접 만나 대면하는 것 보다. 메신저나 채팅서비스, 전화, 게시판 등으로 '타인'을 접하는 일이 더 많군요... 빨리 개선해야 할 일인데...
그런데 어느날, 채팅방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더랬지요.
문학-책 이야기, 음악 이야기, 영화 이야기, 등등... '생활 필수'에 속하는 부분은 아닌.
그런데 'g'라는 사람(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중요한건 아니므로)이 하는 말들이 계속 거슬리는군요. 이를테면 "살면서 가슴에 담아둘 음반 한장, 책 한권 없는 사람은 인생이 참 답답해 보인다(1)" 라거나. "이某 후보가 정말 싫지만 그가 될 수 밖에 없다는걸 안다(2)"라고 말하는 거라던지.
같은 채팅방의 누군가가 뭔가 공통 화제?를 찾으려고 새로운 소재의 이야기를 꺼냈는데 불쑥 "나는 ***(이를테면 만화, 스포츠, 게임) 관심없어"라고 툭 내뱉는 그/그녀...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를 짜증나게 만든 문장은 "우리나라 너무 답답해요 프랑스가서 살고 싶어" 그러면서 에스프리가 어쩌구 저쩌구...
재즈 이야기를 하면서 ... 쳇 베이커를 좋아한다는군요. 하긴, 쳇 베이커랑 에스프리... 통하는 데가 있긴 하죠
쳇베이커가 이래서 좋고 저래서 좋고, 그래서 한마디 하고 싶었죠
"나는(나도) 쳇 베이커 (따위) 관심없어"
그러나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네요. 역시 몸에 배인 귀차니즘의 탓인지.
대신, 마일즈 데이비스의 곡 'so what'이라는 제목이 참으로 멋지지 않느냐는 말을 꺼냈습니다. 이 얼마나 쿨한가(그러고보면 그 '쿨'로 분류되는 앨범에 수록된 곡이군요), 이 얼마나 시니컬한가, "그래서 뭐?"라니 멋지지 않아요? ... 라고 물었는데
"마일즈 데이비스 지루해서 안좋아해요"
아하, 욕도 최소한 알아듣게는 해야 욕인 것을...
1)음반 한장, 책 한권...운운 : 음반, 책, 등등의 '문화상품'도 결국엔 '상품'인지라... 여건상 그런 것들을 향유할 경제적,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요.
책이나 음반같은 것들을 저도 (매우) 좋아하기는 하지만, 솔직히 그것이 '생활인'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는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음악, 영화, 문학,...등등의 '문화'를 즐기고 소비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고, 또 그런 것들을 향유하지 않는/못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는 사람들 보다 불행하다거나 '아래'의 존재로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결국엔 장식품, 혹은 엔터테인먼트일 뿐일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2)이某 후보가 싫지만...운운 : 정말로 그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그리고 '반대편'의 후보가 당선되기를 바란다면 그렇게 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하고 작은 것일지라도, 아니 작은 것부터라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이루고 싶은 것, 바라는 것이 있다면 '가능하다', '이루어 질 수 있다'라고 생각해야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라고 여긴다면 실제로는 실현의 여지, 가능성이 있는 일일지라도 '불가능하다'라는 생각과 말... 그것으로 인해 실제로 불가능해집니다. 결국 제가 보기에는 그/그녀의 말은 현실에서 무언가 움직여 힘써본 적이 없는 사람의 투정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투정에 불과하다'라고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니 채팅방 분위기가 썰렁해지더군요 훗훗훗
그런데, 이렇게 '궁시렁거리는' 나의 모습을 저기 멀리서 앉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나,
그놈이 이렇게 말하는군요
"그래서, 그게 뭐? 그게 어쨌다고?"
so wh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