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20/01/15 23:51:37
Name 태양연어
File #1 noname01.jpg (10.1 KB), Download : 58
Subject [일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아찔하게 붉은 <공산당 선언>



1.
약 4년 전 만났던 제 여자 친구는 프롤레타리아트였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공장으로 출근해 기계를 조립하고 나무를 베었습니다. 저는 사랑하는 그녀가 너무 보고 싶어 늦은 밤 기숙사 앞 까지 찾아갔지만, 저는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녀는 그때도 잔업에 시달리고 있었거든요. 같은 학교에 다니고, 같은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일주일에 한번 그녀를 만나는 일도 어려웠습니다. 무임금으로 새벽까지 일하고 쪽잠을 자는 그녀, 업무량이 너무 많아 과제도 못하면서, 임금 요구 한마디 하지 못하던 착한 그녀는 마인크래프트(건축 게임) 장인이었습니다.

2.
제가 사랑하던 그녀는 제게 노래 한 곡을 남기고 떠났습니다.
<기계를 멈춰>
민주노총의 민중가요인 이 노래는 노동자들의 짓밟힌 인권과 그들의 힘겨운 투쟁, 그리고 뜨거운 단결을 이야기 합니다. 이 노래는 과도한 격무에 시달리던 아름다운 소녀의 단발마 였습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듣고 노동자들의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3.

책의 표지는 상단을 참고해 주십시오

4.
요즘 이런 책을 누가 읽습니까? 이 책을 프롤레타리아트, 그러니까 노동자 계급들이 읽으라고 써 놓은 겁니까? 무슨 말이 이렇게 어려워? 당장 먹고살기도 바빠 죽겠는데.
룸펜프롤레타리아트? 감기약 이름인가요?
꼬뮌? 꼬막은 들어봤습니다. 이제 곧 10월 말인데, 꼬막이 제철인 시기죠.
잊지 마세요 꼬막은 반나절 정도 해감해서 살짝 데친 뒤 새콤하게 무친 재래기와 함께 밥에 비벼먹어야 합니다.


5.
길가는 사람들한테 물어봅시다. 꼬막의 원산지는 어디일까요?
아마 10이면 10 모두가 벌교라 이야기를 할 겁니다.
벌교 꼬막이 그렇게들 맛있다고 하지요.
여러분 그거 다 그짓말인거 아시죠?! 대한민국 꼬막 최고의 산지는 바로 벌교 남쪽의 고흥군입니다.
대한민국 꼬막 생산량 1위이며, 그중에서도 동강면에서 나는 꼬막이 질도 가장 좋고, 맛도 좋다고 합니다. 다만 반도지리의 고흥에서 내지로 유통이 되려면 벌교를 거쳐 가야 했기에 벌교 의 꼬막으로 유명해 졌다고 합니다.

6.
공산주의랑 비슷하군요.
길 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봅시다. 공산주의를 아시나요?
“그거 이미 망한 사상 아니냐?”
“이런 빨갱이 좌좀 X끼!”
예. 여러분은 지금 올바른 안보의식과 애국심이 투철한 안정된 사회에 살고 계십니다.
이 모든 건 여러분이 높은 수준의 공교육과 전 국민이 평등하게 국방의 의무를 나눠지고 있는 선진 국가, 대한미 국에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쓴 <공산주의 선언> 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7.
이제 중요한 것은 모두 알아봤으니, 몇 가지 사소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818년 독일, 꽤 부유한 변호사 가정에서 한 아이가 태어납니다. 그 시절 유럽은 산업 발달의 초기였고, 빈부격차가 큰 사회적 문제였습니다. 노동자들의 최고 소원은 하루에 12시간만 일을 하는 것이었죠. 그 당시 노동자들의 기본 업무 시간은 하루 14시간이었거든요. 빈부격차는 점점 심해지고, 노동자들은 그들이 생산하는 물건을 살 만큼의 돈도 없었습니다.

