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2005/04/16 11:15:46 |
Name |
The Siria |
Subject |
MWL 그들이 걷는 길(9) - 노랫소리에 미소가 흐르면, 악마가 깨어난다, 천정희. |
흔들리는 모습이 보였다고 말 할 수 있을까.
항상 8강에는 무난하게 오르는 것 같던 그가 16강, 30강에서 자신의 경기를 마무리하게 되었으리라고는 누가 생각을 했을까. WEG 2005 시즌1에서 나엘과 오크에게 밀리면서, 결국 16강에서 든 쓴 잔. 프라임리그5에서 와일드카드전으로 밀리고, 결국 그 와일드카드전에서 일찍 떨어져야 했던 그 순간.
비록 시드는 얻어서, 이 번 리그에 다시금 참여하게 되었다고 하지만, 그가 그간 쌓아놓았던 명성에 비하면, 또한 그가 지금까지 얻어낸 성적에 비하면, 많이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가 참여한 대회에 8강 이상의 진출자에 그의 이름이 빠진 적이 있었던가.
그렇기에, 그에게 있어서는 진출 그 자체가 성적의 전부라고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언제나, 상당한 성적을 거두어야 하고, 그 것이 그에게 어울리는 것이라는 느낌이 든다.
패배는 맛보았다고 해도, 그래도 결정적인 순간에 그 막강한 공격력을 뿜어내면서,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보인 자 바로 그, 천정희가 아니었던가.
천정희가 다음 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 것은 분명 이변으로 받아들여질 만큼의 가치가 있다.
그가 얼어붙은 왕좌의 시대 이후에 올린 성적을 본다면, 바라본다면, 그 말은 당연히 나오게 된다. 그가 고비마다 자신을 살리는, 종족을 살리는 승리를 거두는 모습을 상기한다면, 언데드의 힘을 뿜어내는 악마의 기운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게 느낄 수 있다.
그가 탈락한 지난 두 개의 시즌. 슬럼프라는 말은 쓰지 않아도, 충분히 흔들렸다고 말 하고 싶기는 하다.
악마의 노래.
그는 여전히 악마로 불리며, 상대의 힘을 빼놓는 경기를 보여준다.
악마는 너무 힘이 강하기에, 승리를 거두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상대보다 규모가 조금 작은 병력이라도, 악마의 피와 기운을 가지고 있는 죽지 않는 자들은 상대에게 악마의 힘이 무엇인지를 뚜렷이 보여준다.
상대보다 조금 불리한 상황에 처해도, 그의 적수는 방심할 수 없다.
그는 상대의 혼을 빼앗고, 혼을 분리시키며, 자신의 혼은 한 곳으로 집중시킨다.
상대가 그의 맹렬한 공세와 아프게 찌르는 견제에 자신의 혼이 여럿으로 나뉘는 순간, 한 곳에 모인 악마의 혼은 차례차례 이 곳 저 곳에 나뉜 혼을 하나씩 악마의 노래로 물들인다. 그리고 물들여진 그 혼은 더 이상 그의 주인에게 봉사하지 않는다. 봉사하는 대상은 오직 악마의 승리이다.
상대를 철저하게 짓밟는 모습, 혼을 앗아가는 모습, 그리고 들려오는 노랫소리.
그는 이 모습 하나만으로 언데드를 대표했고, 언데드를 이끌었고, 언데드를 상징했다.
자신에게는 영광이고, 상대에게는 악몽인 악마언데드라는 경칭.
그가 자신의 경기를 아름답게 끌고 가던 시절에 그의 모습은 말 그대로 악마였다. 감히 상대가 방심 할 수 없는 그 악마의 모습. 그것이 그가 천하를 휩쓸던 시절, 그를 통해 느끼고 찬탄하던 모습이었다.
주춤한 모습, 솔직히 부정할 수 없다. 여하튼 얼어붙은 왕좌의 시대에 그는 단 한 번도 1라운드에서 탈락한 적이 없었으나, 지난 두 개의 시즌에는 그러했다. 그가 일구어 놓은 명성과 업적이 약간은 빛이 바래게 된 결과였다고 해도 부정하기는 힘들 것이리라.
하지만, 그것이 그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는 아니다.
그 스스로도 더 잘 알 것이다. 그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을. 반드시 언데드의 숙원을 자신의 손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다시금 그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야 한다는 것을.
누구는 안드로메다로 보낸다고 하나, 그는 지옥 끝으로 보낼 수 있다. 보낸 후, 상대의 혼마저 악마에게로 귀부시키는 바로 그 모습, 사람들은 그것을 기대한다. 그의 노래가 다시금 상대에게 악몽으로 다가가는 그 모습을 기대한다.
노래 소리에 미소가 흐르면, 악마가 깨어난다.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