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돈이 최고인것 같다.
오늘도 내 앞에서 돈자랑을 늘어놓는 이 사람을 보고 있자면 그랬다.
이 사람은 4개월 전 다른 사업을 해야 한다며 급전이 필요하다고 회사에서 근저당으로 잡아둔 담보 2억 가량을 보증보험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대출을 다 갚았다며 담보를 다시 근저당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대화가 이렇게만 진행됐으면 괜찮았었을텐데 뒤이어 나오는 자랑을 듣고 있자면 속이 쓰리다.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4개월 만에 2억을 갚았을테니.
대화가 끝나고나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보잘것 없는 내 벌이에 퇴근 생각이 밀려온다.
"하... 부럽다."
어릴 적 얘기를 하자면 구차하지만, 지금도 폰이 잘 안터지는 촌구석에서 태어나 집안은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
부모님은 거기서 평생 살 수 없다며 고향을 나왔지만 살림살이가 빡빡한 탓에 아버지, 어머니는 내가 기억도 잘 못하는 시절부터 맞벌이를 하셨다.
하나 있는 형은 유치원을 다녔고 나도 매우 가고 싶어했지만 돈이 없어 못 가고 혼자 방안에서 매일같이 울었다.
그 시절 기억은 그것 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4살짜리 딸과는 친구처럼 사는게 내 바람이다. 하지만, 매일 퇴근 시간이 되면 몸 가누기도 힘들어지고 어떻게하면 딸아이를 조금이라도 빨리 재울까 고민한다.
왜 내 옆에 선배 유부남들이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술 상대가 없으면 야근한다며 거짓말을 하며 피시방을 갔던지 요즘 깨닫는다.
오늘도 퇴근을 하고 지하1층에 주차하고 의자를 젖혀 잠깐 누웠더니 왜 안올라오냐며 카톡이 왔다. 시대가 너무 좋아진 탓이다.
엘레베이터에 타 버튼을 누르고 잠시 후 1층에서 문이 열렸다. 얼핏 봐도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통화하며 올라섰다.
금세 문이 닫히고 아이는 통화가 끝났는지 핸드폰을 든 손을 내려 놓는 장면에서 보려했던건 아닌데 액정이 보였다.
'내아빠' 세글자였다.
별 거 아닌것 같았는데 뭉클해졌다. 아이가 아버지를 얼마나 아끼는지 느껴진다.
그 아버지 참 부럽네.
다행이다. 이게 더 부러운걸 보니 돈이 최고인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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