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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17 02:05
아 이렇게까지 완패당하기도 쉽지 않은데, 왜 화공에 대한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을까요. 수십년을 싸우다보면 대충 감이란 것이 생길 텐데 말이죠.
19/08/17 23:27
유비의 전략 자체가 요소요소의 지키기 좋은 거점을 확보하고 목책 등을 단단히 쳐서 방어하면서 눌러 앉는 것이었는데 화공은 여기에 완전 상극이었죠. 그렇다고 화공을 당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진영을 버리고 평지로 내려와 진을 쳤다면 오나라의 군세에 그대로 밀려 버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결국 선택의 문제였고...... 육손의 판단이 매우 뛰어났죠.
19/08/17 06:11
이릉전역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게 유비에게 촉군이 장강을 멀리 내려갈수록 위험할 수 있으니 자신을 선봉으로 내세우고 후방에 있으라는 황권의 조언입니다. 저 지역이 들어가고 나가는게 쉽지 않은 지형이라 수군 없이 따로 멀리 내려가지 말라는 경고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유비는 진식과 오반의 수군을 배후인 이릉에 상륙 배치 시켜버렸고 육손은 이 점을 유비의 큰 패착으로 보았죠. 황권전을 보면 "육의가 물의 흐름을 타고, 갑자기 포위하자 강남의 촉나라 군대는 크게 패하였다"라고 나와 다른 열전들에서의 언급이 없는 오나라 수군의 역활이 육손의 반격에 있어 매우 중요했던 걸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진식과 오반의 수군이 전진배치 되어있었다면 저렇게 총체적으로 무너졌을지 의문이 드네요.
19/08/17 07:26
유비가 성도로 돌아가지 못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아마 자기때문에 자기사람이 죽는다는 것에 대해 엄청난 죄책감을 가지고 있었던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사인지 연의의 창작내용인지는 모르겠지만 북방에 신경쓰던 조조에게서 천자를 구하고자 섣불리 조조를 공격했다가 거의 모든 병력을 잃고 패퇴한 후 관우, 장비 및 다른 부하들에게 '너희들은 뛰어난 인재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니 다른 사람을 모시고 출세하라'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도 했었죠. 조조나 원소였다면 자기처럼 병사들을 개죽음으로 몰아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을 지도 모르죠. 황권의 가족을 처형하지 않은 것은 자기때문에 황권이 죽지 않은 것을 오히려 다행스럽게 생각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유비는 이릉에서 자기가 수만의 병사들과 장수들을 죽게 했다는 수치심에 성도로 돌아가지 못했을 겁니다. 부하들에게 더 뛰어난 군웅들을 찾아가라고 말했을 때처럼 자신이 아닌 더 현명한 사람, 어쩌면 제갈량만큼 현명했다면 그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제갈량에게 유선이 못미덥다면 제갈량이 스스로 황제가 되어라는 유언을 남긴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19/08/17 10:24
동시에 여러 진영을 화공을 공격하려면 공격하는 쪽도 군을 나누어야 한다는 건데 그걸 유비가 놓친게 가장 큰 패착이 아닌가 싶어요.
육손이 계속된 지구전으로 웅크리고 있어서 정탐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까요? 다시한번 정찰의 중요성이 느껴집니다.
19/08/17 13:59
유선이 그렇게 최악의 왕은 아니었죠. 제갈량에게 국정을 전적으로 맡겼고 자신의 한게는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차피 제갈량이 황제가 된들 북벌이 성공할리가 없고 죽고난 뒤로는 답없는건 마찬가지죠. 황제가 된다고 더 낫진 않았을겁니다.
19/08/17 23:33
촉한은 유씨의 나라이기에 비로소 존재가치가 있는 국가였습니다. 제갈량이 황제가 되었으면 왕망Ver2와 별다를 게 없는 결과였을 겁니다.
19/08/18 11:42
제갈량이 황제가 됐으면 그렇게 계속 수도를 비우고 몇십년간 북벌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전혀 자기 욕심부리지 않고 제갈량이 뭘하든 전폭적으로 밀어준 유선이야말로 제갈량에겐 최고의 황제에 가까웠을거라고 봅니다. 오히려 유비가 칭제하자마자 죽고, 유선이 그 자리에 있었으면 이릉대전은 없었든가 있더라도 이렇게 최악의 결과를 낳지는 않았을거고 북벌에도 더 많은 힘을 쏟아부을 수 있었겠죠. 유비가 일찍 죽는 게 촉 입장에선 훨씬 나은 결과였을겁니다. 결국은 곳간 다 털어먹고 죽었고 제갈량이 아무리 용을 써도 끝까지 그걸 복구하진 못했죠.
