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9/08/26 11:27:04
Name aurelius
Subject [일반] [토막글]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아시아와 유럽 (수정됨)
미국을 [제국의 반석] 위에 올려놓은 인물은 FDR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국제무대에서 미국이 취해야할 위상과 역할, 그리고
미국이 설계해야 하는 세계에 대한 어떤 뚜렷한 생각이 있었던 인물이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그가 왼팔과 오른팔로 삼은 인물은 맥아더와 아이젠하워였는데
이 두 인물의 성향차이가 오늘날 미국->아시아, 미국->유럽 관계의 성격을 상당부분 좌지우한 거 같습니다. 

맥아더는 아주 거만하고 고집불통에 독선적인 장군이었습니다. 
사실 루즈벨트는 그를 두고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 The most dangerous man in America]라고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루즈벨트는 그의 군사적 재능을 인정하였고 
또 그가 미군부에서 동아시아지역을 가장 아는 인물라는 점을 감안하여 그에게 태평양전선을 맡겼습니다. 

아이젠하워는 반면 군사적으로 뛰어난 재능이 있지 않았으나 아주 탁월한 행정가였고 또 교섭가였습니다. 
루즈벨트가 가장 신뢰하던 장군 조지 마셜의 전폭적인 후원을 받았던 유망주이기도 했고, 
아이젠하워의 교섭능력을 높이 평가하던 루즈벨트는 그야말로 유럽전선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평했습니다. 
그 결과 아이젠하워는 유럽전선의 최고사령관이 되었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총괄하였으며
또 영국과 소련의 장군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루즈벨트와 처칠도 다루지 못했던 드골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었다는 것입니다. 

이 두 사람의 성격은 미국의 對동아시아관, 對유럽관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동아시아의 전후질서는 미국(정확히 말하면 맥아더가...)이 일방적으로 만들었고, 독선적이었으며
당사자들의 이해관계는 모두 무시한 채 진행되었습니다. 
미국과 동아시아 동맹국들의 관계는 협의보다는 "명령과 복종"에 가까웠고,
어떤 다자적인 질서가 만들어지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유럽의 경우 미국은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의하였고, 또 지난한 협상과정을 거쳤습니다. 
그 결과 NATO가 창설되었으며, 이 새로운 기구의 초대사령관은 다름 아닌 아이젠하워였습니다.  
미국의 위치는 유럽에서 Primus inter pares (동등한 자들 가운데 일인자) 였고
어느 국가에게 일방적으로 자국의 의지를 관철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역사적으로 유럽열강들이 갖고 있던 위상과 
식민지 국가들에 불과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 차이도 있지만
맥아더와 아이젠하워의 기질도 한 번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일 것입니다. 

