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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9/09/05 04:13:55
Name 태양연어
Subject [일반] [창작] 뻥튀기 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다.- 건강한 인간이 부르짖는 영원한 긍정의 뻥이요.
0부 - 서설(序說)
0
1. 우선 조사 정리는 해가 밝으면 할 생각입니다.
2. 삽화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그러니 본 글은 대본집을 읽는 마음으로 봐 주십시오.
3. 아직 마침표가 찍히지 않았음에도 자꾸 내 보이는 까닭은, 작가의 초조함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너그러이 봐 주
    십시오.
4. 여러 피지알 고수님들의 지혜를 이 자리에서 간곡히 청해봅니다.

1
‘그’ 가 서른 살이 되던 해 정든 고향마을을 떠나, 망치를 들고 야철장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달군 쇠를 메어치기를 10년. ‘그’ 는 뜨거운 강철과 자신의 고독을 즐기느라 전혀 지루한 줄 몰랐다. 그러다가 돌연 ‘그’ 의 마음에 변화가 생겨 쇳덩이로 커다랗고 동그란 솥을 만들었다.
‘그’ 는 근교의 철물점으로 가 기압계와 모터를 사고, 커다란 화로도 하나 장만했다. 동그란 솥에 손잡이와 베어링을 달고, 윤활유를 칠하고, 기압계를 달았다. 그 후 모터와 손잡이를 벨트 풀리로 이어주니 이윽고 뻥튀기 기계가 되었다.
‘그’ 는 그제서야 태양을 보며 소리치기를
‘보라! 이곳에 초인의 지(智)가 있느니라! 이제 초인의 지는 경사를 따라 흐르며 대지의 뜻을 그대들에게 전하리라.’
2
그는 야철장을 나와 산길을 내려가며 아무와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나 숲 속 작은 무료급식소를 지나갈 때, 그곳에서 배식을 기다리는 노인들을 만났다.
“아따, 이 뻥튀기 기계 아이라~ 참말로 오랜마이다~ 쌀 튀밥 한 되 을망교~”
뻥튀기 마이스터가 말했다.
“한 되에 오 천원, 그러나 나의 쌀로 하면 만원이라. 나의 쌀은 유기농이니 내 쌀로 튀기는 것이 그대에게 좋으리라.”
그러자 노인들은 웅성거리매,
“이래 비싼걸 누가 태아묵노. 쪼매만 싸게 해 주이소. 이 너무 비싸다. 우리 할매 할배들 돈없어가 여서 밥먹는 거 안 보입니껴! ”
소란이 일자 무료 급식소의 소장이 나왔다.
“아 몇 년 전 아무도 없는 야철장으로 가시던 분이시군요. 저는 이곳 아가페 무료급식소의 소장 조 시국 입니다. 몇 년 전에는 커다란 망치를 들고 올라가시더니 이제는 뻥튀기 기계를 가지고 내려오시는군요. 어르신들이 쌀 튀밥을 드시고 싶어 하시니 조금 공양하시면 어떻겠습니까? 여기 쌀은 있습니다”
“ 이 쌀은 페트병 속에 들어있던 쌀이니 바로 뻥튀기로 만들 수 없구나. 나의 유기농 쌀은 단가가 비싸니 거저 줄 수 없다. 이것이 내가 너희에게 줄 최선의 공양이요 진언이니라.”
“그런가요? 당신은 제가 어찌 이 산 가장 낮은 곳에 무료급식소를 만드셨는지 모르십니까? 인간을 너무나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주의 뜻을 전하고 그분의 사랑을 전할 뿐입니다. 자본의 논리는 그대를 추하게 만들지요. 당신은 마음이 빈곤한 자의 논리로 사랑을 욕되게 합니다.”
“싫다. 나는 스스로 든 수저를 권리라 생각하는 자들에게 더는 먹을 것을 베풀지 않겠다. 그저 수저 들 힘조차 없는 낙타들에게로 다가가 사카린조차 넣지 않은 튀밥을 베풀겠노라. 나는 고작 적선을 할 만큼 마음이 빈곤하지 않기에.”