8.
역사 이전의 사회, 그러니까 야만인 코난이 도끼를 들고 하이퍼보리아를 뛰어다닐 즈음에는 공산주의 사회였습니다. 그때는 아무도 배불리 먹지 못했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지도, 착취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들은 무례하지 않았죠. 예의 없는 말을 하면 머리가 쪼개졌거든요. 우리는 이 시기를 원시 공산주의 사회라고 합니다.

9.
하지만 인간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인간은 땅에 귀속되게 됩니다. 잉여 생산물이 생기고 더 많은 잉여 생산물을 갖기 위해 전쟁을 벌이죠. 인간에게 지배와 피지배라는 개념이 생긴 순간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자들은 패배한 부족을 노예로 부리고, 더 많은 잉여자본을 축적하려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잉여 자본과 강력한 군사력은 왕권 강화를 불러옵니다.

10.
강력해진 왕국은 더 큰 영토와 더 많은 부를 축적하려 노력합니다. 국가가 팽창하는 것이죠. 하지만 과도한 국가의 팽창은 되레 왕권을 약화시킵니다. 교통과 통신이 발달하지 않은 사회에서는 비대해진 국가가 그 몸집을 유지하기 힘든 거죠. 이게 바로 고도 비만의 위험입니다. 무릎과 관절에 손상이 가고 피가 고루 퍼지지 못해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여러분은 밤늦게 라면을 먹으면 안 됩니다.


11.
그러니 여러분 라면 말고 치킨을 드십시오. 치킨은 사랑입니다. 혹자는 인간 실존을 치킨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인생은 B와 D사이의 chicken 이죠.
하루에 딱 60마리만 만드는 치킨! 황금 올리브유만 쓰는 치킨! 둘이 먹다보면 목뼈로 싸우게 된다는 치킨! 그러니 두 마리를 주는 치킨!
그리고 여러분은 치킨 집 아르바이트생입니다. 인간애의 전도사죠. 하지만 여러분은 오늘 저녁은 햇반을 간장에 찍어먹어야 합니다. 인문학은 돈이 되지 않거든요. 오늘뿐이 아니라 내일도, 모래도 그 모래도요. 말이 됩니까? 치킨 냄새만 맡으며 간장에 밥을 먹어야 한다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인간성의 상실과 가치의 전도입니다. 심지어 치킨을 튀겨주는 로봇이 등장하기까지 했죠. 이제 여러분은 치킨 냄새조차 못 맡습니다. 자린고비도 굴비 냄새 정도는 맡고 쳐다보면서 밥을 먹었는데 말입니다. 이게 다 여러분이 아니라 사장님이 자린고비 인 탓입니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상황을 보고 이런 말을 했습니다.
“죽은 노동 (생산수단)이 산 노동 (생산자)를 지배한다.”

12.
몸집이 비대해진 국가에서는 또 다른 신흥세력이 발달 하는데, 그것이 바로 봉건영주입니다. 땅을 매개로 왕과 계약한 가신들은, 토지에 귀속된 농노를 착취합니다. 비로소 중세 봉건사회가 도래했습니다.

13.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농업경제에서 산업경제로 발전하면서, 성 밖에서 생활하던 자들, 부르주아지 계층이 탄생합니다.

14.
“부르주아지 계층은 절대왕정과 봉건주의를 무너뜨리고 베일을 벗겼다!”
이렇듯 부르주아는 중세 이전의 지배계층이 가진 모든 후광을 지우고 오로지 차가운 자본주의의 논리로 관계를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농노는 노동자가 되어 도시로 나옵니다. 이제 더 이상 노동자를 강제할 힘은 없죠. 노동자는 계약서를 쓰고 공장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15.
그래서 여러분 살림살이들 좀 나아지셨습니까?
물론 아닙니다. 노동자들과 자본가들의 계약은 합당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정보의 비대칭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운 좋게 출판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편집자가 된 것이죠. 그리고 계약서를 씁니다.
작가를 도와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
편집자의 본분이 무엇입니까? 좋은 책을 만드는 것이죠? 여러분은 별다른 의심 없이 싸인을 합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했더니 사장이 인형 옷을 입힙니다. 8월 한여름에요. 그리고 명동 한 복판에 가서 전단지를 돌리랍니다. 이번에 나오는 신간의 홍보물을 배포해야 한다네요. 개 꿀잼 몰카인가요?
그리고 다음날에는 갑자기 산에 가서 나무를 해 오랍니다. 직접 펄프를 채취해 책을 만들어야 한다네요.
여러분은 몰랐겠지만, 사장은 알고 있었을 겁니다. 여러분이 인형 옷을 입고 명동 한 복판에서 PPAP를 추고, 도끼를 들고 산에 올라 내 도끼가 금도끼인지 은도끼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나무를 해야 한다는 것을요.
이것이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정보의 비대칭입니다.

