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인지 그저께인지 유머게시판에 초딩들의 연애라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그 게시물을 보는 순간 한참 잊고 지내던 초딩때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피식할만한...덕분에 잠시 타임머신 탔다가 왔고 그 기분에 취할수 있었습니다. 그 기분을 글로 남기고 싶어서 이렇게 자유게시판에 적게 되었고요. 다만...사람이 어제 일도 깜박하고 잊는데, 몇십년 전의 일이야 자세하게 생각이 나겠냐만은 그래도 최대한 기억에 의존해서 써 볼께요.
초등학교 5학년때 전 반에서 인기인이었습니다. 첫 문장부터 날조한다고 뭐라고 하실분이 계시겠지만 그런 항의는 저 말고 저의 기억에게 해주세요. 아무튼 제 기억속에서 초5때의 전 인기인이었고 학교가 끝나면 자주 남녀학생들이 우리집에 모여서 놀곤 했습니다. 때때로 아침에 학교 가기 전에도 우리집에 모여서 잠시 놀다가 등교했던 적도 여러번 있었죠.
그러던 어느날. 평소같이 방과후에 남녀친구들과 집에서 놀고 있었는데 외할아버지가 무서운 얼굴로 올라오시는겁니다. 그 때 우리집은 2층 주택이었는데 2층이 우리집이고 1층이 외할아버지,외할머니께서 살고 계셨거든요. 시끄럽다고 우리 모두 엄청 꾸중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철 모르는 애들이 2층에서 계속 뛰면서 놀았으니 1층에 계시던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죄송스런 마음이지만 그 땐 그런걸 몰랐죠. 혼나던 중에 우리집에 자주 오던 우리반 반장이던 여자애가 울음을 터트렸고 할아버지께선 당황하셨는지 애들을 보냈습니다. 제가 찌질하게 애들 앞에서 왜 창피주냐고 조~오기 구석에 처박혀 질질 짜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튼 다음날 학교에 갔는데, 그 반장이 제 얼굴을 보더만 얼굴을 휙 돌리는겁니다. 그 때 전 마음에 상처를 입고 울 뻔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때쯤부터 일껍니다. 반장이 절 괴롭히기 시작한게. 지나가면서 툭툭 친다거나 등을 손바닥으로 세게 친다던가, 뭔가 시비를 건다던가 하는 일을 제게 행해왔고 전 그게 싫었지만 우리집에서 발생한 윈죄가 있어서 감히 반항을 못하고 그냥 당하고만 있었습니다. 아프지는 않아서 참을수 있었는지도 모르죠.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났나? 제가 주번이어서 정리를 다하고 교문을 통과했는데 뒤에서 반장이 절 확 놀리더군요. 그래서 같이 하교를 했습니다. 그 때 가면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에 남아있진 않지만 이 다음에 나올 발언은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이 순간만큼은 다른 희미한 기억과는 달리 아주 또렷히 기억합니다.
"나 니 좋아한다. 우리 사귀자"
처음엔 이게 무슨 말인가싶었는데 제 대답은 곧 나왔습니다.
"싫어!!!"
라고 내뱉고 집으로 막 뛰어갔죠.
그 다음날부터 반장이 제게 말을 안 걸더군요. 솔직히 처음엔 기분이 좋았습니다. 안 맞아서 그런것도 있고 내가 반장에게 이겼다...라는 기분이 든 것도 있어서요. 지금 생각하면 왜 이겼다는 생각이 든건지 의문이지만 암튼 그 때는 그랬습니다. 그래서 며칠을 보냈는데 제가 그 동안 반장에게 조련을 당한것이지 툭툭 건들거나 등을 안 때리거나 하니 뭔가 허전하더군요. 게다가 반장이라는 위치도 있어서 좀 곤란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래서 좀 시간이 지난 다음에 이번엔 제가 반장에게 잘못했다고, 나도 니 처음부터 좋아했지만 부끄러워서 거절했다고 뻥을 치고 고백을 했고 그렇게 사귀게 되었습니다. 아, 뻥 친건 잘못했지만 좋아하는 감정은 진짜였습니다. 조련이 참 무섭더군요.
지금 생각하면 사귀고 난 다음에 어디 놀러는 많이 간거 같은데 기억나는건 3군데 정도 밖에 없네요. 제일 많이 한게 같이 자전거 타기 였습니다. 동네 주변에 자전거랑 롤러 스케이트 빌려주는데가 있어서 자주 둘이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습니다. 그러다 같은 반 친구에게 들켜서 며칠동안 얼레리꼴레리 많이 놀림 당했던 기억도 있고요.
그렇게 5학년, 6학년을 보내고 저는 남중으로, 반장은 여중으로 진학을 하고 그렇게 어영부영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싱거운 기억이죠. 지금 잘 살고 있는지...그냥 간만에 그리운 기억이 떠올라서 적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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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초등학교때 아랫집 여자애와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여자애가 절 괴롭혀서 싫어했는데, 그 여자애어머님이 수빈이가 너 좋아한다는데 어때? 해서 때려서 싫어요! 했고 그 뒤로 괴롭힘은 제곱이 되었습니다. 정신적으로 남자들이 늦게 성숙하는게 참 아쉬운거 같아요. 작성자분은 그래도 저보단 성숙이 빠르셨네요. 크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