이 말을 끝으로 뻥튀기 마이스터는 조 소장에게 작별을 고하며 말했다.
“내가 이들의 더 많은 것을 빼앗지 않도록 하여라.”
뻥튀기 마이스터가 홀로 숲 속으로 들어섰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럴 수가! 저자는 아직도 ‘신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지 못했단 말인가!’
3
뻥튀기 마이스터가 숲을 나와 시장에 들어섰을때, 그곳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시장바닥에 주저앉은 그는 짐을 풀고는 뻥튀기 기계를 두었다. 뻥튀기 기계의 뚜껑을 닫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채로 돌리기를 10분. 뚜껑을 열고 기계를 기름으로 닦자, 고소한 냄새가 온 시장에 퍼졌다. 고소한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뻥튀기 마이스터 주변으로 몰리자 뻥튀기 마이스터가,
“나는 그대들에게 초인의 지혜를 전하려 한다. 이 앞에 바로 초인이 있노라.”
그러자 시장에 모인 사람들이 와- 하고 웃었다. 뻥튀기 마이스터는 빈 깡통에 백미를 3분의 2 정도 채우고 그 쌀을 뻥튀기 기계에 넣었다. 그리고 뻥튀기 기계 뚜껑의 나사를 조이며 이르기를
“여기 인간의 영혼이 있다. 차갑고 딱딱하며 홀로 움직일 줄 모르는. 단지 굴종하고 무거우며, 방향성 없는 그저 녹말덩어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는 화로에 불을 당기고 모터를 돌리자 압력계의 바늘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1도에서 5도에 이르기 까지, 한참의 시간이 걸리고,
“이 보듯 방향성 없는 인간의 영혼은 그저 멈춰있으려 하고, 변화하지 않으려 한다.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있어 그 속에 소중한 것은 꽁꽁 감춰둔 채로 아무것도 보지 않으려 한다.”
압력계의 바늘이 5도가 된다. 이를 보던 뻥튀기 마이스터가 사람들에게 큰소리로 외친다.
“하지만 이제, 신은 죽었다. 인간의 영혼을 옭아 메는 두꺼운 외투는 더 이상 인간을 구속하지 못한다. 이제 인간은 외투를 벗기 시작해야 한다. 인간 영혼은 기계 속의 압력에 저항하고 싸우며 팽창하려 한다. 기계 속의 압력이 높아지는 속도가 빨라진다.”
압력계의 바늘이 순식간에 8도가 되었다. 뻥튀기 마이스터는 화덕을 끄고 재빨리 쇠막대기 두 개를 쥐더니 모터에 걸린 벨트 풀리를 벗긴다.
“뻥이요!”
큰 소리와 함께 쌀 튀밥이 사방으로 흩어지며 뜨거운 김을 내뿜는다. 뻥튀기 마이스터가 바닥에 흩어진 쌀 튀밥을 주워먹는 인간들에게 말하기를
“이것이 바로 초인이다!”
4
튀밥을 주워먹은 사람들은 이내 뿔뿔이 흩어지고 뻥튀기 마이스터 앞에는 한 아이만이 남아있었다. 뻥튀기 마이스터는 아이에게 말하기를,
“아아, 저들이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구나. 나는 저들의 입을 위한 음식이 아니다. 허리 굽힌 채 땅에 떨어진 튀밥만 주워 먹을 줄 모르는 저들은 그저 시정잡배와도 같다. 중력의 망령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만 바라보며, 바닥에 떨어진 음식만 주워먹으니, 그 누구도 고개를 들고 달콤한 열매에 손을 뻗지 못하는구나.”
아이가 뻥튀기 마이스터에게,
“아저씨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얼른 쌀 튀밥 만 원어치 주세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빙그레 웃더니, 아이가 건내는 돈을 받으며 아이에게 말한다.
“너는 곧 뜻을 알게 되리라.”