PS. 맥아더가 인천상륙작전 후 북진만 하지 않았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략적 목적만 달성한 후 북한군을 무력화시키고 곧바로 종전협상을 했더라면
김일성 정권은 무모한 모험의 책임으로 중공과 소련의 질책을 받고 또 국내적으로도
전쟁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떠맡아 정권이 흔들렸을텐데 말이죠..
현실에서는 중국도 본인들이 직접 피를 흘린만큼 그 값에 대해 집착하게 되었는데(모택동 아들도 이때 사망)
실제로 피를 흘리지 않았더라면 김씨 정권이 어떻게 되든지 무관심했겠죠...
오히려 김일성이 혼자 뻘짓하다가 패배했더라면, 
이를 빌미로 김씨정권을 친중공산당원들로 교체할 수도 있었을테고요....
물론 가설의 영역이긴 하지만, 아쉬운 대목입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9/08/26 11:30
수정 아이콘
그 상황에서 38선까지 밀고 스톱한다는 선택을 할수가 없었겠죠.
19/08/26 11:50
수정 아이콘
그러고 보니 38선을 지나서 밀고 올라갈 때 미국에서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지 궁금하네요. 그런데 미국의 의사와는 별개로 이승만이 38선에서 스탑한다면 길길이 날뛰었을 것 같기는 합니다.
패트와매트
19/08/26 11:58
수정 아이콘
평양까지만 밀고 멈추는게 베스트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패트와매트
19/08/26 11:36
수정 아이콘
태평양전선을 주도하고 일본을 패망시킨건 킹과 니미츠의 해군이고 맥아더는 겨우 자기 삽질 만회한 정도였죠. 맥아더가 대전기 4성장군중에 눈에 띄기야 했지만 어디까지나 그와 동급의 수많은 주요 인사들 중 하나에 불과했을 겁니다. GHQ를 맡게 된 것도 미 태평양군 통틀어서 가장 정치군인에 가까웠기 때문으로 해석하는게 더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19/08/26 11:48
수정 아이콘
맥아더가 유럽으로 갔더라도 독선적인 "명령과 복종"의 관계를 구축하지 못했을 것 같고, 아이젠하워가 동아시아를 맡았다고 해도 협의에 의한 관계를 성립할 수 있었을까 싶습니다. 말씀대로 "역사적으로 유럽열강들이 갖고 있던 위상과 식민지 국가들에 불과하던 아시아 국가들의 위상 차이"가 너무 컸었고, 무엇보다도 미국은 동아시아 국가들에 대해서 잘 알지조차 못했습니다. 심지어 베트남 전쟁 관련해서도 미국은 베트남을 사실 너무 모르고 있었다는 고백을 나중에 했었죠. 협의를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을 잘 알고 의사소통이 되어야 하는데 당시 미국과 동아시아는 그런 가교를 놓을 수 있는 인적, 물적 기본이 너무 없었죠.
밴가드
19/08/26 12:16
수정 아이콘
저도 큰 틀에서는 차이는 없지 않았을까라고 생각됩니다. 대통령 아이젠하워라고 미국 리더쉽이 그의 이전,이후 아시아에서 보여준 맹점에 더 나은 혜안을 보여줬다고 보기는 힘들거든요. 일본에 부통령 닉슨을 보내 맥아더의 평화헌법은 실수였으니 다시 재무장하라고 독촉했던 것도 아이젠하워였고 제네바 합의를 어겨가면서 남베트남을 따로 창설하여 미국이 베트남전에 빠지게 된 근본적 이유를 만든 것도 아이젠하워였죠. 훗날 아이젠하워 퇴임 후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전과 관련해 그의 조언을 많이 구했는데 보면 강경적인 조언들을 존슨에게 내놓았습니다.
19/08/26 14:39
수정 아이콘
환경이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친 것도 사실이지만, 그 환경에 적합한 인물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한 인사원칙이지요.
19/08/26 16:26
수정 아이콘
그렇죠, 그래서 맥아더를 동양에, 아이젠하워를 서양에 배치한 것은 적합한 인물 배치라고 생각합니다.
19/08/26 12:26
수정 아이콘
(수정됨) 평양까지만 밀고 스톱한다는 건 진짜 맥아더 입장에선 정치적으로 말도 안되는 선택지였고 만약 맥아더가 그럴린 없겠지만 전략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하여 평양에서 스톱한다고 하더라도 국군이 반발해서 북진했을 겁니다. 실제적으로 38선 너머 북진 때 선봉에 섰던 부대들 다수가 국군이기도 했고 이승만과 국군입장에선 어떻게든 두만강-압록강 이남의 한반도 전체를 무조건 수복하려고 했을겁니다.

