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감독의 이야기는 어린 아이들이 사건의 중심에 놓입니다. 이번 작품은 초등학교 5학년 소녀와 그보다 어린 두 여자 아이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전작이었던 <우리들>이 같은 반 내에서의 또래 관계에 관련된 이야기였다면, 이번 이야기에선 세 아이의 나이가 각기 다르게 설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뭐랄까, 이 아이들 사이에서의 관계를 읽어내는데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인공 '하나'는 셋 중 가장 나이가 많지만, 결국 어린 소녀일 뿐이니까요.
비슷하게 영화 상에서 가장 귀를 잡아 끌던 단어는 (적어도 저에게는) '알다'라는 단어였습니다. '아이들도 알건 다 아니까', '언니가 다 알아서 할게' 같은 대사들요.
'하나'와 '유미'는 스스로의 방식대로 생활을 꾸려온 사람들입니다. 자기들 끼리 마트를 가고, 먹을걸 해먹고. 생활과 '집'이 갖고 있는 어려움에 대해서 충분히 파악하고 있는 캐릭터들인거죠. 그렇기에 '알다'라는 단어는 1차적인 의미를 충족합니다.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방식을 알고 있다. 라는 의미를요.
그렇지만, 알다의 다음 단계에서, 문제의 본질과 직접적으로 충돌하기엔 아이들은 아직 어립니다. 유미, 유진 자매가 이사를 가야하는 것을 알려줄때, 주인 아주머니의 대사를 빌려 '어른들이 알아서 할게'로 아이들을 배제시켜 버리기도 하죠.
유미, 유진의 부모님을 만나러 알지 못하는 바닷가로 갈때, 결국 하나가 내세운 '언니가 알아서 할게'라는 단어는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결국은 길을 잃고, 알아서 할게라는 말은 견뎌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영화를 찬찬히 되새겨보면 참 서늘한 부분들이 꽤 있습니다. 결국 어른들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무형의 폭력으로 다가오는 셈이니까요. 근데, 그러면서도 영화의 톤이 따뜻하다는 모순(?)이 생깁니다. 부재와 싸움은 영화의 중심에 놓지 않고, 반대로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대체 가족'이 놓여있으니까요.
그래서, 결국 영화는 (대체) 가족의 힘으로, 아이들이 그들의 방식으로 문제를 대면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끝끝내 둘러 앉아 밥을 같이 먹는 것으로, 등장하지 않는 부모님과 삼촌 대신 '우리 언니'를 찾는 방식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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