그때, 시장에 풍악소리가 나더니 커다란 사자탈을 쓴 사람들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오의 가장 뜨거운 햇빛 속에서 그들은 소리치며 뛰어오르지만, 이내 땀으로 범벅이 되어 탈을 벗어 던지고 바닥에 드러눕는다.
“보아라 아이야. 저것이 사자의 영을 가진 자들이니라. 대지의 속박을 벗어나려 뜀박질하고 높이 뛰어오르나, 이내 추락하고 지쳐 드러눕는 자들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저들을 욕할 수는 없지.”
아이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묻기를,.
“쌀 튀밥은 언제 주실건가요?”
“그런 건 중요치 않단다 아이야. 이 뻥튀기 기계를 보라! 깨우침은 바로 이 기계에 있노라. 대지의 뜨거운 의지는 이 강철을 낳고, 나는 그 대지를 파헤쳐 얻은 강철로 무쇠 기계를 빚었으니, 이 기계는 대지의 의지니라. 이 기계 속의 쌀은 곡물과 튀밥 사이를 위태롭게 오가는 외줄과도 같다. 그 줄에서 앞으로 나가는 것도 어렵고, 터지지 못하고 머물러 있는 것도 위험하다. 쌀이, 곡물이 위대한 이유는, 이 역시 대지의 의지로서 튀밥이 목적이 아니라 다리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튀밥의 ‘과정’이요 곡물로서의 몰락이니라.”
뻥튀기 마이스터는 이어서 아이에게 말했다.
“얼른 엄마에게 돌아가서 말씀 드리거라. 너는 쌀 튀밥 대신 초인의 지혜를 깨우쳤노라고.”
5
아이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락부락한 근육이 뻥튀기 마이스터를 찾아왔다.
“아저씨! 쌀 튀밥을 먹으면 근손실이 일어나나요?”
“본디 인간의 몰락은 예정 되어 있는 것이다. 인간은 상승의지로 충만하지만, 영원 불멸한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 그런 허구를 좇으려 하지 말라. 그대 육신은 단지 필연적으로 몰락함이라.”
우락부락한 근육은 눈물을 글썽이며 물으니,.
“그렇다면 이 근육은 쓸모 없는 건가요?”
그러자 뻥튀기 마이스터는,
“그대여. 그대에게 말하노라. 인간은 자아를 지배하는 숨은 현자가 있느니, 그는 바로 육체니라. 육체에는 가장 훌륭한 지혜보다 더 많은 이성이 있다. 힘찬 체력으로 그대가 좇아나가는 창조를 좇아가거라. 육체는 수단이지 최종 목적지가 아님을 그대는 알아야 한다. 그리고 쌀 튀밥에 든 덱스트린은 그대가 나아갈 힘을 줄 것이니라.”
망설이며 우락부락한 근육이 말했다.
“아저씨 뻥튀기 오 천 원어치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그제서야 화덕에 불을 당기며 근육에게 이르기를,
“그대의 육체는 상승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 상승의지는 그대의 육신 뿐 아니라 모든 존재들이 가지고 있는 의지이며, 존재는 자기 스스로 온전하기를 늘 갈구하고 있다. 그러니 그대는 육체의 욕망을 해방하고 부추기라. 그대의 육신은 자연스레 그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리라. 그대는 육체의 지혜를 믿으라.”
그제서야 우락부락한 근육은 웃으며 말했다.
“뻥튀기 만 원어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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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눈은 참 맑고 입가에는 역겨움이 어려있지 않도다. 그대는 춤추는 사람 마냥 가볍게 움직이며 쌀 튀밥을 만드는 자. 그대의 총기는 그대를 귀인이라 부르는구나. 나는 그대에게 깨달음을 전하려 하니 냉수 한 잔 청해도 되겠는가?”
뻥튀기 마이스터가 쌀 튀밥을 만들고 있을 때, 한 여자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나는 ‘행복의 섬’의 지혜를 전하는 자. 심해 깊은 곳에 가라앉은 섬에는 온갖 지혜와 영광이 가득하나, 범인(凡人)은 털 끝 하나 닿을 수 없는 곳 이니, 그대와 같이 맑은 정신을 지닌 자만이 무의식 상태에서 근접할 수 있느니라.”