한반도 수복이 거의 성공할 뻔했지만 중공군의 기습이 너무나도 은밀하고 강력했었죠. 물론 극단적인 대륙성 기후를 자랑하는 북한의 겨울이 너무 매섭기도 했고 실질적으로 국군+UN군의 공세종말점이 가까워지기도 했었지요.
잉크부스
19/08/27 06:10
수정 아이콘
중공군의 기습은 사실 그렇게 은밀하진 않았습니다.
맥아더는 중공군 전면적 개입을 알아차릴 수많은 기회가 있었으나 정치적 욕구로 애써 무시했을 뿐이죠.
초코타르트
19/08/26 12:31
수정 아이콘
(수정됨) 일본이 그나마 강대국이었던 아시아랑 수백년동안 세계를 지배한 유럽이랑 비교하는건 맞지 않는거 같아요.
영국,프랑스가 2차대전에서 패권을 미국에 넘겨줬어도 부자는 망해도 3대는 간다고 했던가요.
프랑스는 2차대전의 피해를 입고도 식민지 떨어져나갈것 같으니까 식민지로 군대보냈죠.
전후 아시아의 우방국인 한국이나 일본 모두 쑥대밭이었던 반면..(중화민국은 진짜. 국공내전도 공산당에 시간 준 미국 판단이 틀렸다고 봅니다.)
유럽은 그 피해를 입고도 여전히 국제사회의 선두주자였습니다
미국은 전후 독일을 농업국가로 만드려 했지만 반대한건 오히려 영국과 프랑스였죠.
소련도 당연 유럽을 중시했고 마셜플랜은 성공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미국이 중국의 스틸웰을 오랫동안 믿은것만 봐도 그들이 얼마나 아시아에 무지했는지 알수있습니다.
중일전쟁에서 스틸웰의 삽질만 없었어도 중일전쟁 구도가 조금 달라졌을지도 모릅니다.
독일군 급하게 재건한것도 냉전때문이고 독일이 주변에 미친듯이 사과하고 기존 땅 포기한것도 냉전의 스노우볼이라고 봅니다.
별로 중요하지 않던 아프리카에는 100년이 지나서 최근에야 사과하고 있구요.
독일이 일본포지션에 위치하였으면 그렇게 저자세로 나왔을지 의문이긴 합니다.
프랑스가 서독처럼 냉전의 최전선이었으면 과연 나토에서 그렇게 나올 수도 없었을것 같구요.
만약 중소관계가 좋았고 소련이 극동아시아의 영향력에 관심이 더컸으면 아마 이미 일본군도 재건해있을지도 모릅니다.
역사를 살펴보다보면 그냥 이해관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성격미남
19/08/26 13:01
수정 아이콘
김일성 정권은 무모한 모험의 책임으로 중공과 소련의 질책을 받고 또 국내적으로도
전쟁실패의 책임을 온전히 떠맡아 정권이 흔들렸을텐데 말이죠..

-> 이거 책임을 물은게 박헌영이었죠. 맥아더가 38선을 넘지 않았다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겁니다.
초코타르트
19/08/26 13:12
수정 아이콘
저도 적화통일 못끝낸 순간부터 당시 여러 파벌이 있던 상태에서 김일성은 공격당할수밖에 없었고 왕정 만들고 싶었던 김일성은 전부 숙청했을거라 봅니다.
소련과 중국이 북한 견제하려고 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지만 김일성은 친중파, 친소파 다 날리면서 주체사상으로 돌아섰고 2세계의 최전방이란 지리적 특수성과 중-소 균열을 잘도 이용했으니까요.
동유럽도 소련 눈밖에 나면 작살났는데 냉전 시기 북한 수뇌부의 정치력은 신기하긴 합니다..
지금도 그 중국과 러시아와 미국 세력의 완충지대란 특수성 하나로 버티고 있구요
metaljet
19/08/26 13:22
수정 아이콘
유럽을 사랑하고 유럽에 해박한 전문가는 아이젠하워 외에도 미국에 많았지만
좋은 의도건 나쁜 의도건 아시아를 그나마 계속 신경 썼던 사람은 맥아더 하나뿐이었으니...
아모르
19/08/26 13:55
수정 아이콘
유럽전선은 미국과 함께 싸워 악을 몰아낸 느낌이라면
동아시아쪽은 미국이 해방시켜 준 느낌이라
마우스질럿
19/08/26 18:31
수정 아이콘
FDR이 뭔가 하고 한참 유의하면서 봤네요 연방은행? FBI창시자? 누구 말하는거지.....