16.
뿐만 아닙니다. 자본주의가 가진 자체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자본가들이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원가를 절감해야 합니다. 줄일 수 있는 원가는 크게 두 종류, 인건비와, 그 외 시설유지비를 포함한 기타 재료의 가격입니다. 인건비를 가변자본, 시설유지비를 포함한 기타 부자재의 가격을 불변 자본이라고 하는데요, 불변 자본을 줄이면 제품의 질이 떨어지죠. 그렇기에 무례한 사장님들은, 알바를 조집니다. 알바를 자르거나, 평일 주간 알바의 월급을 깎죠.

17.
알바의 월급이 떨어지면 알바는 치킨을 사 먹을 수 없습니다. 이를 노동자의 소외라 하죠. 치킨을 사 먹을 능력이 되는 손님이 적어지면, 사장님이 얻게 되는 수익도 적어지죠. 무례한 사장님은 알바와 기계를 갈아서 더 많은 치킨을 생산하겠지만, 이렇게 만든 치킨은 악성재고로 쌓이죠. 우리는 이를 노동의 궁핍화 테제라고 합니다.

18.
먼 과거, 고귀한 원시인들은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문명인들은 예의 없이 행동해도 머리가 쪼개지지 않기 때문에 원시인들보다 무례하다.”
마르크스는 이러한 무례 때문에 사장님들, 부르주아지들의 머리가 쪼개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주의의 심화는 고도로 발전된 거대 공장을 생산하고, 이러한 공장이 많아지면,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연대해서 부르주아지들에 대응해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이러한 노동자 혁명은 공산주의 지상낙원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회는 가족도, 사유재산도, 조국도 없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죠.

19.
그리고 이러한 운동이, 시간이 경과하면서 스스로를 초극해 계급도 사라지고, 연합한 개인이 생산수단을 갖게 되면서 서로를 지배하려는 정치적 성격마저 사라지게 되어서 더 이상의 지배는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불충분하고 불완전 하겠지만.

20.
솔직히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이 책을 읽겠습니까? 안경 끼고 여드름 잔뜩 난 오타쿠들이나 읽겠죠. 신입생 환영회 끝나고 뒤풀이로 동기들이랑 노래방 가서 인터내셔널가 부르고 다음 학기에 군대 갔던 우리 과의 모 학생이 생각나네요. 아 물론 절대 저는 아닙니다. 진짜 아니에요. 그런 눈으로 보지 마세요.

21.
물론 공산당 선언, 나아가 맑시즘은 수많은 비판을 받아왔고, 지지 역시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프롤레타리아들을 위한 사상이지만, 프롤레타리아들이 읽기에 너무 어렵고 난해한 까닭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해하려 하지 않습니다.
“절대적 잉여가치 추구와 자본의 유기적 구성 고도화는 평균이윤률 저하 경향의 법칙에 의해 노동의 궁핍화 테제를 야기한다.”
와 같은 문장 투성이죠.
때문에 맑시즘은 마르크스 스스로도 그렇게 싫어했던 종교가 되었습니다. 맑시즘을 부르짖는 사람도, 맑시즘을 욕하는 사람들도 공산주의가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하죠. 그리고 마르크스는 인간을 잘 몰랐고요.