뻥튀기 마이스터는 그녀에게 말했다.
“모든 배후의 세계를 창조한 것은 고뇌와 무능이었다. 신을 열망하고 외부에서 지혜를 구하는 자들은, 병든 자들뿐이다. 그리하여 병든 육체를 탈피하고 피안으로 도피하고자 함이라. 그대는 대지의 의지를 잊고 바다로 도망가고자 하였으나, 바다 속에는 비린내와 죽음과도 같은 침묵뿐이다. 내가 그대에게 베풀 것이라곤 물 한 모금도 없으니 돌아가거라.”
이에 그녀가 떠나가며 말하기를,
“그대는 깊은 바다를 섬기는 자들을 알지 못한다. 바다 속에 사는 위대한 옛 존재의 의지를 이어받은 이들을. 지상의 삶은 괴로움. 그대들은 비관을 지속하며 비관을 기다리는 자들이니, 무지의 사슬에 묶여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지혜를 구하려는 자 바다로 가거라. 고통의 대지 끝에서, 그대는 대양을 바라보게 되리라. 나를 내침에 있어 그대는 얻을 것도 잃게 될 이고 먹을 것도 뱉게 되리라. 그대는 행복의 섬에서, 이 모든 것이 피안이 아님을 알게 되리라.”
7
뻥튀기 마이스터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더니, 듣는 자도 없는 가운데서 크게 벌떡 일어나 크게 소리치기를
“너희들은 그 누구의 말도 믿지 말라. 너희 자신의 목소리도 믿지 말며 심지어 나의 목소리 조차도 믿지 마라. 누군가의 말을 빌어 어떠한 깨우침의 도달하고 나면 그 말을 망치로 부숴 돌아갈 곳을 없애 버리라. 아니면 뜨거운 뻥튀기 기계에 넣고 터트려 산산조각 내어라. 이 말은 내 말을 듣는 모든 이들에 해당하는 말이니라.”
(그러더니 손을 뻗어 책을 찢으며 이르기를,
“보라 나는 이제 저 여자가 한 말이 거짓임을 증명하려 이 곳을 떠난다. 대지로 부터의 깨달음을 전하는 내 스스로의 깨우침 마저 산산조각 내려 한다. 불 속에서 태어나는 커다란 새처럼, 나는 이곳에서 몰락하나, 이 몰락은 진정 몰락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이요 시작이다.”
그리고는 찢은 종이를 구겨 뻥튀기 기계 속에 넣고 돌리기를 20분. 마침내 기압계의 압력이 8도에 이르니 뻥튀기 마이스터는 뻥이요를 외쳤다.
천지를 뒤흔드는 굉음과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자욱한 연기가 사방을 뒤덮으니 그곳에는 뻥튀기 기계도 뻥튀기 마이스터도 없었다.)



1부 – 행복의 섬
0
한 ‘마을’ 이 있었어요.
그 ‘마을’ 은 영원한 밤이 반복되는 피안의 세계였죠.
그곳의 주민들은 마음 속의 짐승을 억누르려 위대한 옛 것들을 섬기며 살아갔어요.
그리고 행복의 섬의 입구, 누군가가 뻥튀기 리어카를 끌고 행복의 섬에 들어가고 있군요.
1
뻥튀기 마이스터는 ‘여자’와 함께 ‘마을’로 들어갔어요.
커다란 돌기둥 두 개를 통과하자 축축하고 비린내 나는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비린내를 싫어하는 뻥튀기 마이스터는 코를 막았어요.
3
행복의 섬 구 시가지에 들어서자 길거리에 ‘행복의 섬’ 주민들이 너부러져 있었어요.
“이제 하늘에 커다란 십자가가 떠오르메, 위대한 옛 것이 다시 우리를 찾아올 것이다.”
주민들은 마음 속의 짐승을 다스리려
금식과 명상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어요
그 탓에 그들은 엉덩이에 뿌리가 자라나 땅속에서 일어날 수 없게 되었죠.