프랭클린 D 루즈벨트 인거군요

미국인들이 정말로 존경한다는 시어도어 루즈벨트 시대에는 우리나라가 국권을 상실했는데 (가스라-태프트 밀약)

같은 이름의 미국대통령으로 인해 구원을 받은것도 참 눈을 잡아 끄는 부분입니다.
19/08/27 02:36
수정 아이콘
맥아더의 군사적 능력에 대해서도 말이 많죠
전쟁영웅으로 포장된거에 비해서 실제론 전공도 그다지라고...
반대로 성격은 독불장군 이미지에 비해선 실제로 그정돈 아니었다고
Multivitamin
19/08/27 04:23
수정 아이콘
맥아더가 의외로(?) 2차대전 태평양 전선에서 한게 거의 없죠. 물론 태평양 전선은 해군 중심이라 맥아더가 비벼볼 구석이 적긴 했다는 건 감안해야 겠지만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2423 [정치] 뜬금없는 PK총선 이야기. [58] StayAway10600 19/08/27 10600 4
82422 [일반] 한국배경이 아닌 국내대체역사웹소설 [20] wlsak10831 19/08/26 10831 2
82421 [일반] 언제 어디서나 상큼하게, 휴대용 비데 리뷰 [60] 춘호오빠12332 19/08/26 12332 20
82420 [정치] 불매운동 땔감 가져 왔습니다 한국인의 일제불매운동 바보같은 짓이다 [45] 뿌엉이11572 19/08/26 11572 7
82419 [일반] 김해공항 근처로 비행기를 보러 갑시다! [25] 비싼치킨8660 19/08/26 8660 7
82418 [일반] 어머니께서 보이스피싱을 당하셨습니다 [15] 삭제됨5898 19/08/26 5898 0
82417 [일반] 우리집 - '안다'는 것. (스포) [2] aDayInTheLife4862 19/08/26 4862 1
82416 [정치] 나경원 "조국, 선량한 학생·부모의 삶 강탈…부정입학 고발할 것" [232] 쿠즈마노프14960 19/08/26 14960 18
82415 [일반] 로버트 스콧 비긴즈: 버크와 윌스의 호주 대륙 종단기(縱斷記) [9] 코세워다크6645 19/08/26 6645 13
82414 [정치] 조국 후보 딸 혜택에 대한 부산대 의전원 측의 해명 [188] 어떻게든되겠죠15130 19/08/26 15130 2
82413 [정치] 현 야당, 혹은 범야권 세력의 상황과 통합에 대해. [43] 밥도둑8100 19/08/26 8100 14
82412 [일반] 어우야 이거 안샀으면 후회할뻔... [149] Secundo21012 19/08/26 21012 6
82411 [정치] 노태우 전대통령 장남의 5.18 민주화운동 추모 [52] 종합백과8915 19/08/26 8915 18
82410 [일반] '정약용 리더십'을 읽고 [4] 성상우5254 19/08/26 5254 1
82409 [정치] 정의라는 것이 서있는 자리에 따라 달라지는가? [208] 산들바람뀨12327 19/08/26 12327 50
82408 [일반] [스포] 군림천하 무공순위 & 잡설 [39] 10766 19/08/26 10766 0
82407 [일반] [토막글] 맥아더와 아이젠하워: 아시아와 유럽 [18] aurelius7481 19/08/26 7481 1
82406 [일반] 마음에 안 들었던 장르소설들 [86] roqur10939 19/08/26 10939 0
82405 [일반] 도로의 무법자 오토바이 [68] RnR8205 19/08/26 8205 3
82404 [일반] [홍콩 시위] 시위 중 첫 실탄 발포(위협사격) + 추가분 [26] 이호철11435 19/08/26 11435 0
82403 [일반] 라이트(Light)이론 [18] 성상우7764 19/08/25 7764 2
82402 [일반]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 [30] 비숍212808 19/08/25 12808 11
82401 [일반] 베플 되는 법 [53] 2212201 19/08/25 12201 87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