19/08/17 12:15
이릉은 3형제의 의기와 우애, 도전 스토리의 비극적 피날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릉이 있어서 소설이 완성이 됐고 누구보다 유명하고 인기있는 위인이 됐죠. 그치만 이야기의 구성과 별개로 우리는 그렇게 알게 된 위인을 애정하기에, 그 스토리와 위인을 아쉬워하는 거겠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9/08/17 14:51
말씀하신대로 유비가 주둔하고 있던 효정-이도까지의 영채 40여개가 격파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유비가 주둔시킨 후방의 수군은 공격당했다는 기록이 없고 마안산에 가서야 수군의 장비가 일거에 손실되었다고 기록이 나오거든요. 풍습, 장남, 사마가, 두로, 유녕은 유비의 본대 4만명이 40영에 주둔하고 있다가 죽거나 항복한 것으로 봐야 할거 같습니다. 40여개의 영채를 세워 병력을 주둔시킨 것은 각지의 요충지에 기대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로 잘 연계할 수 있도록한 조치였겠구요. 황권전에 따르면 육손은 물의 흐름을 타고 공격하여 갑자기 포위했다고 나오는데 효정 상류에서 배를 띄우고 수륙양용으로 사방에서 공격한 것으로 보입니다.
유비의 본대가 격파되고 나서도 유비는 어느정도 병력을 유지한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면 '유비는 마안산에 올라 주위에 군대를 포진시켰다. 육손이 군대를 격려하고 지휘하여 사방에서 이곳으로 육박해오자 유비의 진영은 붕괴되고 와해되었으며, 죽은 자는 수만명이 되었다. 유비는 밤을 틈타 달아났는데, 역참의 관리가 직접 남아있는 물건을 지고 군악기나 개(槪)를 길에 쌓아놓고 불을 질러 적병의 추격을 끊었다. 유비는 겨우 백제성으로 들어갔다. 그의 배. 병기. 수군. 보병의 물자는 한 번에 거의 손실됐고, 병사들의 시신은 장강을 떠다녔다.'라고 되어있는데 마안산 전투의 전사자만 수만명이었다면 유비가 마안산에 올랐을 당시에는 아직 상당한 병력을 보존해두었다고 봐야겠지요.
19/08/17 16:56
양양기에 보면 번주와 습진은 같이 봉기하기로 약속했는데 손권에게 격파되었는데도 습진은 7개현을 이끌면서 소릉태수를 칭하고 이민족의 경계를 두고 촉을 섬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양양기의 이후 기록에서는 손권이 반준을 보내 습진을 토벌했다고 하는데 보즐전을 보면 이릉대전 당시 보즐이 교주의 1만 군사로 익양에 주둔시켰고 유비가 패퇴하자 영릉과 계양이 소란하고 곳곳마다 병사로 막으니 보즐이 토벌했다는 기록이 있는걸로 봐선 유비가 패퇴하고도 영릉과 계양은 저항했던 걸로 보이고 습진은 재차 침공해 온 반준에게 격파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19/08/18 16:06
첨언하면 유비는 오에 비해 빈약한 수군을 보유하고 있었고 이릉은 장강을 끼고 있는 지역이라 유비는 강가에 병력을 배치하여 육군이 수군을 최대한 지원할 수 있게 하고자 한 것으로 봅니다. 수군이 부족한 정황은 유비 입촉 이후부터 형주 공방전 결과를 상고해보면 대략적으로 추측이 가능한데요. 유비가 익주를 정벌할 당시 유비는 수전을 하지도 않았고 수군을 이용했다는 구절도 없어 수군을 가지고 왔다고 보이진 않습니다.
당시 촉한 진영 내에서 수군을 가장 잘 이용하던 장수는 형주에 진수하던 관우였는데 관우는 번성공략 당시 7군을 공격하고 면수라는 한 구역의 수로를 장악할 정도의 수군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문젠 형주에서 관우의 군세가 와해될 때 이 수군부대가 완전히 증발해 버렸다는 사실이죠. 유비 입장에선 나름대로 다시 수군을 편성한다고 했겠지만 1~2년 사이에 회복시킬 수준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고...육손은 손권에게 유비가 수륙병진으로 안 들어와서 다행이다라고 언급했지만 기실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봅니다. 황권이 '촉의 수군은 물의 흐름을 따라 행동하므로'라고 언급하고 있으니 장강의 흐름에 맞추어 촉의 수군이 움직이고 있었을테고 수군을 이끌고 있는 진식, 오반이 이릉에 주둔하면서 효정에 주둔한 후방을 지키고 있었으므로 촉의 수군은 보급로를 지키는데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19/08/26 01:5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조조빠?라 가슴 아프진 않지만 제갈량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고 유비의 인재풀의 안타깝긴 하네요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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