그들을 본 뻥튀기 마이스터는 안타까운 얼굴로 소리쳤어요.
“저들을 보라! 자신의 발톱이 무서워 모조리 뽑아버린 저들을. 저들은 이제 홀로 일어서는 법조차 잊었구나. 나는 선지자라. 이 한줌의 콩으로 너희 모두를 배불리 할 수 있나니.”
4
뻥튀기 마이스터는 리어카를 세워두고 가스 벨브를 열었어요.
뻥튀기 기계 베어링에 기름칠을 하고 예열 하기를 10분.
온기가 거리에 퍼져나가자, 주민들이 뻥튀기 마이스터의 주위로 슬금슬금 다가오기 시작했어요.
여자는 뻥튀기 마이스터를 만류했어요.
“저들은 눈을 가린 체 의심하고 조롱하는 자들이다. 저들에게는 아무것도 주지 마라. 달콤한 사카린도, 아스파탐도 저들의 혀로는 느낄 수 없으니. 저들의 사색은 오로지 자기파괴적이고 회의로 가득 차 있어 예배당에 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자들이다.”
5
‘여자’ 가 말하는 사이, 뻥튀기 마이스터는 뻥튀기 기계에 서리태를 넣고 불을 붙혔어요.
“오게 두어라. 저들은 서리태에 굶주렸다.”
금새 뻥튀기 기계의 압력은 5도가 되었고,
뻥튀기 마이스터는 망도 씌우지 않은 채 기계를 당겼어요.
“뻥이요!”
뜨거운 서리태는 콩 볶는 냄새와 함께 사방으로 날아갔죠.,
주민들은 바닥에 떨어진 서리태를 허겁지겁 주워먹어요.
6
그들을 보며 뻥튀기 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어요.
“보라. 저들은 일어나지 않는 자들이 아니라 일어나지 못하는 자들이다. 발톱이 모두 뽑혀 스스로 걷는 법 조차 잊은 존재들이다. 나는 저들을 동정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저들에게 소화가 잘되는 쌀 튀밥을 주지도 않을 것 이다. 이 서리태가 터지는 소리야 말로 최초의 번개리라. 나는 이 한줌의 콩으로 저들을 배불리 먹이니, 이제 일어나서 걸어라.”
7
바닥에 떨어진 서리태를 주워먹는 주민들을 뒤로한 체
뻥튀기 마이스터와 ‘여자’는 예배당으로 걸어갔죠.
예배당 앞에 수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죠.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 푸른 술을 마시고 있었죠.
그들은 몸의 어딘가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지만, 모두 행복해 보였어요.
8
뻥튀기 마이스터가 예배당 앞으로 걸어가자, 사람들은 뻥튀기 마이스터에게 외쳤어요.
“이리와서 술 한잔 하고 가세요! 근심과 고민을 모두 잊을 수 있을 거에요! 그대 마음속의 야수도 잠잠해 질 테죠!”
뻥튀기 마이스터가 물었어요.
“그대들은 여기서 무엇을 찾는 것인가?”
9
‘행복’
뻥튀기 마이스터는 크게 웃더니, 이내 소리쳤어요.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을 너희들에게 알려주겠다!”
그러자 사람들이 몰려들었어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뻥튀기 기계에 사람들이 먹던 푸른 술을 넣었어요.
그리고 그들이 들고 있던 종이를 찢어 넣었죠.
뻥튀기 기계의 압력이 올라가자, 사람들이 환호하기 시작했어요!
10
“뻥이요!”
그 순간 커다란 굉음이 울리며 뜨거운 공기가 퍼져나갔죠.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어요.
더러는 서로의 발에 걸려 넘어지기도 했고,
더러는 넘어진 사람을 밟고 지나갔어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어요.
“위험하게 살어라! 철학은 놀람에서 시작 되니라.”



2부 – 예배당(禮拜堂)
0
뻥튀기 마이스터가 예배당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는 어딘가로 사라져 버렸어요.