22.
21세기의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치열한 노동의 현장 속에서 살고 있지도 않고, 노동의 가치도 사실 잘 모를 겁니다. 이미 사상 간의 전쟁이 종식된 지도 2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민중가요는 게임할 때 듣는 노래가 되었고, 우리의 소원은 일 하지 않고도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르크스가 예언한 공산주의 사회는 이 세상에 단 한 번도 도래하지 않았죠. 그렇지만 아직 자본주의 사회는 그 고질적인 문제를 안고 힘겹게 나아가고 있으며, 이상적인 사회가 도래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100년간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책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었고, 수많은 청춘들이 젊음을 바쳤습니다. 누군가는 이 책이 옳다고, 누군가는 이 책이 틀렸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이 책이 옳건 그르건, 이 책은 수많은 사람을 움직이고, 셀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 책이 세계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인정받은 것도 그 까닭일 것입니다. 정치적, 사상적 견해를 내려두고 말이죠.
그리고 누군가는, 노래방에서 인터내셔널가를 열창하게 만들었죠.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태양연어
20/01/15 23:54
수정 아이콘
지난 학기 수업시간에 과제로 제출했던 글입니다. 결국 B+을 받아버렸네요 하하
20/01/16 02:2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수강생들에 대한 기대치가 낮은 강사 또는 교수군요. (대학에서 강의하는 사람인데) 저라면 마음 속으로는 D-를 주었을 거에요. 소'논'문이라고 할 수 없는, 주장만 있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는 전혀 없다시피한, 떠오르는대로 마구 쓴 페이퍼를 어떤 강사, 교수가 좋아하겠어요. '마음 속으로는'이라는 한정이 붙은 것은 제가 마음이 여려 학점을 객관적으로 못주고 늘 실제보다 올려주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만 올려준다 해도 C-였을거에요.

'인간을 모른다'는 말은 어느 한 분야만 파헤치는 데다가 책상에만 앉아 있는 학자들한테나 어울리죠. 아무데나 비용편익분석을 들이대는 주류경제학자들이 전형적인 예죠. 마르크스는 인문학이 다루는 모든 분야들에 대한 관심과 지식과 식견이 넘쳐났던 사람이에요. '인간적인 것 중에 내 관심사가 아닌 것은 없다'가 그의 모토였죠. 아마 마르크스의 동시대인들 중에 마르크스 정도의 '전인'적 면모를 갖춘 이들은 두 세명 있을까 말까일거에요.

'예언' 운운도 전혀 맞지 않아요. 마르크스는 예언가가 아니라 사회과학자였고 - 베버, 뒤르켕, 짐멜과 더불어 사회과학의 아버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 혁명가였어요. 선진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안 일어난 것은 예언이 틀린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가 제일 잘 설명한 자본주의의 운동의 동력원이 다 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다만 지난 30여년간은 역시 마르크스가 가장 잘 설명한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들이 순수화되고 전면화는 시기였고 그때문에 마르크스주의가 다시 부상해온 시기에요.

