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가볍고 소소하게 글을 쓰고 싶어서 글쓰기 버튼을 누릅니다. 마음 가는 대로 쓰는 두서 없는 여행기입니다. 10월 10일부터 12일까지 이박 삼일동안 홍콩에 다녀왔어요. 이번 방문으로 세 번 째 입니다.
20대 중후반이 되어서 (현재 30대 초반), 20년정도 나이를 먹은 90년대 홍콩 영화들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영화 특유의 색감과 세기말 감성이 좋더군요. 영화가 나온 그 시대를 사신 아재분들은 얼마나 홍콩영화에 열광했을까 싶습니다.
황후상광장을 지나치면 생각나는 영원한 따거 윤발이 형님,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를 탈때마다 생각나는 왕페이. 아마 지금 케이팝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몇십년이 지나 한국에 대해 생각한다면, 제가 영화를 통해 홍콩을 떠올리는 방식도 많지 않을까 합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이번에는 많이 긴장하고 갔습니다. 공항 입국부터 대만 여권 소지자들을 따로 불러 검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 긴장이 되더군요.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다행히 별 일은 없었습니다. 경찰과 구급차가 지나가는 모습은 왕왕 보았어도 시위하는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지하철은 이른 저녁이 되면 운행을 중단하고, 몇몇 가고 싶은 상점은 (예를 들어 애플스토어) 영업시간보다 일찍 닫았습니다. 공항과 연결 된 호텔에서 묵었는데 공항 출입마다 여권과 이티켓을 검사하는건 많이 귀찮았습니다.
시내 곳곳에 중국, 홍콩경찰을 비방하는 낙서들과 불에 그을린 지하철역, 깨진 유리등을 통해 시위가 어땠는지 어림잡아 짐작 할 수는 있었습니다.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더군요. 괜히 빚을 진 것 같고 무언가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외국인1이라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지만요.
기회가 되면 아이폰을 사야겠다, 아니면 말고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이번 달 말이나 되어야 픽업할 수 있다고 해서 마음을 비웠었는데, 직접 가보니 현장 구매가 가능하더군요. 일시불로 긁었습니다. 매입이 되는 즉시 할부로 전환 예정에 있습니다. 싸다고는 하지만 비싸요.
홍콩에서 카페 한 군데를 가야 한다면 케네티 타운에 있는 아라비카커피 (응카페)에 가보시길 추천합니다. 바다 바로 앞에 카페가 있어서 분위기 하나로 다 끝나는 곳입니다. 저번 여행에 알고 이번에 또 갔습니다. 참고로 화장실은 이솝 핸드워시와 최신식 비데가 비치되어 있고, 음료 맛은 그냥 그래요.
트램과 페리 그리고 이층 버스는 홍콩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교통수단입니다. 트램과 페리는 지난 세월에서 풍겨오는 감성이 일품이에요. 트램은 딱히 할 것 없고 갈 곳 없을때 2층에 올라타서 홍콩의 경치를 보는 것 만으로도 여행을 가치있게 만듭니다. 홍콩섬과 침사추이를 오가는 페리도 짧은 시간 동안 감상에 빠지기 좋구요.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빌딩숲이 멋져요. 좁은 골목 사이 사이를 다니는 거대한 2층 버스를 타면 내가 지금 뭘 타고 있는거지, 운전을 어떻게 이렇게 하지는거지 싶습니다.
돌아 오는 공항에선 비행기가 두시간 딜레이 후 결국 결항 되었습니다. 시위 영향, 날씨 영향 이런게 아니고 그냥 비행기 고장이었습니다. 호텔 제공과 다음날 대체편을 이야기 했지만, 출근 때문에 다른 항공사 비행기를 급히 예약하고 돌아왔습니다. 보상은 그냥 원래 비행기표 환불이 전부더군요. 보험을 들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들었어야 했습니다.
사진을 함께 올릴까 하다가, 사진을 올리면 너무나 블로그에 있는 글들과 비슷할 것 같아서 그냥 글만 올립니다.
마주친 홍콩 사람들은 여전히 불친절했고, 홍콩은 여전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홍콩의 상황이 나아지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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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여름에 마카오 표가 싸서 갔더니 마카오엔 게스트하우스가 없어서(...) 배타고 홍콩에서 자고 관광도 홍콩에서 했었습니다. 제일 싼 숙소를 찾아갔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게스트 하우스 위치가 중경삼림에 나오는 충킹멘션이더군요. 가난한 대학생이라 어딜가도 돈을 최대한 안쓰려 하는데 홍콩은 돈쓰면서 다녀야 재밌는 도시란걸 느끼고 훗날 직장인이 되면 돈을 줄줄 흘리면서 여행하겠다고 다짐하며 귀국했던게 기억에 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