그리고 커다란 권좌에 주교가 앉아있었죠.
“그대가 주교인가.”
주교는 일어나 푸른 술이 든 잔을 들고 뻥튀기 마이스터에게 다가갔어요.
1
“푸른 술은 위대한 옛 것의 피요, 우리들의 물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바닷속 행복의 섬에 살았으나, 죄를 지어 육지로 쫓겨나고 말았다. 육지에 올라온 우리를 신은 가엾이 여겨 신은 푸른 피를 선사했으니 이 외에는 먹지도 마시지도 말라 하셨다. 그대도 이 잔을 들라.”
이 말을 들은 뻥튀기 마이스터는 웃으며 소리쳤어요!
“우리들의 원죄는 이때까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인간이 존재한 뒤로 인간에게는 즐거움이 너무 적었던 것. 그것만이 우리의 원죄다.”
2
주교는 뻥튀기 마이스터에게 위대한 옛 것 에 대해 이야기 했어요.
“위대한 옛 것은 행성들이 커다란 십자가를 만들었을 때, 행복의 섬과 함께 바다에서 떠올라 우리를 영생과 지혜로 인도할 것이다. 오늘 밤, 달 조차 뜨지 않는 가장 어두운 밤에 하늘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떠오를 것이다.”
이에 뻥튀기 마이스터가 말했어요.
“나는 푸른 술을 탓하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그대를 탓함은 오로지 푸른 술만 마실 줄 아는 그대의 입에 있다. 세상에는 단 한 가지의 신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라. 해질녘에 그림자 속에서 기어오는 혼돈을. 붉은 술잔을 들고, 피리를 불며 노래를 부르며 다가오는, ‘울부짖고 몸부림 치는 것’ 을. 그리고 저들을 뒤따르는 자들을. 푸른 술은 머리를 차갑게 식히지만 붉은 술은 우리의 피를 데운다.”
3
뻥튀기 마이스터가 주교에게 물었어요.
“무엇이 그대들을 고무 하는가?”
그러자 주교가 말했어요.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진리에의 의지이다. 모든 존재자를 사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려는 의지. 우리는 이것을 ‘진리에의 의지’라 부른다.”
4
주교는 뻥튀기 마이스터를 제단 뒤,
시계탑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뻥튀기 마이스터를 안내했어요.
그곳은 스스로 ‘잉태한 자’ 들을 돌보는 곳이었죠.
커다란 시계가 있는 시계탑의 뒤,
남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 많은 사람들이 침대에 누워있었어요.
그들은 어딘가 한 군데가 부풀어 올라 있었죠.
5
주교가 말했어요.
“이들은 대지의 뜻을 받아 스스로 잉태한 자들 이다. 이들은 자연에 섭리를 어기고 스스로의 의지만으로 잉태하니, 저토록 괴이한 자들이 다시 있지 아니하다. 이럼에 우리 교단은 스스로 잉태한 자들을 위한 치유소를 만드니, 어린 저들을 긍휼이 여겨 치료하고 신의 품 안에서 살아가게 함이라.”
침대에 누워 있던 한 사내는 어께에 커다란 혹이 있었어요.
검은 옷을 입은 세 사람이 나타나 사내에게 다가갔죠.
“저 사내는 스스로 어깨에 태아를 잉태했다. 그러나 남녀의 정을 통하지 않은 태아는 자연의 섭리를 어긴바, 올바르지 못하게 태어나리라. 이는 태아에게도 저 아이에게도 고통일테니, 치료를 통해 정화되리라.”
검은 옷을 입은 사람 중 한 사람이 커다란 칼을 꺼내었어요.
그리고는 아이의 혹을 갈랐어요.
6
“응애-”
그러자 그곳에서 태아가 나왔어요.
그 아기는 아직 입밖에 없었죠.
한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흘러나오는 피를 지혈하고,
한 사람은 아이를 꺼내 커다란 비닐봉지에 넣었어요.