위 글로 미루어 알 수 있는 태양연어님은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전혀 없다시피한 사람이에요. 아직 한참 젊은 나이인 분이니 이해가 전혀 안 되는 바는 아니지만 분명 스스로 마르크스와 마르크스주의에 대해 열심히 공부한 적이, 그쪽 책들을 수십권 이상 끙끙거리며 읽어본 적이, 더 나아가서 자신의 이해가 얼마나 정확한지를 시험당해 본 적이 없다는걸 알텐데도 불구하고 그토록 단정적으로 쓰는건 한창 배워야 할 연배에 있는, '학업'이 직업인 사람답지 않아요.
나눔손글씨
20/01/16 02:53
수정 아이콘
혹시 글쓰신 분을 아시나요? 내용에 오류가 있으면 그것만 지적하면 충분합니다. 글 내용은 누가봐도 사회과학 소논문으로 쓴 것이 아닌데 어떤 것을 요구하는 과제였는지 내용을 모르시면서 그렇게 공격적으로 댓글을 달아도 될까요? 확실히 모르는 부분에 대해서, 아니 잘 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토록 단정적으로 쓰는건 연세가 있으신 분답지 않네요. 한창 배워야 하는건 대학생뿐만이 아닐 겁니다.
20/01/16 05:20
수정 아이콘
대학교 수업에서 요구되는 페이퍼는 '일반'적으로 소논문 형식을 갖추어야 합니다. 아니, 명확히 갖추어야 하는 글의 형식을 떠나서 주장들을 하는 어떤 글도 논거가 어느 정도 이상 갖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테양연어님글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주장들은 있는데, 그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논거는 거의 없습니다. '인간을 잘 몰랐다'느니 '종교가 되었다'느니 '예언'이니 '프롤레타리아들이 읽기에 너무 어렵고 난해하다'느니 (랑시에르 같은 이가 들으면 질색할 주장이고 프롤레타리아가 들으면 불쾌해할 주장입니다. <공산당 선언>은 물론이고 <자본론>조차도 일부를 제외하면 그리 어려운 책이 아닙니다. 머리가 평균이하인 이들로만 구성되어 있을 리 없을 프롤레타리아라면 읽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지 읽어낼 머리가 없는 것이 아닙니다) '100년간 1억 명이 넘는 사람이 이 책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잃었다'느니 등등 공부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하나도 하기 어려운, 중학생용 반공교과서에나 등장할 법한 주장들이 난무합니다. 글을 이런식으로 써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하기 위해 글이 어떤 것을 요구하는 과제에 따른 것있는지 알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나눔손글씨
20/01/16 09:14
수정 아이콘
이 글이 게재된 곳은 PGR21입니다. 내용에 잘못이 있으면 그것만 지적하면 되는거고, 누군지도 모르는 담당교수의 성향을 추측하고 마음속으론 D-, C- 운운하며 상대방의 글 수준이 그정도다 라고 주장하시는 것은 악플 아닌가요? 누가봐도 과한 사족인데요. 더군다나 과제내용이나 평가기준도 모르는 상태에서요. 그리고 해당 과목이 B+인거지 저 과제가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점수비율은 몇 퍼센트인지도 모르시지 않나요? 남을 평가하는건 참 간편해서 좋네요.
20/01/16 11:33
수정 아이콘
'누가봐도'라고 하셔서 붙이는 댓글이지만,
저는 윗 분 의견에 공감합니다. 뜬금없이 급발진 한건 아니고 첫 댓글에 이 글로 B+을 받아버렸다는 댓글에 대한 답글이니까요.
주제와 해당 리포트의 목적을 떠나서 이런 글을 교수에게 제출해서 B+이나 받았다는건 담당교수가 꽤나 후한 사람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눔손글씨
20/01/16 12:16
수정 아이콘
글쎄요. 과제가 저거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닐거고 여러 과제, 시험성적 종합해서 나온 성적인데다 과제내용이나 채점기준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입니다. 뭐 그건 알 수 없으니까 넘어가더라도 위 댓글 내용이 공격적인 것에 대한 근거는 될 수가 없죠. 글쓴이가 B+ 사족을 붙였다고 저런 식으로 같은 회원 비방하면서 급발진 해도 되나요.
20/01/16 13:24
수정 아이콘
뭐 비방 허용의 체감치는 각자 다 다르니까요.
글이 얼마나 똥글이느냐에 따라 그런 비방글이 더 달리기도 하고 덜달리기도 하죠.
이제는 관심을 안주는 수준까지 왔지만 피지알에 유명한 한국(KOREA)형 글에 달려있는 비방글에는 윗 내용보다 훨씬 더 심한 얘기도 많이 달려있는데 다들 오히려 공감을 하지, 따로 별 말씀들을 안하시던 것처럼요.
태양연어
20/01/16 17:47
수정 아이콘
좋은 가르침 감사합니다!
20/01/17 13:45
수정 아이콘
심한 댓글을 단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는 의미로 아주 훌륭한 마르크스주의 입문서 세 권 추천드릴께요.
저자들 모두 아주 쟁쟁한 인물들이에요.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꼭 다 읽기를 권해요.

