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초반의 나를 떠올리는 일은 ...여전히 괴롭다.
그 오만과 방자, 치기와 어리석음으로인해 저지른 만행을,
어찌.. 소스라치는 부끄러움 없이 떠올릴 수 있으리.
할 수만 있다면, 몇 몇 사건(?)은 정말이지 칼로 도려내고 싶은 심정이다.
그간 그렇게 수많은 시간을 자책과 후회로 보냈건만,
그 ‘부끄러움’은 조금도 옅어지거나 시들지 않고,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더욱 싱싱해져 가고 있다.
아마 내 나이 70이 넘고부터는, 그 때 상처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용서를 구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물론, 용서를 구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기가 찬다고나 할까.. 유치하다고나 할까..
간만에 일요일 오후가 무료하기도 하고, 그간 조국사태로 받은 스트레스도 좀 풀 겸,
<그 때 그 도서관에서의 사건>을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어..
주제도 없고 소재도 허접하나마 시시껄렁 ~ 가배얍게 풀어보려 한다.
때는 바야흐로 대학 3학년 봄.
공부에 뜻을 둔 적이 결코 없던 내가, 어쩌다 보니..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도서관 애용녀가 된 적이 있었다.(약 두달간쯤?)
늘 뭉쳐다니던 친구들이, 제각기 종류가 다른 사랑 문제로 힘들어 하면서
징검다리 강의의 빈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일이 뜸해지자 ..
정처없는 발길이 아마 그리로 옮겨갔을 것이다.
처음엔, 신간 소설이나 공짜로 보면서 시간을 보내자는 심산으로 학부 도서관에 갔으나,
학생들이 많아 분위기가 산만하고 자리 잡기도 힘들어서,
슬쩍 대학원 도서관에 가봤더니... 다행스럽게도 별 제재가 없고 또 조용했다.
그래서 대단히 학구적인 척, 폼을 잡으며 시간날 때마다 들렀는데,
의외로 읽을 거리도 다양해서 어떤 날은 오후 내내 붙어 있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지정석도 생기고, 자주 오는 몇 녀석의 얼굴은 서로가 알아보게도 되었다.
그 날도 공연시리 앞머리를 쓸어올리싸면서 책을 보고 있는데,
안면있는 녀석 하나가 쭈삣거리며 다가왔다.
녀석 :(꿀꺽) .... 저어... ** 교육학과 다니시지예...
我 : (일부러 천천히 올려다 보며 눈에 잔뜩 힘을 주고) .....그런데예.
녀석 : (움찔..했으나 눈빛을 재정비하고) ..부탁 좀 디리도 될까예...
我 : (무슨 부탁인지 모르나 들어줄 리가 있겠냐는 듯.. 약하게 콧바람을 내며) .. 무슨..?
녀석 : (말해 소용 없겠지만 내친 걸음이니 말하겠다는 듯) ... ** 학과 3학년 복학생입니더.
우리 과 복학생들이 그 쪽 과 여학생들과 미팅을 원하고 있심더. 우찌... 주선 좀 안 되겠심니꺼...?
我 : (짜슥이...촌스럽게 이 나이에 단체 미팅이라니..싶었지만, 무표정을 유지하며) ...안 될 것 같네예..
친구들한테 물어보나마나일 낌니더.
녀석 : (순간 표정이 구겨졌으나, 갑자기 당당하게 변하며) 아..알겠심더. 그럼 .. 실례 많았심더.
( 돌아서며 바로, 거의 동시에, 부 ~ 우 ~욱 !!!! )
....그리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는 녀석.
我 : ( 아- 아니---- 저- 자슥이 일부러 저라나..? 당황해서 실수한 기가 ?
가만..! 실수한 거라면, 저리 태연할 수는 없자나.
아- 아니---- 그렇다면 방구나 한 방 묵어라-- 이거 아이가.
아-아니---- 저 자슥이 곪은 감자같이 생겨 먹어 가지고 ..어따 대고 방구질이얏!!!