“보라 저 흉측한 괴물을. 저자는 속에 야수를 기르고 있었느니라. 이내 야수는 자라나 저 자의 마음을 집어 삼킬 것이라. 그러나 우리는 저 자의 병든 영혼을 씻어내고 저자를 구하였도다.”
7
이내 사내는 피가 멎었어요.
비록 어깨에는 커다란 구멍이 났지만, 살아가는 데는 큰 지장이 없을 테죠.
사내는 침대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걸어나갔어요.
가끔 뒤돌아 슬픈 표정으로 아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바라보긴 했지만요.
(코스의 아이 표정)
8
“이것이 진리에의 의지인가? 그대는 모든 존재자가 정신에 종속되어야 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그대가 선과 악, 가치 평가에 대해서 말 할 때도, 그대들은 그 앞에서 무릎 꿇을 수 있는 세계를 창조하려 한다. 이것 역시 ‘권력에의 의지’ 의 일종이다. 그대들은 민중의 굴레로써 도덕을 설파했고 민중은 아편으로써 도덕을 택했다. 그러나 주교여. 무지한 저들의 맹목적인 의지야 말로 그대들의 위험이다. 저자의 눈을 보라. 생명이 있는 모든 자들의 눈을 보라. 스스로 살을 가르고 태어나는 자기 초극에의 의지를. 몰락에의 의지를. 저들은 기필코 저들이 스스로 택했던 짐을 벗어 던지고, 보다 높이 멀리 혹은 가장 깊이 나아가리라. 그렇지 않다면, 가장 깊은 밤에 은밀히 그대의 성과 심장으로 숨어들어가 권력을 훔쳐내리라.”
9
그 말을 들은 주교는 말없이 손을 들어 시계탑의 뒷면을 가리켰어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노루발을 들고 시계의 앞으로 걸어갔어요.
그리고 온 힘을 다해 내리쳤어요.
꿈쩍도 하지 않았지만, 두 번, 세 번 내려쳤어요.
상판이 떨어져 나가고, 톱니바퀴가 이리저리 흩어졌어요.
네 번, 다섯 번,
메인베럴이 떨어져 나가고 이스케이프먼트가 박살이 났어요.
그리고 결국, 시계바늘마저 산산이 흩어지자,
그곳에는 바다가 있었어요.



3부 - 부상(浮上)과 몰락(沒落)
0
얕은 바다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었어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그 길을 따라 걸었죠.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뻥튀기 마이스터는 묵묵히 걸어갔어요.
그 길을 걷기를 잠시, 탁 트인 너른 만이 나타났어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해안에 서서 하늘을 바라보았어요.
하늘에는 커다란 십자가가 떠 있었죠.
그리고 먼 바다에 ‘위대한 옛 것’이 떠 오르고 있었어요.
1
그는 커다란 문어 대가리같이 생겼죠.
위대한 옛 것이 뻥튀기 마이스터에게 말했어요.
“나는 사람을 낚는 어부다. 보라. 내가 인간에게 드리운 황금의 그물을. ‘행복의 섬’ 이 행복의 섬으로 불리우는 까닭을. 인간은 본디 그물 속에서 자유와 행복을 노래하는 자들이다.”
하며,
“나는 인간들을 동정해, 내 젖과 정을 내렸으니, 그들은 내 젖과 정 속에서 평안을 얻으리. 이것이 내가 사랑하는 피조물들에게 내리는 선물이니라. 그러니 너희들은 어떠한 의심도 말라.”
하였어요.
2
뻥튀기 마이스터는 절벽의 바위틈으로 기어가는 꽃게를 보았어요.
“보라 바다여. 그대의 아들들을.”
3
뻥튀기 마이스터는 꽃게를 잡아 뻥튀기 기계에 넣었어요.
그리고 불을 당겼죠.
“그대는 아들들을 나약하게 만든다. 단단한 껍데기는 갖고 있으나, 이를 벗고 자랄 능력을 가렸으니 이것이 그대가 이들과 함께 하지 못할 이유라. 그대가 망령에 불과한 까닭이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뻥튀기 기계의 틈 사이로 수증기가 새어 나왔어요.