1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9562713

3회에 걸친 독서노트 [한글]
http://www.redian.org/archive/76619
http://www.redian.org/archive/76920
http://www.redian.org/archive/77205

2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01578

3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6834863
존콜트레인
20/01/16 06:42
수정 아이콘
동감입니다. 이건 논문이라기보단 그냥.. 책 소개용 블로그같은 느낌이네요.. 그러나 B+를 받은 이유는 아마.. 이만큼도 안해오는 학생들이 많았기 때문일겁니다;
20/01/16 10:45
수정 아이콘
이게 뭔가요... 글을 읽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단편적인 정보로 어디까지 나가도 괜찮다는 선이 정해진 건 아니지만 이건 좀 과하군요.

나이가 젊으니 이해한다는 말은 말만 유하지 굉장히 공격적인 말이 아니겠습니까. 마르크스에 종교적인 애착심이라도 있으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글이나 댓글 어떤 부분을 보고 이런 답변을 정당하다 생각하셨는지는 의문입니다.
20/01/16 10:24
수정 아이콘
이런 댓글을 다신 맥락은 '이 정도면 잘 썼는데, 성적은 기대만 못했다' 라는 의미일 것 같은데,
교수는 아니고 시간강사 입니다만, 제 수업에 누가 이런 글을 써서 제출했다면 저라도 좋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나눔손글씨
20/01/16 10:52
수정 아이콘
그것보단 '저질러버렸다'에 가깝지 않을까 싶습니다. 예전에 대학과제 할 때 종종 엄격한 구성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쓰고 싶은 욕망이 들 때가 있었는데 학점 깎일거 생각하면 그러지 못했죠.
20/01/16 10:56
수정 아이콘
솔직히 말해서 이 글의 문제(?)가 구성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저질러 버렸다'라는 생각도 수강생의 흔한 착각 같긴 합니다. 무슨 박사 논문을 심사하는 것도 아니고 잘 쓴 글이면 형식이 파격적이더라도 성적을 깍지는 않죠 보통.
시니스터
20/01/16 00:13
수정 아이콘
그러니까 ...여친이 있으셨다구요?

근데 노래방에 인터내셔널이 있나요?...
동굴곰
20/01/16 00:49
수정 아이콘
뭔가 부기영화스러운 글이군요.
20/01/16 02:08
수정 아이콘
저도 정확히 이 생각을...
'낯선 닉에게서 왜 부기영화의 향기가..?'
20/01/16 08:37
수정 아이콘
글을 전개하는 방법이 굉장히 부기영화스럽다고 느꼈습니다. (...)
그런데 이런 전개법으로 글쓴걸 과제로 제출하는건 좀 아닌거같은데 (.....)
물속에잠긴용
20/01/16 07:02
수정 아이콘
누구나 얘기하지만 아무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20/01/16 08:50
수정 아이콘
제발 글내용에 집중했으면...과제로 냈다는 한줄에 이악물고 달려드시네요 다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StayAway
20/01/16 09:08
수정 아이콘
아난 님이 길게 써주서서 따로 적진 않았는데.. 글 자체가 과하게 산만한데 집중이 가능하신가요?
글의 주제가 산문이나 수필이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이건 독후감에 가까운 글이고 저 책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랴.. 리건' 이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상황입니다. 차라리 온전히 재미를 추구하는 글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가스불을깜빡했다
20/01/16 09:43
수정 아이콘
아, 하면서 본문 읽고 댓글로 내려왔는데 대학 과제라고 하니까 엥? 하는거죠 흐흐
20/01/16 09:12
수정 아이콘
무슨 수업을 들으면 이렇게 스낵같은 글 쓰고 B+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낭만 넘치는 운동권 출신 교수님의 예술 교양수업이라면 A까지 가능할 것 같긴 한데. 별로 사상이나 체제, 책에 대한 고찰보다는 덧없이 휩쓸고 사라진 공산주의와 나의 학창시절 이런 감상이 스쳐가는 글이라
군령술사
20/01/16 09:14
수정 아이콘
부기영화 한 편 보는 기분이었어요. 잘 읽었습니다.
별빛서가
20/01/16 10:00
수정 아이콘
저도요 리파근님 닉 변경한줄 크크
댓글은... 종교맞네예~
vallalla
20/01/16 09:43
수정 아이콘
진짜 지가 교수인줄 아는 사람들 많네요. 잘 읽었습니딘.
야크비쉬
20/01/16 09:4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고 댓글로 내렸더니 이게 왠 인터넷 교수님들의 엄근진파티가 크크
Good Day
20/01/16 10:04
수정 아이콘
재미를 추구하는 글인줄 알았는데 대학과제라니 크크크
독수리가아니라닭
20/01/16 10:09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이맛에 피지알 합니다.

