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s a lady who's sure all that glitters is gold. And she's buying the STAIRWAY TO HEAVEN 모든 반짝이는 것은 금이라 믿는 소녀가 있었어요. 그리고,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사려고 하지요."
오늘은 느낌이 좋은 여자후배와 동아리방에서 만나 가볍게 일을 보고 집으로 같이 가기로 했다. 음악이 들리는 이어폰을 빼고 늦게까지 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허겁지겁 달려온 동아리방엔 단발머리 여자후배가 있었고, 마지막 악몽같았던 조별과제를 같이 한 동기생 둘과 함께 있었다.
신께서는 인간이 고난과 시련을 버티며 서로 사랑할 것이라는 믿음 아래 사탄에게 인간과 인간사이를 시험해 볼 수 있는 테스트 방법을 줬는데 그 방법은 아마. 아니 최소한 대학생이란 전제하에 '조별과제'라는 것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지 않나 싶다. -출처 성서어딘가 (Bible Somewhere)
동기생들 둘은 그저 손인사로 인사를 대신했다. 이후로는 이야기는 더 하지 않았다. 굳이 하고 싶지도 않고, 그쪽에서도 할 이야기는 없을테고.
다만 내가 열이 받았던 건 그 여자후배였다. 아니. 내가 얼마나 공을 들여서, 조별과제때 난리난리를 해결하고 F 떨어질꺼가 눈에 뻔하던 것을 기적적으로 A0까지 받게 했던가! 진정하자. 여튼 중간중간 한마디씩은 그 동기생들과 여자후배가 떨어질때마다 여자후배와 대화했다. 점점 동아리 생활에 염증을 느끼던 도중. 이 여후배는 정말 관심이 갔었다. 나름 통하는 것도 많다고 생각했고, 나와 비슷한 감정일 것이라 생각했다. 대화도 꽤 많이 했다고 생각이 들었기에 더더욱 그러리라. 물론 약간은 신경질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조별과제 팀에서는 여자후배들끼리도 뭔가 알 수 없는 자존심 싸움같은 것이 있었고, 그또한 A0라는 기적적인 학점과 함께 사라졌을꺼라 생각했으나 뭔가 SNS에선 미묘하게 남아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또한 신경 쓸 것은 아니다. A0의 기적이 있었으니.
그를 그 여자후배와 함께 했으니 나는 선택받은 능.력.자. 동아리에서도 가볍다면 가볍고 무겁다면 무거운 일을 처리하고 나니 스마트폰에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 아 선배님. 어쩌다보니 A선배님들과 밥먹으러 끌려가요. 말렸어요. 이 선배님들 상태 파악 겸...
- 기다릴께요.
- 너무 무리되실 것 같으면 먼저 가셔요. 저는 막차가 늦게까지 있는데 선배님은 일찍 끝나잖아요.
- 편할대로 해요. 난 괜찮아요.
... 이후 메시지는 내가 먼저 보내게 됐다.
- "No"로 알겠습니다.
하루지나 정신없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내 사연을 대충이나마 들은 연세가 조금 있으신, 센스가 좋은 아주머니 한 분이 한마디 건내셨다.
- 남자들은 여자가 매너있게 흘리는 걸 이해 못하더라. 예스 아니면 노라고 극단적으로 대답을 해줘야 아는거야? 거절을 두르고 둘러 상처받지 않게 이야기해준건데 왜 이해를 못하는 걸까. 물론 어느정도의 관계가 있으니까 그건 유지하고 싶어서 그런건데 왜 이해를 못해주는지 모르겠어. 아 물론 너를 두고 한 말은 아니야. 아닐 수도 있지. 아니면 마는거지 뭘.
아. 생각해보니 그렇다.
그러고보니 영화보자는거 거절. 몇몇 타이밍 술한잔도 거절. 큰거는 오케이. 자잘한 것들, 내가 생각하는 의미있고 소소한 것들은 전부 거절이었다. 이 깨달음. '거절'이라는 큰 그림 아래 그걸 벗어나지 못하고 놀아나고 있었던거 였다. 그럼 그냥 집에 나랑 가는거 부담스러워서 내가 알기론 본인도 싫어하는 내 A동기생들과 같이 간거였나?
꾸준히 접근하던거 더 꾸준히 거절당하는 중이었구나...라 생각하는데 스마트폰엔 메시지하나가 날라왔다.
- 아르바이트 바쁘시죠? 궁금해하시진 않을꺼 같은데 혹시나 해서요. 뭐 있을 줄 알았는데 A선배들 똑같더라구요.
스마트폰을 터치하다가 음악쪽을 클릭했고 이어폰에선 멈춰졌던 음악이 다시 들리기 시작했다.
"Ooh It makes me wonder Ooh It makes me wonder... 우우우... 그게 나를 헷갈리게 합니다. 우우우... 그게 나를 헷갈리게 합니다..."
by Lunatic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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