니가 ..가난한 농가에 태어나 보리쌀 팔아서, 대학이랍시고 와서 고생해가며 공부하는 줄은 알고 있다만,
이런 경우 ! 아무리 네 처지를 평소 가상타 여겼어도, 결단코 !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로다 !!
아하 !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의심의 여지가 있는 음향을 꽤 여러 번 들은 것 같기도 하구나.
그 때마다 의자나 운동화가 바닥과 마찰하면서 내는 소리인 줄 짐작했었는데...그게 아니었구먼.
아아니--- 그럼 이 자슥들이 --- 여학생이 가까이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상습적으로 뀌어왔단 말이냐?
누구는 뭐 가죽피리가 없냐 ? 암모니아가 생성 안 되냐?
나도 우리 아버지를 닮아 한 방구 하는 녀자란 말이닷. 좋아!! 본때를 보여주고야 말겠어 !! )
나는 겉으론 애써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태연히 읽던 책의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지만,
무시 당했다는 느낌 때문에 그만, 이성을 잃고 어처구니 없는 결심을 하고 말았다.
그 날 이후 나는,
녀석의 도서관 출입에 신경을 쓰며 본때를 보여줄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나 ..
최적기를 만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위에 학생들(주로 남학생)이 많거나,
녀석과 내가 너무 떨어져 앉아 있거나,
그 기미가 느껴지지 않거나, 느껴져도 미약하거나 ...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기회는 도래하고 말았던 것이었다.
대학원 도서관은 어느 때보다 조용했다.
남학생 서너명이 왔다 갔다 하며 무슨 참고 자료를 찾는 듯했는데, 다행히 낯이 익지 않았다.
마침 녀석은, 뻔뻔스럽게도 나와 한 책상에 대각선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녀석이 중간에 나갈까봐 조바심내며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렸다.
아침부터 가스를 밖으로 안 내보내고 가두어둔 덕분인지 ...
출구를 못 찾자 지네들끼리 뭉쳐졌는지...
뭔가 묵직한 것이 아랫배에서 항문 쪽으로 회오리치며 이동하는 게 느껴졌다.
수많은 경험에 의해...이런 경우엔 그 폭발력이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나는,
짜릿한 흥분을 느끼며...먼저 엉덩이를 의자 바닥에서 약 20도 각도로 들어 주었다.
그리고는 일단 항문을 강하게 한 번 안쪽으로 오므려 주었다가 ...
모든 노폐물을 쏟아내겠다는 의지를 몽땅 실어....있는 대로 힘을 주었다.
뿌~ 우 ~우~ 우~ 웅~~~~
..................................
예상치 못했던 굉음이 수 초간 리듬까지 타면서 도서관의 정적을 깨고 울려 퍼졌다.
아마도 도서관 유리창문은 그 진동에 의해 흔들거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나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대박(?)날 줄은 몰랐다.
순간, 녀석을 포함하여 남학생들은 동작 그만!! 상태로 잠시 정지해 있는 듯했다.
내 이마 위로 그들의 시선이 화살처럼 내리꽂혔다.
나는 거의 죽을 힘을 다해 태연히 책을 보는 척 했다.
우리 학교 여학생이가?
니 아나?
와.. 진쫘아 .. 쎄다...
쟤가 뀐 거 맞나? .....
어쩌구.....소곤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약 10분 후,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고개를 빳빳이 들고 도서관을 빠져 나왔다.
물론 녀석을 한 번 의미심장하게 째려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는 대학원 도서관에 가지 않았다..
철 없던 시절의 치기가 저지른, 또라이스런 행동이었다.
어쩌면 이 치기는 아직도 내 안 구석 어딘가에 남아 있을런지도 모른다.
그러고도 계속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남편과 아이들만이, 이 이야기가 주작이나 구라가 아님을 믿을 뿐이다.
그나저나... 글쓰기 버튼을 눌러도 될까... 에라,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