어쨌거나 결국 공산주의 락원은 심영...아니 알파고님이 이루어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항하는 휴먼들의 뚝배기를 깨면서.
the hive
20/01/16 20:47
수정 아이콘
시체로 결☆정
이라세오날
20/01/16 10:19
수정 아이콘
궁금하긴 합니다.
현재가 공산주의의 허상이 낱낱이 드러난 시기인지

아니면 마르크스가 주장한 자본주의 폐해의 임계점이 오지 않은 것인지

그러나 미래에 후자가 도래하게 되더라도 우리가 생각했던 모습과 많이 다를 것 같습니다.
어니닷
20/01/16 10:25
수정 아이콘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공산주의 관련해서 생각해보면 정말 마르크스의 패러독스라 불릴만 합니다.
마르크스의 사상을 많은 부분 차용한 덕분에 자본주의가 여전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으니..
croissant
20/01/16 10:50
수정 아이콘
과제라는 이야기를 안하셨으면 추억을 담은 재미있는 필담으로 덧글이 달렸을텐데..
전 그렇게 이해하렵니다. 과제는 이미 점수도 받았고 지나간 것인데요.
잉크부스
20/01/16 11:01
수정 아이콘
인터넷에서는 흥할 글입니다만..
리포트였다는 댓글을 보고 화들짝 놀랐습니다.
리포트의 목적은 유머가 아니니까요.
유머에도 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及時雨
20/01/16 11:12
수정 아이콘
어차피 성적 이미 받았는데 굳이...
일반상대성이론
20/01/16 11:59
수정 아이콘
여러모로 재밌네요 크크
페스티
20/01/16 12:31
수정 아이콘
댓글로 완성되는 것까지 부기영화스럽네요 크크
아웅이
20/01/16 13:01
수정 아이콘
이게 문과인들의 대화인가 싶네요. 신기방기
윌로우
20/01/16 16:56
수정 아이콘
아 재밌게 읽었어요. 댓글까지 ...
20/01/16 17:04
수정 아이콘
재밌게 읽었네요
운동권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어려운 책 읽고 어설픈 우월감으로 운동했을 이가 꽤나 많았을 거라 생각하고 그들의 우월감은 현존한다고 봅니다
SCV아인트호벤
20/01/16 18:38
수정 아이콘
여기다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피지알은 대댓글이나 대대댓글이 여럿 달리면 이 글이 저 위에 무슨 글에 대한 댓글인지 한번에 알기가 좀 어렵지 않나요? 손가락을 화면에 갖다 대고 스크롤을 자꾸 올리게 되는데 좀 불편해요. 고쳤으면 좋겠습니다.
패스파인더
20/01/18 22:35
수정 아이콘
이 댓글을 보고 한번 시도해봤는데, 닉네임 왼쪽에 마우스를 올리면 원이 하나 생깁니다.
그 원을 누르면 부모댓글이 뭔지 보여주네요. 스크롤을 자동으로 올려주는 기능까지 있으면 편할것 같기는 합니다
SCV아인트호벤
20/01/19 10:56
수정 아이콘
오 이런 신박한 기능이! 정말 편리하네요. 감사합니다.
20/01/17 07:23
수정 아이콘
(수정됨)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노동자가 돈을 못번다 크크크크 정보가 있을때 리스크를 지는 사람이 돈을버는겁니다. 공산주의자들은 너무 세상 돌아가는걸 몰라요. Grow up, boyz.인터넷 생긴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그런소리하나요. 이제 컴퓨터가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영역밖에 있는 효율성으로 제품, 서비스의 질을 극대화하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 이윤을 창출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제에발 요즘같은때에 인간의 노동이 재의 원천이니 혁명하자는 무식한 소리좀 하지맙시다