그리고, 뻥튀기 기계의 압력이 8도에 도달하자, 뻥튀기 마이스터는 뻥튀기 기계를 당겼어요.
4
“뻥이요!”
굉음과 함께 뜨거운 비린내가 퍼져나갔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 나온 건 시커멓게 탄 숯뿐 이었죠.
“나는 근본적으로 그대와 같은 어부다. 끌어당기고, 끌어올리고 길러낸다. 하지만 이는 날카로운 나의 낚시 바늘을 붙들고 있는 자들만이 끌어올려 질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나의 가르침- 그대는 본디 자신으로 돌아가라!- 을 들을 자를 기다릴 뿐이다.”
5
그때 ‘위대한 옛 것’ 의 뒤로 커다란 증기선이 지나다,
부상(浮上)하는 ‘위대한 옛 것을’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박고 말았어요.
위대한 옛 것은 억!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고꾸라져 심해 속으로 침몰했어요.
이를 본 뻥튀기 마이스터는 이렇게 말했어요.
“신의 것이든 인간의 것이든 동정은 뻔뻔하다. 신이 동정에 정신을 빼앗겨서 창조를 잊었으니, 신임을 증명할 근거를 잃었다. 그러니 보라. 늙은 신은 이제 살아있지 않다. 그는 아주 숨을 거두고 말았다.”
6
“이러함에, 피안은 스스로의 몰락을 견디지 못한다.”
뻥튀기 마이스터가 조용히 읊조리자 해가 서서히 떠올랐어요.
뻥튀기 마이스터는 뻥튀기 기계에 불을 붙이고, 스스로 그 기계 속으로 들어갔어요.
화로의 화력이 점점 세지며 뻥튀기 기계는 불길에 휩싸여 스스로 돌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회전하기를 잠시, 압력이 점점 높아지며 기계의 틈으로 김이 세어 나왔어요.
그리고 ‘펑!’
7
‘그’ 의 어미가 ‘그’ 를 잉태했을 때, 그녀는 그의 아비가 누구인지 알지 못해 두려웠다. 그러자 꿈에 악마가 나타나 “너는 아이의 아비를 모름을 두려워 말라. 네게 잉태된 아기는 치명적인 질병으로 된 것이라. 네가 한 아들을 낳으리니 그의 이름을 니체라 하여라. 이는 그가 자기의 백성들의 살갗을 찢고 부풀게 할 것이기 때문이니라.” 고 하니라.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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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자반
19/09/05 08:48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다만 조심스럽게 의견을 드리자면 또툴루와 뻥튀기의 콜라보가 그리 조화로와 보이지 않습니다.
태양연어
19/09/05 09:53
수정 아이콘
엇.....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실례가 안된다면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야 할지 여쭤도 될까요?
고등어자반
19/09/05 10:56
수정 아이콘
제가 문필가와는 거리가 먼 일반독자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주셨으면 합니다(실은 엉뚱한 방향을 조언드리는게 아닌가 불안할 뿐...).

제가 생각하는 어그러짐은 '크툴루가 왜 또 교통사고를 당해야하는가?'하는 부분과 '왜 이 에피소드가 3부에 나오는가?'입니다.

일반 독자들은 크툴루를 코스믹호러적인 존재로 생각하기 마련이므로, 니체와 코스믹호러가 무슨 상관이 있을까하며 주의가 흐트러질 것 같습니다. '신은 죽었다'라는 경구를 등장시키기 위해서인듯 하지만 조금 안이한 장치가 아닌가 싶은 생각은 듭니다(어디까지나 아마추어의 의견입니다).

그리고 원작에서도 3부에서 바다가 등장하는 부분은 앞부분의 조금에 불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은 죽었다'라는 언명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2부이므로 기왕에 또툴루를 등장시키실 바에는 차라리 2부로 처리하시는 것이 보다 원작과의 상관관계를 높여주지 않을까요?
태양연어
19/09/05 20:28
수정 아이콘
오 감사합니다. 제가 더 열심히 다듬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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