20/01/17 07:55
수정 아이콘
문 과
사술생
20/01/17 23:22
수정 아이콘
기계를 멈춰! 공장을 멈춰!
전 이 노래를 들으면 다음팟이 생각나더라고요. 크크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4069 [일반] 최후의 승자(2) [2] 성상우5352 20/01/18 5352 2
84068 [일반] 그의 정의로움이 나를 씁쓸하게 만들었다. [56] 박수갈채10982 20/01/18 10982 39
84067 [일반] [역사] 19세기 조선 지식인들의 정말 아무것도 몰랐을까? [23] aurelius10855 20/01/18 10855 4
84066 [정치] 문케어는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215] 그랜즈레미디18146 20/01/18 18146 0
84065 [일반] 모범적인(?) 기생충해석영상(스포주의) [9] 문문문무7886 20/01/18 7886 1
84064 [일반] 이국종 교수님 수제자라는 분의 인터뷰로 본 현상황 [39] 가라한10568 20/01/18 10568 4
84063 [일반] 이국종교수와 복지부장관은 외상센터가 적자가 아니라네요 [61] 짐승먹이14321 20/01/18 14321 5
84062 [일반] 최후의 승자 [2] 성상우7039 20/01/17 7039 2
84061 [일반] 솔직히 전 안락사 찬성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107] 삭제됨11420 20/01/17 11420 6
84060 [일반] 자동차 에어컨필터에 대한 고찰 [17] nickasmu8326 20/01/17 8326 1
84059 [일반] 어느 조그만 프랑스령 인도양 섬의 비극 [15] 삭제됨7892 20/01/17 7892 6
84058 [정치] 민주당 최고위원 "청년과 여성은 단기일자리 선호" [124] 미뉴잇14685 20/01/17 14685 0
84057 [정치] 정부, 금강산 '개별 관광' 추진 [170] 그건 아닌데19806 20/01/17 19806 0
84056 [일반] 여러가지 유형의 항공사고들 [30] 낭천12211 20/01/17 12211 2
84055 [일반] 알파벳(구글)도 1조달러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24] Leeka9540 20/01/17 9540 0
84054 [일반] 식자재마트에 간 후기 [64] 치열하게16664 20/01/17 16664 6
84053 [일반] [역사] 16세기 스페인의 중국 정복 계획 [49] aurelius13448 20/01/16 13448 14
84052 [일반] 로저 스크루턴 별세 [8] 아난9990 20/01/16 9990 0
84049 [일반] 이 지구 어디쯤, 어느 시기에 존재했던 나라의 병원 이야기 [32] 삭제됨10738 20/01/16 10738 11
84048 [일반] 인플루엔자(독감) 항바이러스제 정리 및 다른 정보 [26] Timeless8416 20/01/16 8416 11
84047 [일반]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아찔하게 붉은 <공산당 선언> [47] 태양연어11202 20/01/15 11202 13
84045 [정치] 이번에도 장애인 관련 말실수(?)를 한 이해찬 민주당 대표 [72] VictoryFood15889 20/01/15 15889 0
84044 [정치] 이 와중에 패스트 트랙 기소유예 처리사유가 가관입니다 [75] SkyClouD12753 20/01/15 12753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